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구름조금충주 17.0℃
  • 맑음서산 18.6℃
  • 맑음청주 18.1℃
  • 맑음대전 18.5℃
  • 구름조금추풍령 19.0℃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홍성(예) 18.0℃
  • 맑음제주 21.3℃
  • 맑음고산 18.8℃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제천 17.2℃
  • 구름조금보은 17.3℃
  • 구름조금천안 17.8℃
  • 맑음보령 18.9℃
  • 맑음부여 18.7℃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23.08.30 17:59:24
  • 최종수정2023.08.30 17:59:28

김은정

세명대 교양대학 부교수

미국의 음악 명문 줄리어드의 강당에서 지휘 마스터클래스가 열리고 있다. 지휘자를 꿈꾸는 학생들이 당대 최고의 지휘자를 초청하여 가르침을 받는 자리다. 오늘 대표로 가르침을 받기로 한 남학생이 지휘봉을 잡고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있다. 이 학생의 지휘를 별안간 멈춰 세우는 이는 그날의 마스터이자 베를린 필하모닉 최초의 여성 상임지휘자 '리디아 타르'다. 그녀는 스스로 '오케스트라의 시간을 시작하는 존재'라고 정의할 만큼 강한 에고를 가지고 있다. 최초라는 수식어를 쟁취한 인물답게 강력한 카리스마도 느껴진다. 리디아는 학생에게 연신 공격적인 질문을 던진다. 긴장한 학생은 다리를 떨기 시작한다. 리디아의 질문이 계속되고 학생은 나름대로 답하지만 아무래도 리디아 마음에 차지 않는 모양이다. 긴장이 높아질수록 학생의 다리가 더욱 심하게 떨린다. 리디아와 학생의 토론은 점점 격해지고, 그의 다리 떠는 모양새를 참기 어려웠던 리디아는 그의 허벅지를 눌러 제지한다.

위 내용은 영화 <타르>의 한 장면이다. 영화 초반부에 나왔던 위 장면은 영화 후반부 리디아의 위기와 맞물려 일종의 증거 역할을 하게 된다. 리디아와 남학생의 토론이 시작되자 당시 마스터클래스에 함께 참여했던 학생들이 조용히 휴대전화를 들어 촬영한 것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촬영된 영상은 다시 누군가에 의해 한곳으로 모여 편집된다. 편집된 영상에서는 격론의 맥락은 모두 잘리고 리디아가 남학생의 등과 다리를 터치하는 장면만 남아 있다. 얼굴 가까이 손가락을 튕겼던 행위는 카메라 각도에 의해 마치 얼굴에 주먹질하는 것 같은 장면으로 탈바꿈되었다. 이렇게 편집된 영상은 리디아를 학생을 성추행하고 폭행하는 악인으로 보이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렇게 학생을 추행하고 폭행하는 악인인 채로 리디아의 영상은 SNS를 통해 삽시간에 퍼졌다. 그러나 우리는 영화 초반에서 저 사건의 전체 맥락을 목격했다. 리디아의 다른 악행과 별개로 편집된 영상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사진 기술은 19세기 초 실증주의 과학의 시대가 열리며 등장하여 이후 대중적으로 보급되었다. 초창기에는 사진기를 통해 찍히는 기계적 객관성에 주관적 개입이란 있을 수 없다고 믿었기에 사진이 보여주는 모든 것들은 그 자체로 사실이고 진실이 되었다. 최첨단 기술이 발달한 지금까지도 여전히 '사진적 진실'의 신화는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는 듯하다. 포토샵, 앱 등을 통해 손쉬운 조작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급한 순간에 증거를 남기기 위해 우리는 여전히 카메라를 들이밀지 않는가? 카메라를 통해 촬영된 결과물은 여전히 사람이나 사건, 또는 사물의 존재에 대한 어느 정도 객관적인 진실이라고 이해되는 것이다.

영상이 현대인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지금도 많은 사람이 알고리즘에 의해 제공된 영상을 시청하며 각자 자기만의 진실을 본다. 누구나 사진과 영상을 찍을 수 있고, 누구에게나 퍼뜨릴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수 초 내에 하나의 영상이 전 세계인들에게 공유될 수도 있는 세상이다. 그 영상은 진실된 것일 수도, 조작된 것일 수도 있다. 확산 과정에서 영상 이미지가 편집될 것은 예상 가능하다. 이제 사진 한 장이면 그대로 '객관적 진실'로 인정되었던 시기는 지났다. 이제 영상 윤리에 대하여 본격적으로 이야기되어야 할 때이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