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구름조금충주 17.0℃
  • 맑음서산 18.6℃
  • 맑음청주 18.1℃
  • 맑음대전 18.5℃
  • 구름조금추풍령 19.0℃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홍성(예) 18.0℃
  • 맑음제주 21.3℃
  • 맑음고산 18.8℃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제천 17.2℃
  • 구름조금보은 17.3℃
  • 구름조금천안 17.8℃
  • 맑음보령 18.9℃
  • 맑음부여 18.7℃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가장이라는 이름 대신, 함께 살아가는 사람으로

  • 웹출고시간2025.06.04 17:01:23
  • 최종수정2025.06.04 17:01:22

하기룡

충북여성재단 위촉 양성평등교육 전문강사/화담성문화연구소 대표

2016년 1월 31일 방영된 SBS스페셜 422회의 한 장면이 기억난다. 한 남자아이가 거실에 누워 한쪽 팔로 머리를 괴고 TV를 보고 있다.

주방에서는 엄마가 아침을 준비하고 여동생이 상을 차린다. 그 아이는 밥을 먹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며 이렇게 말한다.

"아빠가 집에 없을 땐 내가 왕이에요"

2023년, 모 고등학교에서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진행하던 중에는 한 남학생 반의 급훈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10분만 더 공부하면 미래의 아내 얼굴이 달라진다" 언뜻 농담처럼 보일 수 있는 문장이지만, 그 이면에는 '좋은 학벌과 사회적 성공을 통해 더 아름다운 여성을 배우자로 선택할 수 있다'는 외모 중심의 성차별적 사고와 성역할 고정관념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었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결국 남성이 '왕'이자 '가장'이 돼야 한다는 인식을 강화한다. 그리고 많은 이들은 이를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말한다.

나 역시 그렇게 살아왔다. 한국 사회에서 태어난 남성이라면 대부분 비슷할 것이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사회는 나에게 '가장의 역할'을 부여했다.

그래서 나는 강해야 했고, 성공해야 했고, 가족을 부양해야 했다. 나는 아파도 말하지 않고, 힘들어도 쉬지 않았고,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고, 울고 싶어도 울 수 없었다.

왜냐하면, 가족을 부양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삶의 방식은 많은 남성들에게 큰 부담이 된다.

2023년 충북의 자살사망률은 28.6명으로, 충남에 이어 전국 2위를 기록했다. 이는 OECD 평균의 2.7배에 달하는 수치다. 특히 남성 자살률은 여성보다 2.2배 높았고, 경제활동 인구인 20~64세 남성의 자살률은 전년 대비 30.6% 증가했다.

이는 단지 개인의 정신적 문제로만 설명할 수 없다. 경제적 어려움, 관계의 단절,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문화 등 그 뒤 뒤편에는 '가장'이라는 이름의 무게가 있다.

이제는 사회가 달라져야 한다. 바뀌어야 한다. 아프면 말할 수 있고, 힘들면 쉴 수 있고, 도움이 필요하면 요청할 수 있고, 울고 싶으면 울 수 있는 사회여야 한다.

나는 '가장'이 아니라, 가족의 한 사람으로 함께 살아가고 싶다.

맞벌이든 홑벌이든 관계없이 살아갈 수 있는 사회, 자녀 돌봄과 교육에 가정과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사회, 개인의 책임만을 강요하지 않는 사회, 성별에 관계없이 각자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

나는 그 해답을 '양성평등'에서 찾고 싶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위한 답이기도 하다.

양성평등교육은 우리 사회가 당연하게 여겨온 가장의 역할을 되짚고, 그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어가자는 실천이다.

그것은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부여된 억압적인 역할을 내려놓고, 각자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다.

책임, 희생, 침묵, 강인함, 그 모든 것이 한 사람에게 집중됐을 때 삶은 균형을 잃고 개인은 보이지 않게 된다.

양성평등교육은 그 무게를 나누고, 역할을 함께 짊어질 수 있는 사회적 토대를 만드는 첫걸음이다. 그리고 그 변화는,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인식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