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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11.14 15:33:28
  • 최종수정2023.11.14 15:33:28

이소연

충주시보건소

공직 3년차가 됐다. 스스로를 신규라 부르기도, 남에게 신규라 불리기도 애매한 경력이지만 하루하루 차곡이 공직자로서의 시간을 쌓아 왔다.

덕분에 인사발령문에 또렷하게 인쇄된 임용일자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을 돌이켜 볼 여유가 생겼다.

보건직이라는 특수성 덕에 동기보다 이르게 일을 시작하게 됐지만 예상과 달리 홀로 연수동 행정복지센터에, 그것도 민원실의 얼굴인 주민등록 업무를 담당하게 됐다.

허둥지둥 민원대에 앉아 어디에 쓰일지도 모를 권한을 신청하고, 마치 기다리고 있었단 듯 줄지어 대기 중인 민원을 서툴게나마 하나씩 처리했다.

녹록치는 않았다. 악성 민원인들의 격앙된 목소리에 식은땀을 흘리며 보내길 여러 날. 이제는 유독 집요한 민원인의 살해 협박에도 담담해졌을 때 보건소로 발령을 받았다.

보건직이었던 나는 '이제 있어야 할 곳으로 가는구나' 싶었다.

비록 당시 보건소는 코로나19 방역업무로 인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지만, 9급의 호기에 어떤 것도 무섭지 않았다.

그리고 그 호기는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새벽에 출근해서 다음 날 새벽에 퇴근하는 삶이 지속됐다.

마음 편히 따뜻한 밥 한 끼 먹을 여유는 사치였고, 김밥 한 줄을 손에 쥐고 수북하게 쌓인 역학조사서를 처리해야만 했다.

예상 외 업무강도에 허덕이면서도, 어느 누구에게도 그 고단함을 털어놓지는 못했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새벽 출근에 빈속에 커피를 밀어 넣으며 충혈된 눈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직원들의 고단한 얼굴을 보고 있자면, 목 끝까지 차올랐던 불평도 입 속에 털어 넣은 커피와 함께 속으로 삼켜야 했다.

이런 시간을 보내자고 그 고된 수험생활을 버텨낸 것이 아닌데. 보람은 아니어도 보상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속으로 악을 썼다.

당시 보건소 감염병관리과 직원 모두가 악으로 버티고 있었다.

집에서 남몰래 울음을 터트려도, 다음 날이면 한바탕 쏟아낸 울음에 충혈된 눈을 부릅뜨고 사무실로 향해야 했다.

사무실에서는 전화가 끊임없이 울렸고, 수화기 너머로 감정 실린 욕설이 줄지어 귀를 때렸다.

그 무렵 나는 업무에 대한 부담감과 함께 낯선 이질감을 느끼고 있었다.

다시 말하자면 나는 이곳에서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다.

사회 경험은 있었지만 그렇다고 직무와 관련된 경험은 아니었다.

자연스레 흔한 대화에도 낄 수 없었다. 동기들에 비해 많은 나이도 걸림돌이었다.

사회 초년생 다루듯 하나하나 가르침을 받기엔 너무 많은 나이에 신규로 임용됐다.

함께 들어온 동기들은 열 살 가까이 어렸고, 대화의 흐름은 평행을 달리는 두 직선처럼 맞닿지 못했다.

힘들다고 칭얼대기엔 '나는 이미 직장 생활을 경험해 봤어'라는 막연한 자존심이 날카롭게 날을 세웠고, 그렇다고 일을 착착 처리하기엔 전문성이 부족했다.

나이 많은 신규 공무원을 앞에 두고 저마다 난처한 표정을 지었던 나이 어린 선배 공무원의 심정은 어땠을까.

다른 잡다한 생각을 하지도 못할 만큼 바쁜 업무량 덕분이었을까.

머릿속으로만 그려보고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던 '면직'이란 선택을 뒤로 하고, 어느새 제법 성장한 9급 주무관이 됐다.

흔히 일컫는 MZ세대와 기성세대 어디에도 끼지 못하지만, 그래도 하루하루를 버티며 오늘보다 나을 내일을 기다린다.

이대로 시간이 지나 차곡이 연차가 쌓이고 나면,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를 괜찮은 9급 주무관이라고 칭찬해 줄 여유가 생길까.

그런 날이 오길 바라며, 오늘도 나의 9급 라이프를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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