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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선공후사(先公後私)'는 사(私)보다 공(公)을 앞세운다는 뜻이다. 사사로운 일이나 이익보다 공익을 먼저 챙긴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오늘 날 우리 정치에서는 선공후사를 빗댄 '선당후사(先黨後私)'라는 말을 자주 쓴다. 개인의 이익보다 당의 이익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서 선공후사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정치 분야가 대표적이다.

공천하와 사천하

'여불위(呂不韋)'는 중국 전국시대 말기 진 나라의 정치가다. 장양왕 때 승상이 됐고, 이후 최고의 상국(相國)이 됐으나 태후 간통사건에 연루된 뒤 자살했다.

여불위는 세상의 질서와 무질서, 혼란과 통일이 바로 공공성에서 갈린다고 봤다. 여불위는 군주가 공공성에 기반을 두고 통일 제국을 이끌어가도록 요구했다.

이를 위해 군주 중심의 공은 자기 정당성을 제시할 수 있어야 했다. 군주의 공이 사(私)에 비해 압도적 우위를 차지한다는 힘의 측면만이 아니라 사와 질적으로 구별되는 특성을 가져야 한다고도 했다.

여불위는 공천하(公天下)와 사천하(私天下)의 틀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군주의 공은 군주라는 지위로부터 생기는 공적 특성만이 아니라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사의 영역과 구분되는 공공성을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예모 감독의 영화 '영웅 Hero(2002)'에서 진 제국 통일로 인해 처절한 패배를 맛보았던 여섯 나라의 복수가 다뤄졌다. 영화 초반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차례로 진시황을 죽이려고 했다.

당시 지방에서 백부장으로 녹을 받고 있는 미천한 장수 무명(이연걸)도 결국 암살에 실패하고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무명은 진나라 통일을 '개인'이 아니라 '천하'를 위한 것으로 이해하면서 진시황을 끝까지 암살할 이유를 더 이상 찾을 수 없었다. 즉 무명은 사적 원망을 풀기 위해 복수에 나섰지만 공적 대의를 수용함으로써 복수의 동기를 잃어버린 셈이다.

영화에서는 공공성을 존중하지 않는 선공후사의 논리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보여줬다. 왜냐하면 정치의 리더는 공공성을 도외시하고 선공후사의 논리를 통해 자신의 사익을 공익으로 포장하고 자신의 편파성을 공정성으로 둔갑시키기 때문이다.

이처럼 선공후사는 틀에 박힌 고사성어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변증법에서 얘기하는 '정반합의 논리'를 적용하면 공과 사는 쉽게 구분하기 힘들 정도의 철학적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 정치는 어떠한가. 그런데 우리 사회는 지금 어떠한가.

박근혜 정부 시절 야당은 지긋지긋한 '낙하산 인사'에 대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성토했다. 공과 사의 기로에 서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박 대통령의 일부 통치행위까지 사적 행위, 즉 국정농단으로 몰아세웠다.

사실상 '선사후사' 시대

문재인 정부 역시 '낙하산 인사'는 근절되지 않았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10년 굶주린 진보 인사들의 무더기 '낙하산 투하'가 전 정부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성토하고 있다.

박근혜 시절 그토록 심각한 문제가 됐던 '병(병역)·세(세금)·부(부동산)·위(위장전입)·표(논문표절)' 등 5대 항목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그래서 최근 주변에서 '달라진 게 없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기식 금감원장 사례는 낙하산 인사의 화룡점정 격이다.

우리 사회는 먼저 개인의 이익을 생각하고 나중에도 개인의 이익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공과 사의 경계에 서서 고민하는 사람들은 그나마 다행스러울 정도다.

이미 우리 사회는 사실상 '선사후사(先私後私)' 시대에 접어들었다. 정치 뿐 아니라 공직사회, 기업, 언론에 심지어 일부 종교와 NGO들의 행태도 마찬가지다.

마치 우리사회가 거대한 이익집단을 형성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이 속에서 살아가야 할 후손들의 처지가 서럽고 서러워 보일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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