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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각장 건립저지 한 시장의 '모순'

적극 지원하겠다 협약 해놓고
이제 와서 행정제재 가하겠다
실정에 따른 사과부터 우선

  • 웹출고시간2019.11.06 20:59:25
  • 최종수정2019.11.06 20:59:25

한범덕 청주시장이 6일 오창 후기리 소각장 건립 저지를 위한 강력한 행정제재 계획을 밝히고 있다.

ⓒ 청주시
[충북일보 박재원기자] 공무원들의 근시안적 발상으로 비롯된 오창 후기리 소각장 건립 문제에 청주시가 뒤늦게 선을 긋는 모양새다.

소각장 건립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 제재를 가하겠다니 다소 이율배반적이다.

한범덕 시장은 5일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에스지청원의 오창읍 후기리 소각장 건립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놨다.

금강유역환경청에서 환경영향평가서를 동의해 소각시설 건립에 들어가면 강력한 행정제재로 이를 막겠다는 게 요지다.

한 시장의 이 같은 행정권 발동 예고는 사실상 모순이다.

시는 2015년 3월 이에스지청원과 소각장 이전 협약을 했다. 협약은 오창산단 내 옥산면 남촌리에서 폐기물매립장을 운영하는 이에스지청원이 이 부지에 계획했던 하루 170t 규모 소각장 건립을 중단한다는 내용이다.

대신 소각시설과 매립장을 지역 내 다른 곳에 추진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여기서 다른 곳은 오창산단 이외 지역이다.

시는 이 조건에 따라 이에스지청원이 다른 장소에서 매립·소각장 건립을 추진하면 도시계획시설 결정 등 적극적인 행정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한 장짜리 협약서 때문에 이에스지청원은 소각장 건립 장소를 오창읍 후기리로 잡은 것이다.

시가 스스로 문제를 키워놓고 4년이 흐른 뒤에는 도시계획시설 결정 자체를 불허하겠다고 하니 앞뒤가 맞질 않는다.

물론 이승훈 전임 시장 시절에 벌어졌던 일로 한 시장과는 무관하지만, 행정 연속성을 고려하면 한 시장도 이 협약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 시장은 이 협약을 파기하고 싶은 심정이 굴뚝같다.

회견에서 '업무협약 존재를 자연인이 아닌 청주시장 입장에서 대해야 한다'는 식으로 속내를 에둘러 표현하기도 했다.

시가 맺은 이 협약이 없었다면 일은 이렇게 커지지 않을 수도 있다.

표면적 예측이지만 이에스지청원은 허가받은 대로 남촌리에서 규모 241만㎥ 폐기물 매립장과 하루 170t 용량의 소각장을 가동했을 수 있다.

매립장 처리용량 증설이 없다면 매립량 충족으로 소각장만 운영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협약을 근거로 업체는 오창읍 후기리에 하루 282t 규모의 소각시설(일반·지정폐기물)과 500t 규모의 슬러지 건조시설 건립을 추진한다. 인근에는 규모 130만㎥ 매립장도 건립해 영업을 앞두고 있다.

시가 소각장 건립에 따른 반발여론을 잠시나마 잠재워 보기 위해 머리를 썼지만 더 큰 화로 되돌아온 것이다.

소각장·매립장 건립에 적극적인 행정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으면서 이제 와서 행정 제제를 가하겠다고 하니 약발이 제대로 먹힐지도 의문이다.

행정제재를 운운하기 전에 사실상 실정에 따른 사과부터 해야 할듯하다.

이에스지청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금강유역환경청의 환경영향평가 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불허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청주시가 오창과학산업단지 이외 지역으로 이전을 요청해 손실을 감내하면서까지 후기리로 이전을 추진 한 것"이라며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기로 한 업무협약을 존중하고 지켜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 박재원기자 ppjjww1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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