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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숙

서원대 교수

"저는 20학번 ○○○입니다. 저희 집에 노트북이 한 대밖에 없는데 아버지께서 사용해야 해서 제가 중간고사에 가져갈 노트북이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지난 학기 제자로부터 받은 문자다.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온라인 대면 시험으로 진행하겠다고 공지한 이후의 일이다. 나는 학과에 비치된 노트북을 빌려주었다. 그런데 문제는 비슷한 애로가 있는 학생이 여럿 있어서, 나의 노트북까지 빌려주어야 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초·중등학교에서는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수업을 도입했다. 녹화강의 온라인 수업, 실시간 온라인 수업, 온라인 수업과 대면수업을 혼합한 블랜디드(Blended) 수업 등을 전면적으로 도입했고, 초·중등 학습자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태블릿 PC도 무료로 제공했다. 적절한 대응이다.

올해 대면 수업으로 전환한 이후, 필자가 가르치는 수업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생기기 전에 대학에 입학했다가 군대를 마치고 복학한 학생의 경우 테블릿 PC가 없어서 수업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개는 PDF 파일로 변환된 교재를 조그만 핸드폰으로 읽고 있었다. 필자가 종이로 복사해서 나눠주는 것도 한계가 있고 필기 내용을 보관하기도 쉽지 않다.

이제 핸드폰, 태블릿 PC, 노트북과 무료 인터넷이 갖춰지지 않으면 공부를 하기 어렵다. 태블릿 PC를 가지고 있는 학생도 많지만, 없는 학생도 많다. 지금 학부 1학년 학생은 고등학교 시절 팬데믹 상황에서 학교에서 무상으로 지급받았고, 사용법도 능숙하다. 군 제대 후, 복학한 학생 중 저소득 가정의 학생이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다.

"정말 화가 나고 속상해요. 수업용 PDF 자료를 핸드폰 화면으로 확대해 가면서 겨우 읽고 있는 학생을 보면 내가 10개쯤 사서 나눠 줄까 그런 생각도 하고 있어요. 이게 IT 강국 대학의 풍경이라는 게 말이 되나요?"

한 원로 교수가 회의에서 한 발언이다.

이번 학기에 나는 수업을 위해 6개의 강의실을 사용하는데 그 중 스마트 교실은 한 곳뿐이다. 놀랍게도 화이트보드도 없이 분필을 사용하는 강의실도 두 곳이나 된다. 이런 곳에서 수업을 할라치면 손과 옷에 분필이 잔뜩 묻고 제대로 수업을 진행하기 어렵다. 필자가 재직하는 대학은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아 일반 재정지원을 받는다. 또한, 대학기관평가에서 인증도 받았으며, 교원양성 역량진단 평가에서 A등급도 받았다. 지난해 신입생 충원율도 100%에 가깝다. 그런 대학조차 이정도로 재정에 어려움이 있으면 다른 대학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는 뜻이다.

대학의 재정적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유가 있다. 2016년 10인의 진보교육감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어린이집 누리과정을 위한 예산을 편성할 수 없다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교육청이 받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예산 편성을 거부하자 국가는 '유아교육특별회계법'을 만들어 별도의 예산으로 해결했다.

2022년 서울시 조희연 교육감은 과밀학급 해소, 노후시설 개선, 인공지능(AI) 교육, 에듀테크 환경 조성 등을 위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초·중등학교만 사용해야 한다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는데도 내국세의 20.79%를 자동으로 배정받는 교부금에서 대학교육과 연계할 생각은 전혀 없어 보인다. 초·중등학교의 일류 환경에서 공부한 뒤, 대학의 노후시설에서 진행되는 대형강의를 보며 우리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평등과 분배를 중시하는 진보 교육감은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제정해 별도의 예산을 확보하라고 한다. 납세자의 어려움도 안중에 없다. 자기 몫은 잘 챙기는 참으로 '보수적인' 진보 교육감이다. 진보 교육감이 '밥그릇 지키기'에 앞장서고 보수 교육감은 뒤따르며 하나로 뭉친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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