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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화

무심수필문학회 사무국장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이라니 마음이 설렜다. 책과 영상으로 접했던 대가의 작품을 직접 마주한다니. 그의 이름을 들으면 '빛'이란 단어가 먼저 떠오른다. 오래전 '빛의 교회'란 건물을 맨 처음 봤을 때의 감동이 되살아났다. 비록 사진이었지만, 건축예술에 무지한 나는 건물 벽에 틈을 낸 작품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단순한 디자인의 교회 안에 자연 채광을 들인 십자가는 빛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재단의 십자가를 자연의 빛으로 장식한 그 발상의 근원이 궁금했던 기억이 있다.

초록빛 잔디가 깔린 주차장이 안온하게 차를 받아준다. 자동차도 휴식이 필요하다는 듯 싱그러운 초록빛 광장이 품을 내준다.

미술관 전체적인 분위기에서 미니멀리즘을 추구하고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하는 그의 철학을 읽는다. 각각의 자연 테마로 조성된 야외 정원을 산책하듯이 거닐며 감상했다. 조각정원 한편에 '빛의 공간'이 있다.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외관이 먼저 시선을 끈다. 콘크리트 건물 안에서 노니는 햇살 줄기를 좇다가, 문득 내 안에도 빛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통로가 필요함을 느낀다.

7월 중순의 날씨가 변화무쌍하다. 가벼운 소나기가 흩뿌리듯 지나가면 바로 뜨거운 볕이 나온다. 미술관 관람을 하려면 야외 정원과 실내 갤러리를 넘나들게 된다. 곳곳의 출입문 근처에 비치된 우산이 뜨거운 햇살과 소나기를 차단하는 양용으로 요긴했다.

물의 정원을 건너 본관 건물에 들어섰다. 이곳 어딘가에 겸손한 사람만이 볼 수 있는 작품이 있다고 했다. 이곳으로 오는 차 안에서 친구가 농담처럼 전해 준 힌트이다. 호기심을 잠재우고, 감상 감흥을 반감시키지 않으려는 그의 배려를 존중하기로 했다. 겸손해야 들어갈 수 있다니 어떤 테스트라도 거처야 하는 걸까· 하는 상상도 즐거웠다.

스위스의 현대 미술가 '우고 론디노네'의 작품이 전시 중이다. 잘 모르는 작가라서 팸플릿을 커닝하며 전시실에 들어섰다. '삶과 자연의 순환, 인간과 자연의 관계' 그 안에서 형성되는 인간 존재와 경험을전한다는데, 작품 전반에 '어둠과 빛, 삶과 죽음 등 자연의 순환이 녹아있다는 느낌이다.

방향 의식 없이 이동하다가 하얀 가림막이 설치된 전시실 앞에 멈춰 섰다. 준비 공간이라 생각하고 지나치려는데 친구가 아래쪽을 가리킨다. 대여섯 살 정도의 아이가 들어갈 만큼의 통로가 있다. 고개를 숙이고 들어간 후에 알았다. 겸손한 사람만 감상할 수 있다는 전시관이 바로 이곳이라는 것을.

긴 직사각형의 벽면에 수없이 많은 태양이 떠 있다. 하얀 켄트지에 닮은 듯 다른 모습의 해가 아이들 모습처럼 환하게 웃고 있다. 다시 몸을 낮추고 옆에 있는 전시실에 들어갔다. 까만 켄트지에 각양각색의 달이 어둠을 밝히고 있다. 하얗고 노란 달빛 사이에 푸른 별들이 빛나는 밤하늘에.

3~12세의 원주 지역 어린이들의 참여 작품이라고 한다. 주제는 <너의 나이, 나의 나이, 그리고 태양의 나이>, <너의 나이, 나의 나이, 그리고 달의 나이>이다.

소리 없는 아이들의 함성이 내 안에 빛의 통로를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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