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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숙

서원대 교수

2003년 8월 말부터였다. 귀 옆쪽과 턱 밑에 피부 발진으로 몇 달간 고생했다. 붉은 발진으로 가려웠고 긁은 자리에는 딱지가 앉았다. 여러 달 동안 이 증세는 나를 괴롭혔다.

당시 나는 미국에서 석사과정 중에 있었다. 수강한 과목 중 '문화간 소통과 교육'이라는 과목이 있었는데, 그 과목의 과제는 자신이 속한 문화와 거리가 먼 문화집단을 찾아 그곳에서 한 학기동안 참관하고 최종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문화에 대해 편견을 줄이고 이해하는 태도를 갖게 하는 것이 그 취지다. 나는 레즈비언 문화, 유태인의 시나고그 문화와 무슬림 문화에 관심이 있었다.

내가 살던 아파트에는 아프리카의 가나지역에서 유학 온 학생이 있었고 그녀의 아들을 통해 인근에 있는 알후다(Al-Huda) 이슬람 사원을 알게 되었다. 사원에 들어가기 전, 손과 발을 깨끗이 씻었고, 이슬람 지도자인 이맘(Imam)에게 과제를 소개했다. 다행스럽게도 한 학기동안 참관을 허가 받았다. 이맘은 나에게 몇 가지 주의사항을 알려주었고 스카프를 내어주었다.

이맘과 면담 후, 나는 여성 지도자를 소개받았다. 그녀는 스카프로 히잡 쓰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예배를 위해 따로 마련된 여신도 방에서 나는 매주 2회씩 예배에 참석했다. 때로는 새벽 기도에 참석하거나 이슬람 이벤트에도 참여했다.

나는 예배 절차에 익숙하지 않아 처음에는 눈치로 대충 절을 하고 옆을 힐끗힐끗 보며 조금씩 배웠고, 무슬림 여성과 조금씩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가졌다. 기독교 신앙이 철저했던 같은 학과의 동료는 알라신에게 절을 하고는 죄책감으로 결국은 구토를 하고 병으로 앓아누웠다.

나는 불교 집안에서 자라서 가톨릭 집안으로 시집왔고 양 쪽 문화에 별 거부감도 없고, 신앙심도 없었다. 제7안식교와 몰몬교(후기성도교회) 등 종교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나는 이런 기회가 흥미로웠다. 사실 매주 예배에 참석하고 사원의 이벤트에 참여한다고 해도 나와 같은 외부인의 참관이란 게 피상적으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 문화적 코드를 제대로 해석하기도 어려울 테지만 편의를 봐준 이맘과 이슬람 자매에게 성실함을 보여주고 싶었다.

문제는 히잡이었다. 히잡이 예배도중에 자꾸 흘러내려서 갈무리하기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이슬람 자매들이 도와줬지만 히잡 스카프가 흘러내려 절을 하다 일어서면서 내가 밟아서 머리마저 흘러내리고 산발한 처녀귀신이 되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히잡 스카프로 동여맨 양 뺨과 턱 아래 부분에 붉은 발진이 시작된 것이다. 생전 안 쓰던 히잡으로 얼굴과 머리카락과 목을 동여매니 답답하고 피부가 쓸려서 따가웠다. 양 뺨에는 딱지가 앉고 목에는 생채기가 나서 감당할 수가 없었다. 상비약으로 가져간 연고를 바르기도 했지만 이슬람 사원에 다녀오기만 하면 가렵고 히잡에 부대끼어 피부가 벗겨지려고 했다.

이마는 동여매지 않고 약간 뒤로 젖혀서 헐렁하게 착용하고 핀으로 고정하면 약간 덜 하긴 했지만 그럴 경우 히잡이 풀릴까봐 신경이 쓰였다. 히잡에 적응할 수가 없어서 나중에는 스카프만 보면 경기를 일으키게 되었다.

지난 9월 이란에서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고 종교 경찰에게 연행된 마흐사 아미니라는 여성은 구타로 숨지고 말았다. 분노한 이란 여성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히잡을 헐렁하게 착용하거나 이마를 동여매지 않고 앞머리를 보이면서 뒤로 넘겨 착용하는 패션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정치가 된다.

나의 이슬람 사원 참관은 편견 감소와 문화적 이해로 결말을 맺지 못하고 두드러기와 피부발진으로 고통스럽게 남아있다. 편견을 없애기 위해 문화접촉이 필요하다는 말은 낭만일지 모른다. 피부발진과 구타와 사망은 구체적 사태가 된다. 다문화 다양성은 쉽지 않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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