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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풍명월 산경탐사Ⅰ- 한남금북정맥을 가다 ⑬

음성땅 ‘소속리산’엔 사랑이 움트고

  • 웹출고시간2008.10.23 19:09:24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소속리산으로 가다 뒤돌아 본 한남금북정맥, 정맥 산 허리에 울긋불긋 가을이 물들고 있다.


가을이 손짓을 한다.

가슴이 둥둥거릴 정도로 붉게 타는 단풍은 노랗고 빨간 손을 흔든다.

마음이 뛴다.

붉게 타는 단풍처럼 내삶에도 정열이 불타올랐으면.

사르르 바람한점에 살포시 내려앉는 갈잎은 가을의 깊이를 더해간다.

가을을 시샘하는 철모르는 늦더위 때문에 심신의 상태는 별로였지만 가을이 조용히 내려앉은 산하는 가을의 정점으로 향하고 있다.

그 가을의 정점에서 찾은 음성 감우재 고개 역시 흠뻑 가을에 취해 있었다.

한국전쟁 당시 한국군 최초의 전승지였던 이 곳은 지금은 전장의 포성이 멎었지만 60여년전 조국을 위해 피를 흘린 젊은이들의 함성이 아련히 들리는 듯 하다.

감우재고개를 지나 금왕쪽 국도를 따라가다 왼쪽으로 난 산길로 접어들었다.

산등성이 과수원에 달린 사과가 가을 햇살을 받아 유난히 탐스럽게 보인다.

순간적으로 따고 싶은 충동이 느껴질 정도로 사과는 간사한(?)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훔친사과는 얼마나 맛있을까.

20여분 새소리 낭랑한 호젓한 고갯길을 오르자 야트막한 승주고개가 나타난다.

이곳 승주고개에서 한남금북정맥은 꽃동네를 품고 있는 맹동면 소속리산을 향해 줄달음을 친다.

승주고개에서 능선길은 부드럽다. 사각사각 밟히는 낙엽소리가 온 몸에 엔돌핀을 솟게 한다.

완만한 오름과 내림을 이어가면서 정맥길은 어느 심산유곡으로 접어드는 느낌이다.

다른 구간에서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귀를 거스르는 소음도 없다. 청아한 새소리만이 산속의 적막을 깨울 뿐이다.

375.6봉을 지나 40여분 편안 숲길 끝에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이정표에는 승주고개 2.6㎞, 소속리산 5.7㎞, 애기봉 1.1㎞로 표기돼 있다.

애기봉은 한남금북정맥에서는 비켜서 있는 봉우리로 음성읍과 금왕읍의 경계를 이룬다. 아마도 많은 산꾼들이 이곳에서 길을 잘못들어 애기봉으로 향하는 수고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이정표가 세워진 것 같다.

정맥길은 이 곳 갈림길에서 90도 가까이 왼쪽으로 틀어진다. 지나온 길처럼 유순한 숲길이 계속된다. 숲이 내가 되고 내가 숲이 되는 느낌이다. 등줄기에 촉촉이 흘러내리는 땀도 상쾌하게 느껴진다. 멀리 꽃동네 건물이 시야에 잡힌다.

1시간여 편안한 숲길을 지나 이름모를 고갯길로 내려섰다. 고갯길에서 오름길은 다소 가파르다. 하지만 그다지 힘들지 않다. 20여분 오른 산길은 다시 편안해졌다.

산초나무가 군락을 이룬 숲길을 지났다. 산초나무를 이렇게 많이 보는 것도 처음이다.

굽이굽이 능선길을 따라가다 조그마한 성모마리아상과 맞닿았다.

누군가 돌로 만든 울타리안에 모셔진 성모마리아상. 산길에서 마리아상을 조우했다는 것이 생경스런 일이지만 이곳이 꽃동네 근처임을 알게 된 순간 고개가 끄덕거려졌다.

성모마리아상을 지나자 다소 된오름이 시작된다. 20여분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힐 정도로 올랐다.
드디어 꽃동네 건물이 내려다 보이기 시작했다. 꽃동네 뒤편에 이른 정맥길은 꽃동네를 감싸안으면서 오른쪽으로 머리를 튼다. 숲사이로 꽃동네의 이모저모가 내려다 보인다. 우리나라 최대의 사회복지시설인 만큼 규모도 엄청나다.

오웅진 신부가 가난하고 버림받은 이땅의 소외된 이들을 위해 30여년전 설립한 사랑의 공동체 ‘꽃동네’.

꽃동네를 이웃하며 지나는 정맥길도 어느덧 이번 구간의 마지막 종착점인 소속리산으로 향한다.

숲길답지 않게 넓은 길과 정비된 등산로가 인상적이다.

꽃동네 끝나는 부분에서 정맥길은 다시 오른쪽으로 휘어진다. 능선마루에 설치된 송전철탑을 지나 소속리산 정상에 달했다.

해발 431.6m. 금왕일대에서는 가장 높은 산이라고 한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시원치 않지만 간간이 황금들판과 금왕일대의 농공단지가 눈에 들어온다.

소속리산이라는 이름이 이채롭다. 왜 소속리산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보은 속리산과는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일까. 이런 궁금증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참을 수 없는 궁금증 때문에 산관련 전문 사이트를 찾아봤다. 하지만 정확한 답은 얻지 못했다. 다만 보은 속리산의 맥이 서쪽으로 이어는 부분에 있다해서 소속리산이라고 한다고 한다. 만족할만한 해답은 아니지만 보은 속리산과 관계가 있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이곳 소속리산에서 북쪽으로 뻗은 맥은 경기도 과천 관악산과 광주 남한산성으로 이어지고, 서남쪽으로 뻗은 맥은 서운산, 천안 위례성과 덕산, 공주 무성산, 아산 도고산 가야산 등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소속리산 정상을 지나 길은 가파른 내림길로 이어진다. 이번 탐사의 종착점이 다가온다. 공사장 소음소리가 점점 커진다. 평택 충주를 연결하는 고속도로 공사로 정맥길이 끊겼다. 어쩔수 없는 것이라 하지만 마음이 공허하다.

충만한 가을에 들떠 시작한 산행이 그 끝의 여운이 개운치 않다. 비단 필자만의 느끼는 공허함은 아니었으리라.


/특별취재반

△감우재전승기념관

음성읍 감우재에 위치한 감우재전승기념관은 6.25전쟁 중 최초의 대승전인 음성지구(감우재)전투의 승전을 기념하기 위해 무극전적국민관광지에 건립한 것으로 지난 2003년 11월 개관했다.

감우재전승기념관에는 음성지구전투의 관련자료, 6.25전쟁 당시의 전투장비와, 전쟁의 참상, 전쟁당시의 생활상 등에 대한 자료가 전시돼 있다.

1층 전시실은 음성지구 전투상황을 살펴볼 수 있도록 영상 빔프로젝트 시설을 갖춘 영상실, 6.25 전쟁의 참상을 시기 순으로 구성한 대형스크린, 6.25전쟁 당시의 모습을 볼 수 있는 타임비젼 등의 시설을 갖춘 전시공간이다.

2층 전시실은 음성지구 전투의 관련자료인 감우재전투상황 디오라마 · 전투 회고 매직비젼, 총탄에 깨어진 감우재 마을의 종과 6.25전쟁 당시의 국군과 북한군의 군장비 · 보급품,당시의 생활상과 생활도구, 전쟁의 참상 등에 대한 자료가 전시돼 있다.

△음성지구전투란

음성지구전투는 무극리 감우재, 부용산 동락리 일대의 전투를 통틀어 말하며 무극리전투라고 한다. 이 전투는 국군 제6사단 제7연대 및 제1시간 제11연대가 1950년 7월4일부터 7월10일까지 장호원에서 음성방면으로 남하하는 북한군 제15사단을 상대로 북한군 1개연대이상의 병력을 궤멸시킨 6.25전쟁중 최초의 승리를 거둔 전투다.

음성지구 전투의 승리는 북한군의 남하를 지연시켜 낙동강 방어선을 구축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제공해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당시 동락초등학교 김재옥 여교사가 국군에게 결정적인 정보를 알려줘 북한군을 궤멸시키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고, 김 교사를 기리는 비와 기념관이 동락초등학교에 세워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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