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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5.11 17:24:45
  • 최종수정2023.05.11 17:24:45

전재하

바텐더

Islay 영국 연방국가 중 스코틀랜드 서쪽에 위치한 섬, 그 지역엔 생소한 지반층이 존재한다. 한글로는 이탄이라고 불리며 영어로는 Peat(피트) 라고 불린다. 지반을 채취하고 사용하여 땔감으로, 위스키를 제조하는 하나의 방법으로도 사용했는데 그 위스키가 바로 피트 위스키이다.

이 피트는 습한 지역에 주로 분포돼 있고 값싼 재료로 여겨져 나무 대신 땔감으로도 사용했었다고 한다. 그 값싼 명성 덕에 위스키 제조에도 사용되었는데, 보리에 어린 싹을 틔워, 틔운 대로 피트를 사용해 훈연하고 숙성시키는 방식으로 제조됐다. 오늘은 그 피트 위스키의 깊은 맛과 향에 대해 설명하려 한다.

우선 기본적으로 이 피트 위스키는 바닷가 섬 지방을 본거지로 삼고 있으며 거친 해풍을 맞고, 피트로 훈연해 만든 맥아를 캐스크(Cask)에 숙성시켜 만들어 내는 방식이다. 나의 첫 피트 시음은 다소 독특한 느낌이었다. 글로 표현해 보자면 첫 입과 동시에 나의 숨겨왔던 본성을 찾아낸듯한 반가움이었던 것 같다. 피트(Peat) 위스키는 거북함이 없었고 끝 맛엔 진한 여운이 남아있는 느낌, 피트 위스키는 혀에 닿는 순간 짭짤함으로 시작해 중간엔 알코올 느낌으로 물들고 마지막은 진한 피트의 훈연 향이 진한 향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지는 아주 독특한 그런 위스키였다.

이런 피트 위스키는 주로 마니아층이 많이 애용한다. 호불호가 가장 강력한 주종이 아닐까 싶다. 좋아하면 아주 깊이 빠져들게 되고, 싫어하면 향만 맡아도 진저리 치게 만든다. 사실 피트 위스키란, 싱글몰트위스키 중에서 선호도로 따져 본다면, 상위권에선 늘 뒷전이었다. TOP 10 정도로 예를 들어도 위스키를 마시는 사람이라면, 혹은 바(Bar)를 다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그런 위스키들이 순위에 자리하지만 그 밖의 순위들은 늘 요동친다. 그중 이 피트 위스키는 선호도에서도 역사적인 면에서도 뒤처지는 것은 사실이다.

피트 위스키가 주는 강렬한 향은, 흔히들 말하길 병원 냄새가 난다고 한다. 하지만 피트에 길들여지면 헤어 나올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런 향들에 적응 된다면 당신도 마니아에 한층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키아누 브루스의 영화들 중에 퇴마 관련된 이야기로 개봉했던 영화가 있다 극중 키아누 브루스의 애착 위스키가 바로 이 피트 위스키이다. 늘 한 손엔 담배를, 한 손엔 피트 위스키를 들고 있다. 예전엔 몰랐지만 바텐더가 되고 공부를 하게 되면서 영화나 드라마에서 유독 관심 있게 보는 관전 포인트는, 주인공이 무엇을 마시는 마니아인가이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일까, 미디어 속에 위스키와 와인 칵테일 등 아주 친숙한 장면들이나 단어들이 나오면 한 번 더 공부하게 되는 느낌이다. 이런 것도 마니아적인 마인드 아니겠나.

자연의 선물, 피트(Peat), 이탄, 토탄으로도 불리는 이 피트의 본래 모습은, 아마 상상 그 이상일 것 같다. 식물이나 이끼들이 대체로 습한 지역에서 100% 썩지 못하고 아주 오랜 시간 퇴적되며 발효되면서 생긴 자원이다. 이 지반층에 간혹 동물의 사체나, 아주 희귀하게는 사람의 사체가, 미라화돼 발견 되는데, 그 시체의 피부 결이 보일 정도로 상태가 아주 좋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 미라의 이름은 'Peat Mummy'라고도 하며 연구에 아주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앞으로 어떠한 피트 위스키가 생겨날지 모르겠지만 지금도 충분히 무수한 종류의 캐스크(Cask)를 사용하여 변형된 수많은 피트 중에 요즘 가장 핫한 캐스크는 아마도 쉐리 캐스크 아닐까 생각된다. 쉐리(Sherry) 캐스크는 와인은 담았던 오크통에 위스키의 숙성을 거치는 것을 말한다. 쉐리가 주는 달달함, 과실의 향과 기존 위스키와의 조화는 아주 훌륭하다. 그래도 많은 위스키 애호가들은 정통성이 강한 싱글 캐스크를 더 선호하며, 훌륭하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의외로 간단한 이유이다.

정통성을 우선시하는 민족의 자존심 아닐까?

다음 이야기는 캐스크(Cask)로 가득 채워보려 한다. 위스키를 알았으니 이제 캐스크를 알아볼 차례가 아니겠나. 우리들의 일상 속에 무수히 많은 주종들이 존재하고 있으니 이 끝나지 않을 이야기들을 모든 사람들과 나누어 보고 싶다.

바텐더로써 모든 정보를 습득할 순 없지만 바텐더의 기본 자질과 지식들을 늘 공부하며 연구하고 여러 나라의 술들을 알아보며 그 역사와 미래도 짐작해 보고, 많은 정보들을 공유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음에, 그리고 그 세상에서 바텐더의 역할을 하고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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