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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6.13 17:34:00
  • 최종수정2023.06.16 10:54:53

이정민

청주시청 도시계획상임기획단, 공학박사

# 이탈리아에서는 1유로에 집을 살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 1유로에 집을 살 수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기사의 타이틀만으로도 설렜다. 낮같이 환한 로마의 밤거리를 혼자 걸으며, 언젠가 애인과 함께 오고야 말겠다던 로망이 이제라도 이뤄질 것처럼. 마치 금세 집주인이 될 수 있을 것처럼,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글을 쓰고(하루키는 이탈리아에서 <노르웨이의 숲>을 완성했다), 맛있는 생선을 구워 저녁상을 차릴 수 있을 것처럼. 1유로 집은 이 모든 로망을 이룰 수 있는 마법의 양탄자가 아닌가.

2016년 로마와 가까운 시골 마을 마엔자(Maenza)에 '1유로 프로젝트(Case 1 Euro)'가 등장했다. 이탈리아도 젊은 층이 도시로 빠져나가면서 시골은 유령도시가 되어가고 있다. 게다가 2주택자에게 부과하는 부동산세율이 높아 시골에 버려진 빈집이 많다. 이에 지자체는 외국인에게 빈집을 1유로에 판매해 인구의 유입을 꾀하고자 했다. 클라우디오 스펠두티(Claudio Sperduti) 시장은 "투자는 거절합니다. 이웃을 원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파했다. 프로젝트는 성공했다. 빈집은 호텔로 공유주방으로 상가로 바뀌고, 유령마을은 인종을 초월한 새로운 공동체로 재구성됐다. 현재는 시칠리아, 피에몬테주, 토스카나, 사르데냐 등 전국 각지에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와인 생산 지역도 있고, 어촌 마을도 있고, 아드리아 해변 근처의 마을도 있다. 운이 좋으면 오래된 수도원을 살 수도 있다고 한다.

1유로 프로젝트 건물 전경.

# 한국에서는 1유로에 상가를 임차할 수 있다

한국에도 '1유로 프로젝트'가 상륙했다. '핫플' 성수동 옆 송정동에 위치한 '코끼리 빌라'다. 이탈리아가 주택을 대상으로 했다면, 한국에서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진화했다. 공공에서 민간으로 넘어온 것도 차이다. 오래된미래공간연구소 최성욱 대표가 주도한다. 최 대표는 네덜란드 건축가이자 덴마크 공인 건축사이며, 서울시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근무한 경험을 기반으로 더 착하고 더 좋은 도시공생 실험을 펼치고 있다.

코끼리 빌라는 40년 된 3층짜리 빨간 벽돌의 다세대 주택이다. 오래된미래공간연구소는 건물주를 설득해 1유로에 건물을 임차했다. 그리고, 좋은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브랜드들을 발굴했다. 입주 브랜드들은 3년 동안 1유로의 임차료만 낼 뿐, 보증금은 따로 없다. 매장의 인테리어 비용과 공동공간의 리모델링 공사비를 분담한 금액만 지불했다. 건물주는 폐건물로 남겨두는 대신 건물의 가치를 높이고, 젊은 창업가들은 임대료의 부담 없이 브랜드를 성장시킬 수 있는 상생의 구조가 만들어졌다.

현재 18개 브랜드가 입점해있다. 다회용기를 제작 판매하는 '푸들',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는 '베러얼스', 여행자들의 살롱 '앤티크하우스', 쿠킹 클래스가 열리는 '요리인류', 와인과 소품샵 '보마켓' 등이다. 보마켓은 푸들과 함께 일회용품 없는 '제로웨이스트 다이닝 카페'를 운영한다. 옥상에는 '서울 가드닝 클럽'과 이들이 가꾸는 옥상정원이 있다. 방문했던 날에는 운 좋게도 공정무역 수공예품 브랜드 히말라얀터치의 팝업 스토어와 최윤정 작가와 이하여백 작가의 팝업 전시도 열리고 있었다.

서울 가드닝 클럽에서 운영하는 옥상정원.

# 좋은 사람들과 나누는 좋은 라이프 스타일이 좋은 도시를 만든다

입주 브랜드는 일주일에 한 번 유쾌한 프로그램을 연다. 입주 조건이기도 하고, 브랜드들이 지역과 함께 성장하기 위해 만들어가는 자발적 활동이기도 하다. 조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배러얼스'의 플로깅, '서울가드닝클럽'이 키운 로메인과 루콜라로 만든 샐러드를 '푸들'의 다회용기에 담아 먹는 '가든 투 테이블', 반려견과 함께하는 요가 '퇴근후 웰니스', 그리고 앤티크하우스가 주최하는 서양건축사투어도 열린다. 취지와, 공간과, 지역과 지구를 살리는 브랜드들과, 이들이 만들어 내는 프로그램 모두가 근사하다.

'좋은 사람들과 나누는 좋은 라이프스타일이 좋은 도시를 만든다'는 1유로 프로젝트의 표어가 공간적으로 실현되고, 도시를 변화시키고 있다. 굳이 이탈리아가 아니어도 송정동 주민이 되어도 좋겠다. 내가 사는 이 도시에도 1유로 프로젝트가 착륙하길 바란다. '1유로 프로젝트'에 보내는 사심 어린 고백이자 초대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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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을 넘어 협력으로" 성장 네트워크 구축하는 충북이노비즈

[충북일보] "충북 이노비즈 기업들이 연결을 통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은 지역 내 탄탄한 경제 기반으로 핵심역할을 하고 있다. 30일 취임한 안준식(55) 신임 이노비즈협회 충북지회장은 회원사와 '함께 성장하는 기술혁신 플랫폼'으로서 이노비즈협회 충북지회 역할을 강화한다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안 신임 회장은 "취임 후 가장 먼저 해야할 부분은 이노비즈기업 협회와 회원사 위상 강화"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대외협력위원회(위원장 노근호 전 충북테크노파크 원장) △경영혁신위원회(위원장 이미연 ㈜유진테크놀로지 대표) △회원사 협력위원회(위원장 한연수 ㈜마루온 대표) △봉사위원회(위원장 함경태 ㈜미래이앤지 대표) △창립 20주년 추진위원회(위원장 신의수 ㈜제이비컴 대표)로 5개 위원회를 구성했다. 안준식 회장은 도내 회원사들이 가진 특징으로 빠른 적응력과 협력네트워크를 꼽았다. 그는 "충북 이노비즈 기업은 제조 기반 기술력과 신사업으로의 적응력이 뛰어나다. 첨단산업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다수 분포해 있고, 산업단지 중심 클러스터화도 잘 이뤄져 있어 협력 네트워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