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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걷히면서 삼복더위가 시작되었다. 예나 지금이나 불볕더위는 마찬가지이겠지만 지구 온난화로 인해 무더위가 더욱 심해지는 것 같다. 더위를 이기는 여러 방법 중 하나는 음식을 통해 몸의 허한 기(氣)를 보충해 주는 것이다. 이때가 되면 인근의 물가나 숲을 찾아 개장국, 삼계탕, 장어구이 등 보양식을 먹으며 탁족(濯足)을 하거나 천렵을 했는데 이를 '복달임'이라 한다. 복달임에는 여러 보양식품이 등장하나 대표적 보양식은 개장국이다.

원래는 개장국, 구탕, 구장 등으로 불렸는데 요즘에는 몸을 보한다하여 '보신탕'으로 많이 불린다. '보신탕' 또한 혐오감을 준다하여 다시 '사철탕' '영양탕' 등으로 바꿔 부르기도 하지만 역시 그런 별칭의 원조는 '개장국'이다. 순조 때의 학자 홍석모가 쓴 동국세시기를 보면 "진덕공(秦德公) 2년에 4대문 안에서 개를 잡아 삼복 제사를 지내 충해(蟲害)를 예방했다"는 고사를 인용하고 있다. 동의보감에는 "개고기는 오장을 편하게 하고 혈맥을 조절한다"라고 적혀있고 열양세시기에는 "복날 개장국은 양기를 돋운다"고 기록되어 있다. 조선 후기에 정약용의 아들 정학유가 쓴 농가월령가 8월에 보면 "며느리 말미 받아/ 본집(친정)에 근친갈제/ 개 잡아 삶아 건져 떡고리와 술병이라"라는 구절이 등장한다. 이로 보면 개고기의 식용은 옛날부터 보편화된 우리의 음식문화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개고기를 먹으려면 다리 밑이 제격이다. 그 많은 장소 중에 굳이 다리 밑을 선택하는 것은 응달이 지고 강바람이 더위를 쫓아주기 때문일 것이다. 청주 인근에서 개를 잡아먹던 곳으로는 팔결다리, 여천다리 등지이며 증평에서 괴산으로 넘어가는 모래재 등지도 복달임 천렵의 단골장소로 꼽힌다. 지금은 그런 광경을 볼 수 없지만 1960~1970년대 까지만 해도 외곽의 다리에서 죄 없는 땡칠이가 교수형을 당하는 흉한 장면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여기에다 '개는 패서 잡아야 맛이 있다'고 하여 교수형을 집행하며 장작으로 개를 마구 패기도 했다. 그래서 나온 속담이 "복날 개 패듯 한다"라는 말이다. 한쪽에서는 아낙네들이 가마솥에 물을 끓이고 한쪽에서는 남정네 들이 개를 잡았다.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복달임이 여름철의 낭만으로 풀이되나 극형을 당하는 견공(犬公)의 입장에서 보면 최악의 날이고 종말의 날이다. 평생 주인을 위해 충성을 다했는데 상은 못줄망정 '팽'당하는 것이 개의 입장으로 보면 여간 억울한 게 아니다.

서양에서는 한국의 이런 풍습을 야만적 행위로 보며 자주 공격적인 언사를 퍼붓고 있다. 88서울올림픽을 전후하여 프랑스의 배우 브리지드 바르도 같은 유명인사가 개고기를 먹는 식습관에 대해 독설을 가했다. 어떤 외지에는 한국을 소개하는 기사에서 '개를 먹는 나라' 등으로 우리의 식습관을 폄하했다. 한국을 소개할 만한 그 많은 소재를 접어두고 악의적 언사를 내뱉는 일부 외신에 슬그머니 부아가 치민다. 충청대 식품영양학부 안용근 교수에 따르면 프랑스의 조상인 골루아족이 살던 유적에서 개를 일상적으로 잡아먹은 흔적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또 프러시아~프랑스 전쟁 때, 프랑스에서 개를 모두 잡아먹어 파리 시내에 개가 한 마리도 없었고 당시 개고기 요리법 책도 나왔다 한다. 이로 보면 개고기 섭취에 대해 프랑스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로마시대에도 '시리우스'라 불리는 '큰개자리' 별이 태양과 함께 떠있는 여름철 개를 잡아 제사를 지내며 '개별'을 달랬다고 한다.

동아시아에서는 개고기를 식용으로 하는 나라가 여러 곳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 베트남, 필리핀 등 여러 나라가 개고기를 즐겨먹고 있다. 중국에서도 식당 간판에 구육, 구탕을 아무 거리낌 없이 적어놓고 있다. 다만 중국의 개고기는 '쌍차이'라는 향료를 넣어 우리의 비위에 잘 맞지 않는다. 음식을 주문할 때 "이 향료를 넣지 말라"고 하면 그냥 먹을 만하다. 개고기를 먹는 나라가 한 둘이 아니거늘 왜 하필이면 우리나라가 공격의 타킷이 되는지 모를 일이다. 필자는 10여 년 전, 청원 문의에서 '아홉 용머리 축제'가 열릴 때 이 축제에 참가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개고기 시식회' 이벤트를 열은 바 있다. 이에 희망자가 10여 명에 이르렀고 이 별난 뉴스는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다. 그러니까 서구인들이 개고기를 안 먹는다는 것은 일종의 선입관이다. 여름철 복달임의 대표 음식인 개고기를 혐오식품으로 간주하는 것도 편견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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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