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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순동

청주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

제주도로 여행을 갔다. 10살 손자에게 코스 선택권을 주었다. 첫 번째 코스는 메이즈랜드였다. 그 곳에서 체험한 미로찾기는 내게 큰 의미를 가져다 주었다. 체험 유형을 조조형, 유비형, 제갈공명형, 장비형 네 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었다. 미로를 찾으며 나는 무슨 형일까를 생각해 보았다. 아무런 준비 없이 무작정 미로에 도전하는 장비형이다. 사위는 제갈공명형이었다. 사람들의 발자국이 많은 곳을 살피며 걷는 것이었다. 이번 여행 일정을 잡는 데 있어서도 심사숙고하여 주도면밀하게 다가왔기 때문에 온 가족이 올 수 있었던 것이다. 손자는 유비형이었다. 원칙을 찾으려고 미로 전체를 살피며 달려가고 있었다. 남편은 조조형이었다. 쉬운 길로 들어가서 얼른 출구로 나오는 것이었다. 우리의 모든 과정을 보던 딸이 그건 미로찾기가 아니라 산책이라고 핀잔을 주어 우리 가족은 다시 정식 코스를 밟기로 했다. 돌담 사이사이로 백장미가 활짝 피어 있다. 그 아름다움에 취해 우리 가족은 미로찾기는 잊어 버리고 이야기꽃을 피우며 걸었다. 함께 하는 미로찾기는 한결 쉽고 즐거웠다. 공동체가 주는 시너지 효과가 바로 이런 것이라 생각했다.

우리 삶에서 휴식은 정말 필요하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삶은 어쩌면 미로찾기와 같은 것이다. 사람마다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그런데 그 풀이를 혼자 해가는 사람은 외롭고 힘이 든다. 될 수 있으면 대화의 상대를 찾아 서로 상의해 가면서 생활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다. 지금까지 나의 삶을 돌아볼 때 어려운 미로는 없었다. 하지만 모든 여정이 함정이었고 끝도 없는 막막한 길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지막 갈림길에 들어서니

"이제까지 당신은 35개의 갈림길에서 선택을 잘 하셨습니다. 이제 마지막 선택입니다. 당신의 직관을 믿으십시오."

라는 멋진 게시판이 세워져 있었다. 그렇다. 선택을 잘 해야 한다. 그 때 철학과 가치관, 실력 등 모든 것이 동원되어 중요한 결정을 하게 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직관력이라고 생각되었다.

10세 어린 손자는 뛰어난 감각을 갖고 주저함 없이 미로를 내달렸다. 두려움이나 어둠이 없어 보였다. 그저 목적지를 향해 씩씩하게 내달리고 있었다. 어린 여동생도 무작정 쫓아 다니며 즐거워했다. 그 모습이 대견해 모두 활짝 웃으며 그 어린 아이 뒤를 따라갔다. 그 때 누린 행복은 엄청난 에너지를 충천시켜 주었다. 36개의 관문을 잘 통과하여 성취의 종을 울릴 때 그만 눈물이 날 뻔했다.

우리는 삶의 중요한 갈림길에 서서 yes 와 no를 선택하는 것이다. 대학을 선택할 때, 배우자를 선택할 때가 가장 심각한 기로였다고 본다. 대학을 갈 때는 실력과 경제적 여건에 맞는 곳을 선택했고 배우자 선택에 있어서는 인성을 중요시하여 결정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중요한 선택의 갈림길에서 적정한 길을 걸어왔다고 생각한다.

미로찾기를 하면서 인생의 길목에서 이정표 역할을 해 준 고마운 분들을 기억하게 되었다. 교단에 서는 것이 좋겠다고 일러준 선배님이 고맙다. 그 때 사범대학을 가지 않고 약학과를 갔으면 나는 많은 제자들을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 고 양주동 박사는 제자들이 꽃으로 보이고 교단은 꽃밭이라고 말씀을 하셨다. 교단 앞에 서는 것은 민족 앞에 서는 것이라고 사명감을 넣어주던 선생님께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렸다. 미로를 찾으며, 골목을 돌아가며, 담장 위 장미꽃을 보며, 하늘을 보며 감사의 메시지를 쏘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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