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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10.14 16:16:59
  • 최종수정2024.10.14 16:16:58

홍연옥

충주 아이들세상어린이집 교사

"내가 선물 주려고 가져왔어!"

이제 막 등원하는 아이가 현관에 들어서기 무섭게 작은 종이가방을 번쩍 들며 자랑한다.

종이가방 안에는 스낵 한 봉지와 캐릭터 스티커를 덕지덕지 붙인 카드 엽서가 들어 있다.

편지도 썼냐는 내 질문에 가장 좋아하고 아끼는 스티커도 왕창 붙였다며 뿌듯해하는 아이의 얼굴에는 상대방을 정말로 좋아한다는 진심이 가득 묻어있다. 입가에는 사랑을 담은 홍조가 피어난다.

오늘은 우리 어린이집 아이들과 숭덕학교 유치부 친구들이 함께 통합나들이를 가는 날이다.

꾸러기들과 교사들이 한 방에 빙 둘러앉아서 오랜만에 만날 숭덕 친구들의 이름을 되새기며, 어떤 놀이가 펼쳐질지 자기만의 계획을 피력해 보기도 한다. 그리고 드디어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출발하는 꾸러기들의 발걸음 뒤로 설렘과 반가움의 발자국이 천진난만하게 찍힌다.

충북 유일의 공동육아어린이집인 '아이들세상'의 꾸러기들은 숭덕학교 유치부의 친구들을 한 달에 두 차례씩 만나서 통합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숭덕학교'는 장애를 가진 친구들의 다양한 교육적 욕구 충족을 위해 운영하고 있는 특수학교다.

터전(공동육아어린이집을 부르는 명칭)과 숭덕학교 유치부 친구들의 인연은 20년 넘게 이어져오고 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숭덕학교 친구들을 처음 만났을 당시의 느낌은 생생하게 내 가슴 한 쪽을 채우고 있다.

우리는 반편견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자라온 세대다.

오히려 장애를 가진 친구들에 대한 편견으로 가득 찬 세대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내가 신임 교사 시절, 꾸러기들을 데리고 장애통합나들이를 가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생소함에 대한 내적 두려움과 당황스러움을 마주해야 했다. 마침 동행하는 선배 교사가 그런 신입 후배의 심경을 간파했는지 넌지시 말씀하셨다.

"우리 아이들도 각자 다 다르잖아요. 사람은 누구나 다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면 편견을 무너뜨리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터전의 아이들은 아기였을 때부터 그 친구들과 함께 지낸 시간이 많아서 그런지 편견 없이 어울려 놀더라고요."

그 선배 교사의 말은 정말이었다.

꾸러기들은 친구들을 만나자마자 달려가서 반갑게 인사하고, 부둥켜안기도 했다.

또 휠체어를 타고 있는 친구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 서로 휠체어를 밀어주겠다며 다투기도 했다.

나는 여전히 남아 있는 소심한 두려움과 당황을 조용히 씻어내며 아이들 뒤에서 자연스러운 어울림을 지켜보았다.

그렇게 20여 년이 지나다 보니 시나브로 아이들의 반편견 시선에 젖어들었다.

숭덕학교 유치부와 끊임없는 통합 활동을 이어오면서 우리 터전을 거쳐 간 부모와 아이, 교사들은 분명히 보고 느꼈을 것이다.

장애를 가진 친구와 비장애 친구들이 함께 어울려 놀다 보면 반드시 상호협조가 생겨난다.

특히 서로 이해하고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의미 있는 상호작용'의 효과가 두드러진다.

첫날의 두려움과 당황이 사라진 자리를 채운 것은 반가움과 행복이다.

통합나들이를 마치고 학교로 돌아가기 위해 노란 버스에 오르는 숭덕친구들과 배웅하는 꾸러기들이 너도나도 손을 흔들어 인사를 건넨다.

그리고 다음에 또 만나자는 인사를 잊지 않는다.

버스가 모퉁이를 돌아 보이지 않을 때까지 멈추지 않는 아쉬움의 손짓에는 서로가 있을 때 더 행복하다는, 말로 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지혜가 담겨 있다.

교사로 불리지만 아이들에게 매일매일 배워가는 또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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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