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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세명대학교 상담심리학과 부교수

대단히 규칙적인 생활을 했던 것으로 유명한 철학자 칸트는 40년 동안 새벽5시 기상-명상-철학 강의-점심식사-산책-독서-수면으로 짜인 일과를 거의 어긴 적 없이 지켰다고 한다. 칸트가 매일같이 정확한 시간에 같은 위치에 등장하는 바람에 마을 사람들은 칸트의 산책 시간을 기준으로 시계를 맞추었다고 하니, 그가 얼마나 꾸준하고 정확했는지 짐작이 간다. 그 복잡하고 심오한 철학 체계를 정립하기 위해서는 일상이 저처럼 단출하게 운용되어야만 할 것 같기도 하다.

반면 예술가에 대해서는 대개 방종한 생활이나 무규칙한 삶과 관련된 에피소드 중심으로 전해지는 경우가 많다. 일반 대중이 '예술가'라는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에게 가지는 편견은 대중적으로 유명한 예술가들이 가지고 있는 일화들에 의해 형성된 것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전설적인 아티스트 피카소는 그의 작품만큼이나 화려했던 여성 편력으로도 유명하다.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의 전기를 다룬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모차르트는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술에 빠져 정신없이 사는 방탕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작가 헤밍웨이 역시 대문호로서의 훌륭함 외에도 잘생긴 미모와 그에 따른 끊임없는 염문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어린 시절 읽었던 위인전에서마저 철학자나 과학자, 정치인은 그들의 성실함이나 꾸준함, 정의로움 등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을 이루는 반면, 예술가에 대해서는 재능과 함께 스캔들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다. 왜 예술가들은 온갖 스캔들과 함께 얘기될까. 정말 모든 예술가들이 방탕한 생활을 했기 때문일까.

해외에서 위인들의 일기와 편지 등을 바탕으로 재현한 그들의 일과를 보면 대부분의 예술가들은 상당히 성실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치로 유명한 소설가 오노레 드 발자크는 (경제적 사정 때문에) 매일 13시간씩 글을 썼으며, 베토벤은 매일 8시간 이상 작곡에 몰두했다. 시인 마야 안젤루는 매일 직장인처럼 출근하여 하루 8시간씩 시를 쓰고 그렇게 쓴 시를 남편에게 읽어주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흔히 누군가 "예술을 한다"고 하면 으레 각자의 머릿속에 떠올리는 편견이 있다. 예전에 일 때문에 어떤 예술가와 미팅을 하게 되었다.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찢어진 청바지와 슬리퍼, 어둑어둑할 무렵에도 쓴 썬글라스, 길고 부스스한 머리카락을 한 그는 담배를 손가락에 끼우고 나타났다. 그 어느 것도 평범해 보이는 게 하나 없었다.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자유로운 영혼이시군요."라고 말해버렸다. 아차, 싶어서 빠르게 사과했지만 그는 많이 듣는 얘기라며 허허 웃어 넘겼다.

그는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며 참여했던 어떤 구성원보다도 성실했다.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표현 안에 녹여낸 편견 덩어리, 그러니까 불성실하며, 방탕하고, 제멋대로인 사람이라고 폄훼하는 의미를 돌려 말한 스스로의 편견과 무지에 부끄러웠다. 철학자의 정확함이 그의 학문을 받치고, 소설가의 다양한 경험이 그의 작품세계를 구성하듯, 예술가의 어떤 측면에서의 방탕함은 그의 예술을 가능케 한다. 모두를 단 하나의 잣대로 판단할 수 없다. 다양한 직업군에 맞는 다양한 평가 기준이 필요하다. 우리에게 예술가에 대한 선입견이 있다면 그러한 선입견이 어디로부터 왔고 어떻게 굳어졌는지 한 번 생각해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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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