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26.0℃
  • 구름많음강릉 28.0℃
  • 구름많음서울 24.5℃
  • 맑음충주 25.4℃
  • 맑음서산 21.4℃
  • 맑음청주 25.4℃
  • 맑음대전 25.8℃
  • 맑음추풍령 26.0℃
  • 맑음대구 26.1℃
  • 맑음울산 22.5℃
  • 맑음광주 25.0℃
  • 구름조금부산 21.0℃
  • 맑음고창 25.3℃
  • 맑음홍성(예) 23.7℃
  • 구름조금제주 18.9℃
  • 구름조금고산 18.1℃
  • 구름조금강화 22.5℃
  • 맑음제천 23.9℃
  • 맑음보은 25.4℃
  • 맑음천안 24.9℃
  • 맑음보령 22.5℃
  • 맑음부여 24.9℃
  • 맑음금산 26.8℃
  • 맑음강진군 22.8℃
  • 맑음경주시 28.3℃
  • 맑음거제 21.0℃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김은정

세명대학교 상담심리학과 부교수

대단히 규칙적인 생활을 했던 것으로 유명한 철학자 칸트는 40년 동안 새벽5시 기상-명상-철학 강의-점심식사-산책-독서-수면으로 짜인 일과를 거의 어긴 적 없이 지켰다고 한다. 칸트가 매일같이 정확한 시간에 같은 위치에 등장하는 바람에 마을 사람들은 칸트의 산책 시간을 기준으로 시계를 맞추었다고 하니, 그가 얼마나 꾸준하고 정확했는지 짐작이 간다. 그 복잡하고 심오한 철학 체계를 정립하기 위해서는 일상이 저처럼 단출하게 운용되어야만 할 것 같기도 하다.

반면 예술가에 대해서는 대개 방종한 생활이나 무규칙한 삶과 관련된 에피소드 중심으로 전해지는 경우가 많다. 일반 대중이 '예술가'라는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에게 가지는 편견은 대중적으로 유명한 예술가들이 가지고 있는 일화들에 의해 형성된 것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전설적인 아티스트 피카소는 그의 작품만큼이나 화려했던 여성 편력으로도 유명하다.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의 전기를 다룬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모차르트는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술에 빠져 정신없이 사는 방탕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작가 헤밍웨이 역시 대문호로서의 훌륭함 외에도 잘생긴 미모와 그에 따른 끊임없는 염문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어린 시절 읽었던 위인전에서마저 철학자나 과학자, 정치인은 그들의 성실함이나 꾸준함, 정의로움 등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을 이루는 반면, 예술가에 대해서는 재능과 함께 스캔들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다. 왜 예술가들은 온갖 스캔들과 함께 얘기될까. 정말 모든 예술가들이 방탕한 생활을 했기 때문일까.

해외에서 위인들의 일기와 편지 등을 바탕으로 재현한 그들의 일과를 보면 대부분의 예술가들은 상당히 성실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치로 유명한 소설가 오노레 드 발자크는 (경제적 사정 때문에) 매일 13시간씩 글을 썼으며, 베토벤은 매일 8시간 이상 작곡에 몰두했다. 시인 마야 안젤루는 매일 직장인처럼 출근하여 하루 8시간씩 시를 쓰고 그렇게 쓴 시를 남편에게 읽어주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흔히 누군가 "예술을 한다"고 하면 으레 각자의 머릿속에 떠올리는 편견이 있다. 예전에 일 때문에 어떤 예술가와 미팅을 하게 되었다.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찢어진 청바지와 슬리퍼, 어둑어둑할 무렵에도 쓴 썬글라스, 길고 부스스한 머리카락을 한 그는 담배를 손가락에 끼우고 나타났다. 그 어느 것도 평범해 보이는 게 하나 없었다.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자유로운 영혼이시군요."라고 말해버렸다. 아차, 싶어서 빠르게 사과했지만 그는 많이 듣는 얘기라며 허허 웃어 넘겼다.

그는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며 참여했던 어떤 구성원보다도 성실했다.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표현 안에 녹여낸 편견 덩어리, 그러니까 불성실하며, 방탕하고, 제멋대로인 사람이라고 폄훼하는 의미를 돌려 말한 스스로의 편견과 무지에 부끄러웠다. 철학자의 정확함이 그의 학문을 받치고, 소설가의 다양한 경험이 그의 작품세계를 구성하듯, 예술가의 어떤 측면에서의 방탕함은 그의 예술을 가능케 한다. 모두를 단 하나의 잣대로 판단할 수 없다. 다양한 직업군에 맞는 다양한 평가 기준이 필요하다. 우리에게 예술가에 대한 선입견이 있다면 그러한 선입견이 어디로부터 왔고 어떻게 굳어졌는지 한 번 생각해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기술을 넘어 협력으로" 성장 네트워크 구축하는 충북이노비즈

[충북일보] "충북 이노비즈 기업들이 연결을 통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은 지역 내 탄탄한 경제 기반으로 핵심역할을 하고 있다. 30일 취임한 안준식(55) 신임 이노비즈협회 충북지회장은 회원사와 '함께 성장하는 기술혁신 플랫폼'으로서 이노비즈협회 충북지회 역할을 강화한다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안 신임 회장은 "취임 후 가장 먼저 해야할 부분은 이노비즈기업 협회와 회원사 위상 강화"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대외협력위원회(위원장 노근호 전 충북테크노파크 원장) △경영혁신위원회(위원장 이미연 ㈜유진테크놀로지 대표) △회원사 협력위원회(위원장 한연수 ㈜마루온 대표) △봉사위원회(위원장 함경태 ㈜미래이앤지 대표) △창립 20주년 추진위원회(위원장 신의수 ㈜제이비컴 대표)로 5개 위원회를 구성했다. 안준식 회장은 도내 회원사들이 가진 특징으로 빠른 적응력과 협력네트워크를 꼽았다. 그는 "충북 이노비즈 기업은 제조 기반 기술력과 신사업으로의 적응력이 뛰어나다. 첨단산업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다수 분포해 있고, 산업단지 중심 클러스터화도 잘 이뤄져 있어 협력 네트워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