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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순

수필가

세탁실 좁은 공간에 지난해 늦둥이 쑥부쟁이의 마른 줄기가 쓸쓸하다. 꽃이 다 지고 말랐지만 마음의 여운을 버리지 못해 그냥 두었다. 꽃 진 자리에 씨도 달리고 봄이 되면 묵은 몸체에도 새싹이라도 나올 것을 기대하며.

지난해 시월 하순 분재분에서 자라더니 초록 포기에서 꽃대를 올리기 시작했다. 겨울이 눈앞에 있어서인지 자람의 속도도 매우 빠르고 봉오리까지 맺었다. 11월에 들어서며 꽃대 올린 봉오리 하나가 청보랏빛 꽃을 한송이 곱게 피웠다. 뽑아버리려다 그냥 두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꽃도 거의 다진 11월에. 뽑아 버렸으면 그렇게 청초한 꽃을 보지 못했을 것 아닌가.

명미월 분재분 주변에는 지인이 나누어준 제주 쑥부쟁이가 있었다. 휴가 때 바닷가 근처에서 꽃이 예뻐 캐온 것이라며 전원주택 방문했을 때 지인이 분양해 주었다. 거기서는 지금처럼 실하게 꽃을 피우지는 않았었다. 타원형 잎의 모양이 틀림없이 그 꽃 같았다. 한송이만 꽃이 피었던 것이 거실에 들여놓아서인지 웅크리고 있던 봉오리들이 하나 둘 열리기 시작했다. 밖에서는 꽃 한 송이 피고 계속 움츠려 있었는데. 봉오리까지 맺은 꽃을 못 피우고 겨울 추위에 죽을까 매우 안타까웠다. 바라만 보다가 그 두 포기를 겨울도 아랑곳없이 캐어서 빈 화분에 옮겨 심었다. 그냥 밖에서 겨울을 보내게 되면 꽃도 피지 못하고 추위에 얼어 죽을 것 같아 실내로 들였다.

그러자 맺은 꽃봉오리마다 조금씩 연보랏빛으로 변했다.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책상 앞에 화분을 옮겨 놓고 바라보며 컴퓨터 자판을 누르기도 했다. 가운데 제일 먼저 핀 꽃 한 송이는 키가 작았다. 그 둘레를 보호하듯 울타리처럼 버티고 꽃송이를 하나 둘 열기 시작했다. 얼마나 기뻤는지. 열 송이도 넘게 피었다. 아마 그 꽃은 추워지기 전에 꽃을 피우려고 부지런히 자란 것은 아닐까. 참 신기했다. 생명에 대한 애착은 식물도 같은 것은 아닐까.

그 꽃봉오리가 처음 열리던 날 깜짝 놀랐다. 청초한 꽃빛깔이 내 마음을 끌었다. 어찌할까 날은 추워 오는데… 하는 수 없이 초겨울비가 내리던 날 비를 맞으며 빈 화분에 흙을 담아 그 두 포기를 옮겨 심었다. 안쓰러워 바라보는 것이 양심에 허락하지 않았다.

추운 날씨에 거실에서 줄기마다 맺힌 꽃봉오리들, 밝은 곳에서 있는 힘을 다했다. 온실도 아니고 거실에 햇볕이 아침나절 잠깐 들었다. 밖과 다른 것은 온도만 20도 가까이 되는 것뿐이었다. 생명에 대한 집착은 식물이나 사람이나 같았다. 통풍은 부족하지만 온기는 있기에 자신들의 삶을 펼쳤다. 거실에서 씨앗까지 얻을 수 있을지 호기심이 생겼다.

우리 막내가 생각난다. 40대 초반이 조금 지났다. 많은 시간이 흐르는 동안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었는지… 이제 친구를 만나 즐겁게 지내고 있음에 나는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늦었지만 성실하게 꽃을 피우는 겨울쑥부쟁이처럼 제 몫을 다하며 사는 삶을 살아가리라 믿는다. 12월에 찍은 쑥부쟁이 사진을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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