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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07.13 16:46:01
  • 최종수정2021.07.13 16:46:00
[충북일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수도(首都) 이전에 정치적 명운을 걸었다. 수도 이전이 좌절되자 세종시 건설을 추진했다. 혁신도시 건설 역시 노 전 대통령의 뚜렷한 철학을 보여줬다.

기득권 세력에 뒤통수

조선조 22대 정조는 1797년 경기도 수원에 화성을 축조했다. 당파 싸움에 매몰된 기득권 세력의 한강 이북 시대를 끝내고 한강 이남의 화성에 새 수도를 건설하고자 했다.

2009년 5월 23일 사망한 노 전 대통령은 수원에서 화장(火葬)을 했다. 이 곳에서 승용차로 화성행궁까지는 정조를 기념하기 위해 만든 도로명인 정조로를 거친다. 불과 20분 거리다.

2009년 노 전 대통령의 화장 소식을 듣자마자, 정조를 흠모했던 노 전 대통령의 생애를 울컥하는 마음으로 회고했다. 비운의 정조를 닮은 노 전 대통령이 재임기간 내내 '균형발전'이라는 의지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세종시를 건설하고, 충북 오송생명과학단지 모델을 준용한 혁신도시도 전국 10곳에 만들었다.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고 일관되게 추진했다.

세종시에 정부 부처를 옮기고,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옮겼다. 과한 수도권에서 덜한 지방으로 옮겨 균형을 맞출 수 있는 토대를 닦았다.

노 전 대통령을 이어 대통령에 당선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 내내 세종시 무력화에 주력했다. 듣도 보도 못했던 기업도시라는 타이틀로 민심(民心)을 유혹했다. 충청권은 반발했고, 당시 여당 대표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도 현직 대통령에 맞섰다.

이성계와 정도전에 의해 선택된 서울은 1392년부터 1910년까지 무려 518년 간 기득권 세력들의 요람이었다. 그러고도 일제 식민지를 포함해 무려 111년이나 그들의 잔치는 계속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수도권은 긴장했고, 비수도권은 큰 기대를 걸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균형발전 정책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수도권의 반발은 문 대통령의 직진(直進)을 저지했다. 청와대는 물론,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광역시 등 수도권 3개 시·도의 지방권력까지 장악한 문 대통령은 힘이 있었지만, 힘이 없었던 노 전 대통령의 행보에 미치지 못했다.

문 대통령이 저돌적인 모습을 보여준 사례는 오직 대북 관계 뿐이라는 촌평이 나올 정도였다.

대통령의 균형발전 정책에 제동을 걸은 것은 다름 아닌 수도권 소재 광역단체장과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여당 소속 국회의원들이었다. 물론 야당은 더 심하게 반발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균형은 출발선이 달라야 한다. 100m 레이스로 따지면 99m에 도달한 수도권과 이제 막 출발한 비수도권이 경쟁할 수 없는 구조여서다.

그나마 문 정부의 균형발전 사례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비수도권 지역의 다양한 사회간접시설(SOC) 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다.

반면,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와 신도시 건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인천국제공항 항공기정비사업(MRO) 추진, 인천 송도 바이오메카 조성, 인천 K-바이오 랩허브화 등이 허용됐다.

정부의 균형정책이 어떤 잣대로 용인(容認)되고 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는 대표적인 사례다.

비수도권은 고사 돌입

문 정부의 상당수 정책은 오락가락했다. 여당 내부에서도 '무엇 하나 눈에 띄게 보여준 것이 없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물론 코로나 상황에서 우리가 이 정도로 유지되고 있는 것도 서민적이면서 소탈한 문 대통령의 공(功)인 것은 분명하다.

문 대통령은 이제라도 '균형발전'에 대한 확실한 원칙을 보여줘야 한다. 비수도권에 SOC 사업 몇 개를 줬다고 끝날 문제가 아니다. 인구소멸·대학소멸 등으로 비수도권이 사라지면 수도권도 무너질 수 있다.

현실적으로 수도를 옮길 수 없다면 지난 629년 간 국가의 모든 기능을 독식했던 서울의 역할을 전국 곳곳으로 분산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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