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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혁

충북바이오산학융합원 주임

살다 보면 기억에 남는 말이나 글을 만날 때가 있다. 개인적으로 쉽게 잊혀지지 않는 문장이 있다. "고독은 내 곁에 아무도 없을 때가 아니라 자신에게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을 의사소통 할 수 없을 때 온다" 모 작가가 자신의 장편소설에 인용한 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의 말이다. 고독(孤獨)과 소통(疏通)이라는 단어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인간과 인간의 관계, 즉 사회구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렇다면 위 문장의 핵심 글귀인 '자신에게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을 의사소통 할 수 없을 때'는 무슨 상황일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대체로 어떠한 문제로 인하여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 상태라고 생각된다. 인간은 고도로 발달된 영장류의 한 종류이기 때문에 진화론적 관점에 입각하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개인과 집단의 관계를 바라보면 해답을 찾을 수도 있다.

뇌 진화와 관련된 여러 가설 중 '사회적 뇌 가설'이란 게 있다. 인간이 크고 깊게 주름진 뇌를 가진 이유가 사회적인 압력으로부터 비롯했다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사회적 상호작용을 지원하도록 특별히 진화했으며 인류의 뇌가 급격히 커진 시기는 함께 생활하던 집단의 크기가 팽창할 때와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인간의 뇌는 인간이 오랜 세월 사회화를 거쳐 진화한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사회구조를 보면 된다. 자본주의 사회다. 인류가 겪었던 여러 경제 시스템 중 사유재산을 보호하고 돈이 중심이 되는 사회(자본가-노동자)라고 이해하면 된다. 정리해 보자면 인간은 기본적으로 사회성을 가진 동물이지만 현재의 우리는 돈을 매개체로 타인과 관계를 맺고 정보를 공유하는 성향이 짙다고 보면 된다.

위 관점을 통해 '자신에게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 무엇인지 풀어 보자. 예외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인간이 삶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내밀한 영역까지 공유(共有)할 수 있는 상대방일 것이다. 대부분 가족이거나 그게 아니라면 성장 과정에서의 맺어지는 관계이다. 간혹 행운이 있다면 일적으로 만난 관계에서도 생길 수도 있다. 주위를 둘러보자. 왜 대부분 가족이나 성장기 시절 만난 친구나 스승이 대부분일까· 현실을 보면 된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터를 보자. 일터에 만족감을 느끼는 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을 단지 돈을 버는 수단으로만 생각한다. 대게 연봉과 워라밸 때문에 이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적으로 만난 관계는 서열화가 되어 있다. 이러한 관계에서는 '중요한 것'이 생길 리도 없고 이 사회를 살면서 겪게 되는 상실감이나 좌절감을 토로할 수도 없다. 불운에 처해 있다든지 또는 내가 남들과 다른 상황에 처해 있는데 잘 되고 있는지 아닌지에 대한 이야기도 하기 어렵다. 물론 반대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돈을 목적으로 얽힌 관계는 인간으로서의 의사소통이 어렵게 되고 고독해지게 된다.

사회적 존재인 인간이 고독해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생명체의 한계인 노화로 인한 죽음은 불가항력적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문제는 배제를 해야된다. 자살률, 수저계급, 빈부격차, 산업재해, 장시간 노동 등 내가 20대 초반부터 매체를 통해 자주 접했던 문제들인데 15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별 다른 개선이 없다. 개선이 없는 이유는 여러 가지 일 텐데, 개인적으로는 한국이라는 나라는 표면상으로만 민주정이기 때문에 개선이 어렵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그런데 국부(國富)는 꾸준히 늘고 있다. 그럼 답은 뭘까. 더 인간적인 사회로 나아가는데 길을 열어 줄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수단은 복지의 확대와 재분배 정책의 재수립이다. 추가적으로 여가를 확대해서 감시와 통제를 벗어나게 해주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위와 같은 문제들을 겪게 되는 확률을 줄여주면 된다. 투표 말고는 딱히 해답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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