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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화

무심수필문학회 사무국장

산사를 올라가는 길목에서부터 마음이 느슨해진다. 계곡을 따라 이어진 숲길이 울창한 수목 터널이다. 연초록 새잎이 하늘거리는 길이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마치 속세에서 선계로 이어지는 사잇길에 들어선 느낌이다.

선암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사찰 중 한 곳이다. 풍경에 취해 걷다 보니 아치 형태의 석조 다리가 먼저 반긴다. 신선이 승천하는 다리라는 '승선교'다. 자연석으로 만든 홍예교의 곡선미에 빠져 한참 머물렀는데, 내려올 때 알았다. 내가 또 다른 홍예교 위에서 승선교를 감상했다는 사실을.

아름답고 웅대한 고찰古刹에 들어서니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시선이 닿는 곳마다 절경이다. 자연과 어우러진 사찰, 완연한 봄 산빛에 둘러싸인 이곳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속세의 먼지가 씻기는 듯하다.

고색창연한 경내엔 핑크빛 물결이 넘실거린다. 소담스럽게 핀 겹벚꽃과 진분홍 진달래꽃이 농담濃淡을 달리하며 경염을 펼치고 있다. 분홍빛 물결을 따라 흐르는 사람들의 표정에도 화색이 만연하다. 대웅전의 빛바랜 단청이 신록 속에서 고고한 빛을 발한다. 곳곳의 비경에 마음을 누이며 카메라에 담았다.

산사의 아름다운 풍광을 음미하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였을까.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따라다녔다. 수려한 경치는 물론, 고유의 품격으로 미적 가치를 지닌 보물급 문화재들이 많은 이곳이다. 눈으로 들어와 가슴에 아로새겨진 풍광들이 많은데, 유독 한 그루의 고목이 망막에 아른거렸다.

그 나무를 마주한 곳은 사찰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 햇살의 사랑을 즐기는 싱그러운 나뭇잎을 감상하는데, 기이한 형태의 나무가 시야에 들어왔다. 연둣빛 새잎에 검은색 수피가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아래쪽에서 높은 고목의 위쪽을 자세히 볼 수는 없었지만, 곧게 뻗은 우듬지에 굵은 옹이가 있는 듯했다. 몸체 상부 끝에서 반쯤 잘려나간 상흔으로 변형된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마치 아픈 초승달이 내려와 앉은 듯한 형상이었다. 인고의 시간이 응결된 흔적이 역력했다. 고난을 겪으며 혼신을 다한 나무의 몸부림이 보이는 듯했다. 사람의 손길로 다듬어진 조형물처럼 보였다. 단단한 옹이에서 자라난 잔가지가 사방으로 퍼져 있었다. 그 미학적인 형태가 왠지 모를 비애감을 불러일으켰다.

신영복 교수의 《담론》 중에 '아름다움'의 어원을 명쾌하게 풀어놓은 대목이 있다. 이목구비 반듯한 얼굴보다 세상과 인간에 대한 달관이 있는 얼굴, 아픔을 초월한 얼굴이 아름답다는 말에 깊이 공감했다.

'얼굴의 옛말은 얼골이며, 얼골은 '얼의 꼴', 얼의 꼴은 곧 영혼의 모습'이라고 했다. 얼굴에 그 사람의 영혼(얼)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나무에 배어있는 얼에 내 마음이 닿았던 것일까.

아름다움에도 장르가 있다. 황홀한 아름다움이 있는가 하면, 비극적인 아름다움도 있다. 단순한 아름다움, 풍부한 아름다움도 있다. 시련에 굴하지 않고 생애 의지를 불태운 고목이 경외심을 갖게 한다.

고통이 승화된 아름다움에는 짙은 삶의 향기가 배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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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