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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06.01 15:09:37
  • 최종수정2025.06.01 15:09:37

이향수

건국대 교수

요즘 들어 부쩍 착잡한 마음이 든다. 뉴스에서는 매일같이 인공지능이 수많은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고 말한다. AI 상담원, 자율주행 배송, 자동번역기… 우리가 익숙했던 일들이 하나둘 기계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마트 계산대에서도 사람 대신 무인 셀프계산기가 웃고 있고, 취업 포털에서는 이력서조차 AI가 먼저 읽는 세상이 되었다. 빠르다. 너무 빠르다.

기술의 발전은 분명 인류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주었다. 우리는 더 안전하게 일할 수 있고, 더 빠르게 정보를 얻으며, 더 넓은 세상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마음 한구석이 불안해졌다. 내가 쌓아온 경험이, 누군가의 성실함이, 정직하게 흘린 땀이 '대체 가능'이라는 말 앞에서 초라해지는 것만 같아서다.

아침 출근길, 버스 안 사람들의 표정을 바라본다. 모두가 각자의 하루를 시작하려는 얼굴이다. 회사로, 공장으로, 학교로, 돌봄의 현장으로 향하는 이 평범한 사람들의 하루. 그들이 하는 일이 내일도 여전히 '사람'에게 필요한 일일까? 아니면 어느새 AI가 대신하고 있을까? 이 질문이 문득 마음을 무겁게 한다.

하지만 기술은 도구이지, 목적이 아니다. 기계는 효율을 따지지만, 사람은 관계를 맺는다. 환자의 손을 잡아주는 간호사의 눈빛, 아이를 기다리며 도시락을 싸는 부모의 손길, 실수한 동료를 다독이는 말 한마디. 그것은 결코 인공지능이 흉내 낼 수 없는 일이다. 진심과 배려, 맥락을 이해하는 감정의 깊이는 기계가 아닌 사람만이 지닐 수 있다.

마을 도서관에선 여전히 사람이 책을 꽂는다. 작은 마트에서는 점원이 손수 가격표를 붙인다. 어느 동네 카페에서는 바리스타가 손글씨로 쓴 응원 문구를 종이컵에 남긴다. 그런 장면을 보며 안도한다. 아직 우리가 필요한 세상이 존재하고 있다고, 사람의 마음을 알아주는 일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믿게 된다.

더욱이 인간은 늘 변화에 적응하며 진보해온 존재다. 농경 사회에서 산업 사회로, 산업 사회에서 정보화 사회로, 그리고 지금은 AI 기반의 초연결 사회로. 그 어느 시기에도 인간은 위기를 넘어서서 새로운 역할을 찾고, 다시 자신만의 가치를 증명해왔다. 그러니 이번에도 우리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다만 우리가 기술에 모든 것을 맡기는 대신, 다시 사람을 중심에 두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빠른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이 아니고, 효율이 반드시 정의는 아니다. 우리는 사람을 돌보는 사회, 함께 일하는 공동체, 존중과 배려가 살아 있는 일터를 꿈꿔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스마트 사회의 조건이 아닐까.

그래서 오늘도 나는 나의 일을 한다. 누군가는 말한다. "당신의 일도 언젠가는 사라질 수 있어요." 맞다.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사람의 온기를 필요로 하는 일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고장 난 기계는 쉽게 갈아끼울 수 있어도, 지친 마음을 어루만지는 손길은 결코 대체되지 않는다. 어쩌면 AI 시대에 가장 필요한 능력은 사람을 아끼는 마음, 그리고 함께 살아가려는 태도인지도 모른다.

여름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나는 다시 길을 걷는다. 조금은 불안하지만, 여전히 희망을 품고. 기술은 진보하되, 우리는 인간다움을 지켜낼 것이다. 그 믿음이 있는 한, 변화 속에서도 우리는 다시 피어날 수 있다. 그러니 기계 너머의 사람을, 사람 너머의 마음을 잊지 말자. 그것이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능력이자, 끝내 지켜야 할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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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