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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주

농협청주교육원 팀장

소통에 관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다. 그런 의도로 한 말이 아닌데 상대가 오해를 했다는 것이다. 오해를 한 사람의 잘못이 큰가? 아니면 오해를 하게 만든 사람의 잘못이 더 큰가?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내가 무슨 말을 했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상대가 무슨 말을 들었느냐"가 더 중요하다. 높은 위치에 있는 리더들은 흔히 내가 알아 듣게 잘 얘기했다고 생각하지만, 상대는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소통의 오해를 줄이는 방법 중 하나는 언어의 감수성을 높이는 것이다. 나는 아무생각 없이 사용하지만 듣는 상대를 불편하게 할 수 있는 언어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우리가 평소 별 뜻 없이 자주 사용하지만 주의가 필요한 말은 뭐가 있을까? 첫째 나이와 권력의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말이다. 반말과 존댓말이 그렇다. 아마 전 세계에서 우리처럼 나이에 관심이 많고, 만나자 마자 다짜고짜 나이를 따지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왜 그럴까? 나이가 권력이 되기 때문이다. 나이를 묻는 건 단순히 나이를 묻는 걸 넘어 누가 권력자인지를 확인하는 절차이다. 100년 전만 해도 나이가 아닌 신분에 따라 반말을 하고 존댓말을 했는데 시대가 달라지면서 언어가 달라진 것이다. 현재 한국은 나이가 권력이 되는 사회이고 그런 사회를 만드는 것이 바로 언어이다. 이처럼 연령의 권력을 인정하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차별주의자가 되는 것이다. 나이를 기준으로 서열과 우위를 판단하는 '선량한 차별주의자'를 벗어나야 한다.

둘째 민낯을 드러냈다는 말이 있다. '사회의 민낯이 드러난다'는 표현에는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모습이 사실은 화장을 통해 꾸며진 것이고, 실체가 아니었다는 것을 뜻한다. 더불어 화장을 지우고 드러난 실체는 화장을 통해 가려졌던 것과는 달리 결함이 가득하고 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낯의 대상은 여성이다. 화장하는 행위를 비난함과 동시에 화장을 하지 않는거 또한 비난하는 민낯의 불편함을 주는 표현이다. 아무 생각없이 사용하지만 민낯이란 단어 안에 복합적인 차별과 편견이 있다는 생각이다.

셋째, 무생물에 쓴 존칭이다. 예를 들면 "아메리카노가 나오셨습니다~", " 사장님 말씀이 계시겠습니다". " 자리에 앉으실게요.", "이 옷은 신상품이세요." 등 모두 존칭의 대상이 아닌 것에 존칭을 쓴다. 사람들은 이런 존대가 틀렸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계속해서 말도 안되는 존대를 한다. 그 이유는 존대를 하지 않으면 반말로 오해해 화를 내고 시비를 거는 진상 손님이 있기 때문이다. 틀린 말인지는 알지만 그게 더 효과적이기 때문에 사용하는 것이다.

넷째 호칭에 숨어있는 차별이다. 여성은 결혼해서 배우자의 부모님에게 아버님, 어머님이라고 한다. 남성은 장인어른, 장모님이라고 부른다. 이 말에 부모의 의미는 없다. 결혼한 여성을 통해 '저는 당신의 자녀입니다'라고 지속적으로 고백하지만 결혼한 남성은 난 당신 자녀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결혼한 여성은 남자 형제에게 도련님이나 아가씨라고 부른다. 하녀가 아닌데 왜 도련님, 아가씨시라고 해야 할까? 아가씨와 도련님은 존댓말을 이끈 호칭이다. 아가씨 뒤에 반말하기는 어렵다. 반면 처제와 처남은 다르다. 자연스럽게 반말로 이어진다. 이러한 호칭은 성(性)에 대한 차별과 불평등의 당연시 되는 시대에 만들어졌다. 지금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언어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표현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혹시 이 말이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표현이 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 지금 이 말이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를 담기에 충분한 것인지, 적절한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현재에 안주하는 대신 언어 감수성을 높이고자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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