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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애

충청북도 여성정책관

오늘도 여지없이 전화벨이 울린다. 울 엄마다.

요즘 거의 매일 전화를 하시고, 회의중이어서 전화를 받지 못하면 받을 때 까지 하신다.

혹시 하고 받으면 역시나 별 내용 아니다.

'아침은 먹고 출근 했니?' '요즘 뭐해서 먹니?' '아픈데 없어?' '찬바람부니 보약한재 지어 먹어' 마음은 고맙지만 바쁘게 일하는데 별 이유 없이 그냥 전화하는 엄마가 귀찮게 느껴져 '이런 얘기 하려고 근무 시간에 자꾸 전화 해? 전화 못 받으면 이유가 있는 거지'라고 짜증을 내기도 하고 먼저 전화를 끊어버리기 일쑤지만 다음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전화하신다.

그럴 때 마다 엄마에게 따뜻한 안부 전화 먼저 하지 못할지언정 짜증내는 모습이 부끄럽고 미안해 하루 종일 가슴이 먹먹해진다.

부모에게 자식은 뭘까?

엄마에겐 만만하게 대하면서 내 자식들에겐 꼼짝 못하는 못난 딸이 나이 오십을 훌쩍 넘겨 손주 볼 나이인데도 울 엄마 눈에는 아직도 품 안의 자식으로만 보이는 모양이다.

울 엄마는 무척이나 카랑카랑하고 강단이 있을 뿐만 아니라 지혜롭기까지 해서 난 왜 엄마를 닮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그런 엄마가 3년 전 뇌경색으로 쓰러져 중환자실에서 위험한 고비를 넘겼고 한쪽 편을 자유롭게 움직이기 힘든 상황에서도 성격만큼이나 철저한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외관상 별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회복되었지만 내가 보기엔 예전에 비해 어딘지 2% 부족하게 느껴진다.

이번 여름휴가에 엄마랑 단둘이 온천여행을 다녀왔다.

덥고 힘들어서인지 아니면 딸과 단둘이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싶어서인지 밖에 나가지 않고 숙소에만 계시겠다며 여전히 물은 얘기를 또 묻고 한 얘기를 또 하셨다.

'밥해먹고 직장 다니기 힘들지?' '사위가 집안일은 잘 도와주니?' '아프면 참지말고 바로 병원가' 등등 여행을 와서도 온통 딸 걱정뿐이다.

'내 걱정 말고 엄마나 건강 잘 챙기시고 고운 옷도 사 입고 보약도 드세요'라고 하니

'난 늙어서 뭘 입어도 예쁘지 않고, 보약도 먹어봐야 효과가 없을 나이야. 괜한 짓이지'라고 하셨다. 그러나 이미 예전부터 그래왔었다.

온천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엄마는 내손을 잡으며 걱정스러운 듯 바라보며 '너는 딸이 없어서 어떻게 하니? 나는 니가 있어서 좋은데' 이 순간에도 엄마는 또 나의 노후가 외로울까 걱정하신다. 엄마에게 나는 그냥 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울컥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주 오래전 세상 모든 엄마들이 딸보다 아들에 정성을 들이던 그때 울 엄마는 딸에게 더 많은 사랑을 쏟았던 것 같다.

또 한해가 저문다.

단풍이 지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한 해 한 해 달라져가는 엄마의 모습을 딸로, 여자로 바라보면서 지나는 시간이 안타깝기만 하다.

엄마라는 이유로 고스란히 엄마 역할을 감내해야했을 울 엄마, 누군가의 딸이었던 울 엄마.

살면서 위로받고 싶었던 적이 얼마나 많았을까?

최근 부쩍 많아진 친구 부모님들의 부고 소식을 들을 때 마다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는다.

날이 추워지고 눈이 내린 후에 소나무와 잣나무의 푸르름을 알 수 있는 것처럼 항상 그 자리를 지키고 계신 울 엄마가 고맙다.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위대해서 위대한 것이 아니라 편안하고 평범해서 더 위대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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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