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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하

바텐더

바텐더, 여러 가지로 흥미로운 직업 일 것이다. 음료를 조주하며 바에 앉은 손님들과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고 여러 가지 고민도 들어주고 어느 정도 해결책도 제시해 주는, 그런 역할을 주로 한다.

때로는 고해성사 비슷한 본인들의 속마음까지 모두 털어놓는 바람에 간혹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바텐더란 무엇인가? 근본적인 자세는 립 서비스와 경청하는 자세이다.

그저 밖에서 안으로 이야기가 흐르듯, 봤어도 못 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해야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가끔은 정말 낯선 사람에게 나의 모든 속마음을 털어놓을 때 가장 속이 후련해진다는 것이다. 그때 적당한 알코올이 가미된 칵테일이나 위스키 한 잔과 함께라면 더욱더 편해진 분위기가 연출될 것이다.

바 라는 특정된 장소만큼은 그 어떤 사람도 무장해제가 어느 정도 쉽게 되는 것 같다.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는 생각이다. 듣는 이의 자세와 분위기 조성에 있어 바텐더는 듣는 자세를, 손님들은 분위기에 적당히 취해 보는 서로의 자세 아닐까.

바텐더의 업무는 비단 조주 만이 아니라는 것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가.

예를 들어 한 손님이 울적한 표정으로 들어와 독한 술 한 잔을 주문하고 앉아있다면 그 사람의 그날 하루의 일과는 이미 파악이 끝난 것이다.

그 고객에게 다가가 조심스레 오늘 하루가 어땠을지 이미 짐작했지만, 오늘 하루는 어땠고 오늘 저녁의 메뉴가 무엇이었고 오는 길에 차는 얼마나 막혔는지, 집에 가는 길에 교통편은 무엇인지 그저 그런 대화들을 이끌어내본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바텐더는 상대방 일상에 스며들어 그날의 힘들었던 일들을 조금이나마 다른 생각으로 돌려주고 성공했다면 또 다른 이야기 거리들로 상대방과의 대화를 계속 이어본다. 그러다 상대방의 직장상사의 험담을 함께하고 전·현 이성친구들의 관련된 불만 섞인 대화들을 함께해주다 보면 그 상대방은 어느새 나와의 친밀도는 낯선 사람이지만 낯설지 않은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그저 나는 바텐더로써의 명분을 세워 나의 할 일을 했을 뿐이지만 그런 손님들에게서 후련함을 선물해주고 손님은 돌아 가는 모습에 웃음이 피어있고 발걸음이 조금이라도 가벼워졌다면 그것이야말로 바텐더로써의 보람찬 일이 아닐까.

이렇듯 바텐더가 가져 야할 자세를 셋으로 나누자면 첫번째는 물론 전문적인 지식 일 것이고 두번째는 센스와 언변 일것이다.

마지막 세번째는 지치지 않는 에너지와 두꺼운 얼굴.

이 세가지가 출중하다면 사실 무엇이든 성공할 수 있는 사람 일것이다.

앞으로는 더욱더 직업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존중 받아 마땅하지만 바텐더 라는 직업은 조금 더 아날로그적으로 수동적으로 오랫동안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모든 것이 기계식으로 대체되고, 주문은 키오스크 라는 기계에서. 서빙은 서빙전용 로봇이 점점 확대되어가고 있는 세상에 내가 몸 담고 있는 이 바텐더라는 아주 매력적인 직업은 가능한 가장 오래 변화 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문득 글을 쓰다 어떤 SF영화에 로봇 바텐더가 나오는 장면이 떠올랐다.

우주한복판에 사람 1명과 바텐더 로봇 1대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사람이 로봇에게 "로봇인 네가 감정이라는 것을 이해 할 수 있냐"는 질문을 던졌던 장면.

언젠가 우리 모두 기계로 대체되는 세상이 오겠지만 바텐더는 가장 오래 생존하는 직업이 되길 바란다.

위에서 말했듯 나의 하루는, 즉 바텐더의 하루는 손님과의 교감에 즐거움을 얻고, 보람도 얻고, 바텐더 역시 고객으로부터 배우고, 깨우치기 때문에.

하루를 마감하고 직장에서 집으로 돌아와 오늘을 돌이켜보고 바텐더로 하루를 마감하고 오롯이 나 자신으로 돌아와 편안하게 하루 마감을한다.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듯 바에서 집으로, 바텐더에서 나 자신으로 나의 일상이 된 바텐더라는 직업은 배울 것도 느낄 점도 많은 아주 매력적인 직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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