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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순

수필가

운동을 마치고 옛 사직 재래시장을 들렀다. 동태포를 한 마리 뜨기 위해서였다. 늘 가던 가게에 가서 큰 것으로 한 마리 주문하고 기다렸다가 대금을 주고 가게를 나왔다. 맞은편에 노점상을 하시는 아주머니 한분이 계셨다. 오늘은 고구마 줄기를 다 껍질을 벗겨서 빨간 플라스틱 작은 그릇에 담아 놓았다. 가격을 여쭈어 보니 껍질 깐 것이라 5천 원이라고 말씀하셨다. 난 두말하지 않고 5천 원을 드렸다.

아주머니는 옆에 뭉쳐 모아놓았던 검은 비닐봉지를 하나 꺼내 고구마줄기를 담아주셨다. 마수라 고맙다며 삶아서 파는 홍 찰옥수수 작은 것을 하나 골라 먹어보라고 주신다. 고마운 마음이 들면서도 얼른 받기 미안했다. 사양하다 그냥 받아 들고 고맙다는 인사 후 가방에 넣었다.

시장가방을 들고 가는 길에서 문득 돌아가신 친정어머니 생각이 떠올랐다. 하늘나라 가신지 거의 이십 년이 다 되어간다. 어머니도 우리 자식들 공부시키기 위해 푸성귀들을 광주리에 담아 먼 길을 오가며 육거리 시장에 내다 파셨다. 그 땀과 사랑의 값으로 자식들 공부시키셨다. 어머니의 노고로 난 지금 노후에도 편안히 살 수 있지 않은가.

왜 그때는 엄마의 그런 모습이 부끄러웠는지 지금 생각하니 내가 얼마나 철없던 딸이었는지. 지금 후회하니 어머니는 안 계시고 벌써 난 어머니 가시던 해의 나이가 되었다. 그런 것들이 참된 삶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생각할수록 눈시울만 뜨거워지고 어머니는 뵐 수 없으니 아쉬울 뿐이다.

아련히 나의 기억에 남는 어머니, 장에 가시면 개울에서 어스름이 밀려올 때까지 기다렸다. 단순히 그때는 어머니께서 사 오시는 뻥과자를 기다렸을 뿐이다. 하루종일 장에 가신 어머니를 기다리던 개울도 이젠 도시 속의 한 부분이 되어 내 머릿속에 곱게 자리했다.

추석 명절이 지났다. 어머니의 손맛이 깃든 송편이 그립다. 어머니는 솔잎을 많이 깔고 빚은 송편을 그곳에 놓고 찌셨다. 송편을 찌는 동안 은은한 솔잎 냄새가 내 입맛을 돋우기도 했다. 솔잎 냄새가 솔솔 나는 송편, 솔잎을 하나하나 떼어내며 먹는 송편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어머니의 정이 가득 담긴 작품이셨다.

내가 가정을 이루고 나서 따라 해 보기도 했다. 올해는 그때가 생각나 집에서는 송편의 작은 양을 할 수 없어 재래시장으로 가 보았다. 몇 곳을 가 보았지만 솔잎에 찐 송편은 몇 년 전처럼 보이지 않았다. 오래전부터 있던 떡집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송편을 사고 있었다. 그 떡집에는 송편에 솔잎이 드문드문 있는, 찔 때 조금 얹은 것 같았다.

어머니는 송편에 솔잎을 많이 깔고 쪄서 서늘한 곳에 보관하면 변질되지 않고 오래 먹을 수 있다고도 하셨다. 송편을 하나 먹으려면 송편에 박힌 솔잎을 다 떼어내야 하기에 시간이 조금 걸렸다. 쫀득쫀득한 어머니의 송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내년에는 미리 솔잎을 따서 힘은 들지만 어머니께서 하셨던 대로 한 번 따라 해 보고 싶은 마음도 든다.

지금은 먼 나라에 계신 어머니가 더 보고 싶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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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