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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수

건국대 교수

세상이 유난히 소란스럽다.

신문을 펼치면 정치 뉴스가 끝도 없이 쏟아지고, 텔레비전을 켜도 사람들의 얼굴은 답답함과 허무함으로 얼룩져 있다. 거리에는 저마다 한마디 보태려는 듯 목소리가 점점 높아진다. 세상이 어지러우니 마음도 휘청거리는 것 같다.

하지만 오늘, 결심했다. 잠시 모든 소란을 끄기로. 세상의 분주함과 내 안의 불편한 감정을 잠시 옆에 내려놓기로 했다.

낡은 운동화를 꺼내 신었다. 길가에 가득 핀 연보랏빛 들꽃들이 부드럽게 손짓하는 동네 공원으로 향했다. 멀리서부터 은은하게 퍼지는 풋풋한 봄내음이 코끝을 간질인다. 봄은 어김없이 찾아와 있었다. 세상이 아무리 뒤숭숭해도, 꽃들은 제 때를 알고 피어났고, 바람은 부드럽게 나뭇가지를 흔들었다.

벤치에 앉아 하늘을 바라본다. 파란 하늘 아래, 땅을 가득 메운 연보라 꽃무리가 바람에 살랑인다. 마치 누군가 땅 위에 부드러운 편지를 펼쳐 놓은 듯하다. 세상의 온갖 소란과는 상관없이, 자연은 여전히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그 변함없음이 고맙고, 또 눈물겹다.

옆에서는 어린아이들이 깔깔 웃으며 달리고 있다. 아장아장 걷는 아이를 따라가는 부모의 눈빛은 사랑으로 가득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문득 생각했다. 지금 이 순간, 이 작은 평화야말로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것이라고. 거창한 구호나 거센 외침보다, 이렇게 곁에서 피어나는 따스함이 더 깊은 울림을 준다고.

봄은 말이 없다. 굳이 해명하지도, 누군가를 설득하려 들지도 않는다. 다만 있는 힘껏 피어오르고, 저마다의 빛깔로 세상을 물들인다. 때로는 그런 봄에게서 배워야 할 것 같다. 불필요한 말 대신 조용히 나를 지키고, 흔들리되 꺾이지 않는 마음을 키우는 것. 세상의 부침에도, 매서운 바람에도 꺾이지 않는 그리움과 희망을 품는 것.

오늘 이 아름다운 봄날을 마음에 깊이 담기로 했다. 세상의 시끄러움에 휘둘리지 않고, 내 안에 조용한 봄을 키우기로 했다. 아직은 변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스스로 다독이기로 했다. 꽃은 서두르지 않지만 결국 만개하고, 강물은 길을 잃지 않지만 결국 바다에 이르지 않는가.

손바닥에 내려앉은 작은 들꽃 한 송이를 살짝 쥐었다. 손끝에 닿는 그 여린 감촉이 이상하게 든든하게 느껴졌다. 아무리 혼란스러운 세상이라도, 이 손안의 봄을 지킬 수 있다면, 아직 희망은 남아 있다고 믿고 싶다.

공원을 한 바퀴 천천히 걸었다. 햇살은 내 어깨를 따뜻하게 감싸주었고, 봄바람은 이따금 장난스럽게 머리카락을 흩트렸다. 웃는 사람들,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사람들,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사람들. 누구도 대단한 주장을 외치지는 않았지만, 그 존재만으로 이미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답게 만들고 있었다.

그런 봄날을 사랑한다.

시끄러운 세상 한가운데서도, 소란 너머의 고요를 느낄 줄 아는 사람들. 작은 웃음, 작은 친절, 작은 희망을 놓지 않는 사람들. 오늘 하루, 그들과 함께 이 아름다운 봄을 살 수 있음에 감사했다.

봄은, 우리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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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