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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6.06 15:35:16
  • 최종수정2023.06.06 15:35:28

선우혁

충북바이오산학융합원 주임

소외(疎外)라는 단어가 있다. 어떠한 상황에서 배제되어 있다는 의미다. 조금 더 깊은 이해를 위해 한자의 어원을 풀어 보자. 疎(성길 소)는 疋(무릎 아래의 다리), 束(묶인다)라는 의미가 합쳐진 형성 문자이다. 여기에 예외적인 일이 발생했다는 外(바깥 외)까지 함께 결합되어 쓰이는 단어이다. "원치 않은 상황이 발생하여 발이 묶여 버린 상태"라고 이해하면 된다. 추상적이라 낯설게 느껴지겠지만 해당 문장을 반추해 보면 대다수는 크든 작든 소외를 겪었던 상황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소외와 관련된 문제는 수 세기 동안 여러 학자들이 천착해 온 문제이다.

학술적인 의미의 소외는 '인간이 지닌 자기의 본질을 잃은 상태'를 말한다. 소외와 관련된 이론의 전개 과정을 크게 개괄해 보면 "종교에 의한 소외→노동에 의한 소외→산업사회(제도)로 인한 소외" 순으로 체계화되고 확대 재해석 되었다. 먼저 종교에 의한 소외는 신(神) 중심의 세계관으로부터 비롯된다. 신이 인간보다 더 주체적이고 인간적일수록 인간은 자기의 주체성과 인간성에서 소외된다는 것이 요지이다. 중세 시대 음악과 같은 예술 작품을 살펴보면 인간이 느끼는 모든 감정이 신의 감정으로 환원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는 노동에 의한 소외가 있다. 이는 고용주와 피고용인의 관계에서 기인한다. 노동과정에서 발생하게 되는 타인의 지배, 강압, 속박하에 노동과 생산물에 대한 통제를 상실한다는 것이다. 즉, 노동이 타인의 재산 증식 수단으로 전락함에 따라 소외가 발생한다고 이해하면 된다. 마지막은 산업사회(제도)로 인한 소외이다. 인간의 창의성이 사회제도의 압력 사이에서 필연적으로 소외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고, 그 결과 일단(一團)의 분리된 역할 속에 대체되어 자아 정체감이 파괴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소외는 특정 시대에 인간이 어떠한 대상과 관계를 맺고 목적을 부여받게 되면서 발생하게 되는 문제로 볼 수 있다. 신권정치(종교), 봉건제(계급), 근대화(노동, 산업)가 소외의 주요 원천이라고 생각된다.

문제는 지금까지 살펴본 소외문제가 현시점에서도 적절한 개념인지와 유효하게 작동하는지의 여부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교회도 많고 나름 계급(?)도 엄연히 존재하고, 기업들의 입김도 세다. 물론 그 정도는 과거에 비해 현저하게 낮아졌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인간(人間)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시대만 바뀔 뿐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현실에서는 가정 또는 직장에서의 가벼운 소외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일을 해도 보람이 없으므로 직장 생활에 염증이 생긴다든지 가족 구성원과의 불화로 가정이 도리어 위협으로 다가온다든지 등이다. 개인에서 사회로 시야를 넓히면 소외 현상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한국은 서열화와 빈부격차가 심각하다. 소수의 사람(특정 계층)들을 빼면 불행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한국인의 전형적인 특성인 남과 비교하고 자기보다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무시하고 이득이 되면 뭐든지 하는 행태까지 결합되니 소외감은 배가(倍加)된다. 암울한 상황이지만 "무엇으로부터 소외당하는지?", "소외의 원천은 무엇인지?", "소외의 양상은 어떠한지?", "더 나아가 극복이 가능한지?"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소외라는 고차원적인 실타래를 형상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체적인 짜임새를 알 수 있게 해준다. 이는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토대이자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사회학자 멜빈 시먼(Melvin Seeman)은 소외문제로 발생하는 양상을 6가지로 규정했다. 무력감(powerlessness), 무의미감(meaninglessness), 무규범성(normlessness), 문화적 소원감(cultural estrangement), 자기소원감(self-estrangement), 사회적 고립감(social isolation)이다. 개인의 힘으로 이러한 양상들을 극복하기란 요원(遙遠)하기만 하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거나 무의미하다고까지 느껴진다. 그래도 탈피 시도라도 하다 생을 마감하는 것이 더 나은 인생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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