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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09.05.12 18:29:05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청주시 용암동에 사는 권금주 씨는 특별한 작가도 아니다. 그 흔한 등단 작가의 꼬리표를 단 것도 아니다. 그는 평범한 주부로 일선교사의 아내다. 굳이 내세울게 있다면 숲 해설가요, 용암동 주부탁구 선수라는 점이다. 그런데 그의 글 '걸 수 없는 전화'가 '행복 바이러스'라는 단행본에 실리면서 일약 유명해졌다. 권 씨의 글은 여러 카페, 블로그를 통해 사이버 공간에서 널리 확산되었으며 일본어, 중국어로도 번역되어 외국에 소개되고 있다.

지구촌이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어지는 글로벌 시대에 전화를 걸 수 없는 곳은 북한뿐이다. 오늘날 전화를 거는데 공간적으로는 제약을 받는 곳은 극히 일부분이다. 그러나 시간적으로는 전화를 걸 수 없는 곳이 수두룩하다. 부모에게 아무리 전화를 걸고 싶어도 이미 돌아가신 후라면 통화가 불가능하다. 하늘나라에는 전화번호가 없다. 나무는 가만히 있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수욕정이풍부지·樹欲靜而風不止) 어버이를 공경하고자 하나 부모가 기다리지 않는다(자욕양이친부대·子欲養而親不待)라는 말과 맥락을 같이 한다. 권 씨는 친정어머니가 돌아가신 다음, 후회하는 마음을 소박한 글로 꾸밈없이 표현하여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권 씨의 글이 그리 길지 않음으로 간추려 소개해 본다.

"우리 엄니가 아는 글자라곤 '가'자 밖에 모르십니다. 그런 엄니가 딸네, 아들네 전화번호는 번개같이 외우지요. 결혼 전 제가 객지에 있을 때도 매일같이 전화를 해주셨는데, 시집을 보내놓고도 아침만 되면 전화를 하십니다...중략...같은 지역에 살다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니까 지역번호에다 번호가 바뀌니까 엄니에게는 만만치 않으셨지요. 그래서 죽기 살기로 연습을 하셨답니다. 대단하신 엄니. 여든 여섯에 눈도 어둡고, 몸도 편찮으시면서도 딸자식 그리워서...그래도 난 받기만 하고 내가 걸 생각은 못했습니다. 병이 나셔서 전화를 못하시니 내 전화 많이 기다리셨을 텐데. 무정한 전 몇 푼 되지도 않는 전화요금이 아까워 잘 안했습니다. 작년가을 정액제가 생겨 속으로 '잘됐다. 이제부턴 내가 엄니한테 매일 전화를 드려야지'하고 정액제를 신청하고, 전화를 드렸는데 엄니께서는 앓아누우신 채 '보고 싶은데 한 번 올 수 있겠냐고...' 그 한 통화 하시고는 며칠 후 돌아가셨습니다. 일 년이 지나갔습니다. 이제는 엄니에게 전화를 걸 수 없습니다. 보고 싶단 말 듣고도 맨 날 하시는 소리로만 알았습니다. 전화도 언제까지나 하실 줄 알았습니다. 이제는 내가 보고 싶고, 전화 걸고 싶은데 엄니는 어디에도 그 모습 보이지 않고, 그 목소리 들을 수가 없습니다." (행복닷컴 에 실린 글)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의 느낌을 고해성사하듯 적고 있다. 요즘엔 출가한 딸의 경우도 그렇지만 핵가족화나 직장문제로 인해 부모와 떨어져 사는 예가 허다하다. 비록 부모와 가깝게 산다 해도 바쁘다는 핑계로 부모를 자주 찾아뵙지 못한다. 그럴 때에는 전화라도 자주 드려야 하는데 마음뿐 통신을 두절하고 살기 일쑤다. 주머니에 휴대폰을 가지고 다니면서도 부모에게 전화하는 일에 왜 그리 인색한지 모르겠다. 사흘에 한번 씩 전화만 해도 효자라는데... 어버이날 카네이션 한 송이와 몇 푼의 용돈을 드렸다고 해서 자식의 도리를 다 한 것은 아니다. 효도는 행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부모와 한 집에 산다고 해서 면피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한 집에 살면서도 부모와 생활 사이클이 다르다거나 고부 갈등 등 가정불화로 부모와 소통의 문을 닫은 채 살고 있는 집도 부지기수다. 부모를 한 집에서 모신다고 해도 부모 자식 간에 말을 잘 안한다든가, 관심을 두지 않는다든가 하면 부모를 모신다고 주장할 수도 없다. 경제력이 별로 없는 노부모들은 경제적 문제도 문제이지만 그보다 부모 자식 간의 정을 더 원한다. 노부모와 정신적인 교감이 되지 않는다면 부모를 집안에 방기(放棄)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부모에게 불효하면 돌아가신 다음에 후회한다(불효부모사후회·不孝父母死後悔)는 주자십회훈(朱子十悔訓)처럼 돌아가신 다음 백 번 뉘우치는 것 보다 살아계실 때 한번 효도하는 것이 낫다.

비만 오면 통곡을 하는 청개구리 가족이 되어서야 되겠는가. '부모마음 십분의 일만 알아도 효자'라는 말이 있다. 더 이상 효도를 조선시대의 낡은 가치관으로 치부하지 말고 인륜의 근본이라는 점을 마음에 새기면서 가정의 달을 보냈으면 한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애당초부터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아이가 어른 되고, 어른이 늙어 노인이 된다는 평범한 사실을 깨달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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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