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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순동

청주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

한국전쟁 이후 1954년에 박시춘 작곡 가수 백설희의 노래로 우리에게 널리 날려진 "봄날은 간다" 대중가요가 있다. 이 노래만 들으면 눈물이 나서 견딜 수 없는 나에게 또 이 노래가 부딪혀 왔다. 매주 수요일 난타를 배우러 동사무소 무료 교육장에 갔는데 칠판에 이 가사가 적혀 있었던 것이다.

"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

나는 금새 눈물이 핑돌았다. 관광 길에 나서면 누구나 한 마디씩 노래를 하는데 60세에 세상을 떠난 한 분이 이 노래를 구성지게 아주 잘 불렀었기 때문이다. 우연인지 모르지만 그 분의 마지막 입관 예배를 보러 갔었는데 평상시보다 더 고운 화장에 연분홍 치마를 입고 편안히 누워 계셨던 것이다. 정말 봄날처럼 가버리셨다. 2절 마지막 소절은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이고 3절 마지막 소절은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이다. 이 외에도 이 노래 속에는 아름다운 단어가 참 많다. 꽃편지, 청노새, 역마차표 등 우리의 마음을 들뜨게 만드는 단어들이다. 별이 뜨면 같이 웃고 별이 지면 같이 울던 친구들이 하나 둘 죽어간다. 봄날 가듯이 죽어간다. 인천에 사는 친구는 남편 죽고 얼마 안 가 친구마저 죽었다. 그 친구가 죽었을 때 나는 다른 친구에게 부의금을 부탁했었다. 그런데 그만 올봄에 그 친구 잘 있느냐고 물었다가 된서리를 맞았다. 부의금만 부탁하고 교통비도 안주더니 엉뚱한 소리를 한다고 핀잔을 들었다. 순간 나는 아차 싶었다. 치매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서둘러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의사는 다 잊어 버리고 나만을 위해 살라고 한다. 눈물을 흘리며 안간 힘을 써보지만 어떻게 나만을 위해 살 수가 있단 말인가. 어떻게 살든 봄날은 가고 있다. 연분홍 치마를 입은 채로 화장터로 들어간 그 여인은 생전에 정말 아름답게 살았다. 의사 아들, 딸 둘은 교사, 공무원이다. 그보다 더 훌륭한 것은 생전에 그가 보인 남편에 대한 애정이었다. 교회 장로이던 남편이 IMF를 맞았을 때 너무 속상하여 담배를 핀 적이 있었다. 하필이면 그 순간 아내는 지붕 위에 올라가 고추를 널고 있었는데 잠시 틈새에 집 뒷벽에 기대 담배를 피는 남편을 본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화내지 않고 그냥 마냥 웃었단다. 그 웃음소리에 무안한 남편은 그 이후 담배를 피지 않았다는 사연이 있다. 그 여인은 그렇게 봄날처럼 가버렸다.

인생무상이라는 말이 그냥 읊어내는 말이 아니다. 내 이웃이 한 명 한 명 죽어간다. 모두 아름답게 꽃처럼 죽어간다. 장례식을 다녀올 때마다 마음 속에 다짐하는 한 가지는 아름다운 언어를 사용하자는 것이 다. 봄날만 속절없이 가는 것이 아니다. 우리 인생도 짧다. 이렇게 허무한 삶을 살면서 우리가 신중하게 해야 할 것은 언어 사용이다. 솔밭공원으로 소풍을 갔다가 선배를 만났다. 교직 5년만에 부장이 되었다는 내 소식을 들은 그 선배가 불쑥 한 마디 했다. " 연순동은 하나님이 키우시는구나." 그 말 한 마디를 붙잡고 교직 40년을 버티어 왔다. 요즈음 직장생활이 힘들 때 버티기를 잘 해야 한다고 한다. 힘들게 버티기보다는 노랫 가사를 흥얼거리며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 고난은 곧 사라질 것이다. 얄궂게 가버리는 봄처럼 말이다. 무심히 흘려 버린 말 한 마디가 비수가 되어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인생은 봄날처럼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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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