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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12.19 16:59:54
  • 최종수정2022.12.19 16:59:54

조형숙

서원대 교수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다녔으니 필자의 고향은 부산인 셈이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교사로 근무했고 그곳에서 결혼도 했다. 그러나 대학을 다닐 때 같이 밥 먹고 흥겹게 어울리던 동아리 친구들은 대개 졸업하면서 고향을 떠났다.

서른 명이 넘던 친구 중에서 의사 2명, 공무원 2명, 회계사 1명, 학원 강사 1명만이 남았다. 나머지 친구들은 서울, 수원, 천안, 울산, 거제, 창원으로 직장을 따라 떠났고, 여학생은 결혼을 하고 남편을 따라 떠났다. 몇 해 전 나도 새로운 직장을 찾아 충북 청주로 왔다. 이젠 고향에 가도 대학친구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부산에 아예 친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초등학교 친구들과 만나고 있는데, 대개 상업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못 간 친구들이다. 남자 동기들 중에는 더러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를 진학하지 못 한 친구도 있다. 그들은 당연히 군대도 가지 않고 열다섯 즈음부터 생계를 책임지며 살아왔다. 여자 동기들은 모두 결혼했고, 남자 동기 중 몇몇은 결혼시장에서 낙오했다.

지난 주말 동기모임에서 만난 친구에게 물었다.

"○○야, 여자 친구랑 언제 결혼할 거야?"

"난 하고 싶은데 잘 안 되네. 난 이혼남도 부럽다. 그 사람들은 결혼해본 거잖아."

지방소멸. 누군가는 떠났고 누군가는 남았다. 대한민국 제2의 도시를 두고 지방소멸을 이야기하는 것은 지나친 면이 있다. 물론 지방에도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안정된 직장에서 역량을 발휘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대학 동기들은 죄다 직장을 따라 떠났고, 고향에 남은 초등학교 동기들은 대개 배움이 짧고 전문기술이 없다. 샷시를 갈아주거나, 전기 배선, 택시 운전, 물건 배달, 폐기물 처리를 생업으로 한다. 때로는 광양, 거제, 두바이 등으로 여러 달씩 일을 떠난다. 전업주부였던 초등 여자 동기들도 이제는 모두 요양보호사, 숲 해설사, 반찬가게 운영, 패밀리 레스토랑 홀써빙을 한다.

고급인력 남방한계선이 있는 나라에서 누군가는 떠났고, 누군가는 떠나지 못했다. 기계공학, 전자공학, 전산학, 건축학, 토목공학, 의학을 전공한 내 친구들은 잘 떠날 수 있었다. 한편, 중학교만 간신히 졸업했거나 주산, 부기를 배우며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했거나, 대학에서 인문사회계열을 전공한 경우 떠나지 못하고 지방에 남았다.

올해 방영했던 TV 드라마 '왜 오수재인가?'는 완벽한 성공만을 추구하는 한 변호사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오수재 변호사가 실수를 하자 로펌 대표는 외국 연수를 권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그렇게 살아온 나를 외국으로 내치려고? 차라리 내 목을 쳐!"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여주인공인 서민영 검사는 검찰조직에서 뜻을 펼치기 어렵게 되자 침울하게 읊조린다.

"지금 지방으로 쫓겨나면 다시는 중앙으로 돌아올 수 없을 거란 부장 한마디에 2년 마다 보따리 싸서 지방 검찰청이나 전전하는 그저 그런 공무원으로 늙고 싶지 않다."

1990년대 결혼 못한 농촌총각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듯이 이제 수도권을 벗어난 지방은 '떠나지 못한 이들'의 집성촌이 되고 있다. 미디어에서는 어여쁜 여배우들이 지방이나 외국은 사람 살 곳이 못된다고 못 박고 있으니.

가족을 떠나 청주에 살면서 저런 드라마를 보고 있노라면 나도 서울로 가기 위해 더 노력을 해야 하는데 그저 그런 교수로 늙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얼마 전 충청권 메가시티와 맞물려 청주에도 서울과 이어지는 광역철도 시대가 열린다고 한다. 어떤 이들은 떠나가고 어떤 이들은 탑승하지도 못하는 지방소멸의 설국열차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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