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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09.01.06 18:58:10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한국인은 매사에 너무 서두른다. 서둔다고 해서 일이 빨리 끝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옛 사람들은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아무리 바빠도 바늘 허리매어 못쓰는 법이다. 한국인의 과속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어느 학자가 걸음걸이의 빠르기를 재어보니 지구상에서 한국인의 걸음이 제일 빨랐다고 한다.

1분 동안 한국인은 60~70보를 걷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양인 20~30보에 비해 2~3배 빠른 속도다. 엘리베이터를 타는 데에도 한국인의 조급성은 그대로 나타난다. 층수버튼을 누르면 조금 있다가 문이 닫히는데 그걸 못 참고 닫힘 버튼을 누르기 예사다. 이렇게 해서 낭비되는 전력이 만만치 않은 데에도 말이다.

자동판매기에서 많은 사람들은 커피가 잔에 차기도 전에 출구로 손을 넣는다. 그로인해 번번이 와이셔츠를 버리면서도 이 습관을 고치려 들지 않는다. 식당에서는 더욱 심한 진풍경이 벌어진다. 음식은 익혀야 먹을 수 있다. 요리를 하려면 그만한 시간이 소요된다. 그걸 못 참아 빨리 달라고 재촉하니 설익은 음식을 먹을 수밖에 없다.

와인은 단숨에 마시는 게 아니다. 천천히 몇 번에 걸쳐 마시면서 촉각, 미각, 후각 등 신체의 감각기관을 동원해야만 진미를 만끽할 수 있다. 외국에도 한꺼번에 마시는 '원 샷'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처럼 남용하지는 않는다. 천천히 술잔을 기울이며 대화를 하는 게 서구인들의 음주습관이다. 음식문화에도 '빨리 빨리' 병이 만연돼 있으니 속이 편할 리 없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약은 위장약이다. 음주문화의 조급증 속에 탄생한 것이 바로 폭탄주다. 일거리는 많고, 빨리 취하고 싶은 까닭에 여러 술을 섞어 단번에 마시는 해괴한 음주문화가 발달한 것이다.

한국인의 조급증은 오랜 농경문화와 외세의 침략에 그 원인이 있는 것으로 일단의 학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사계가 뚜렷하여 때를 놓치면 농사를 망치게 된다. 씨 뿌리는 시기, 김매는 시기, 수확하는 시기에 일손을 맞추지 않으면 일 년 농사가 피농을 하고 만다. 그런 까닭에 농부들은 새벽부터 어스름까지 시간과 싸우게 된다. 어부들도 물때를 맞추지 못하면 만선의 꿈을 이루지 못한다.

한국인의 조급증은 잦은 외세의 침략이 부채질을 했다. 몽골전란, 임진왜란, 병자호란, 일제의 침략, 6.25 등 숱한 전란이 한국인을 바쁘게 만들었다. 어느 고장에서 정착하여 살다가도 여차하면 피난을 가야하기 때문에 마음이 바빠진 것이다. 현대인의 생활을 보면 '생활전선'이라는 말이 실감나듯 숫제 전쟁에 가깝다.

한국인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빨리 빨리 병'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 속도전으로 인해 우리나라는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근대화를 이룩했고 전후(戰後) 반세기 만에 OECD에 가입하는 기적을 일궈냈다. 집을 짓거나 도로를 개설하는데 한국인만큼 빠른 민족이 없다. 몇 달이 지나면 못 보던 마천루가 높이 솟아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근대화 과정에서 그러한 부작용은 기어이 나타나고 말았다. 공기(工期)의 단축은 불가피하게 부실 건축물을 양산하고 말았다. 와우아파트 붕괴, 우암 상가 아파트 붕괴, 행주대교 붕괴 등 대형 사고는 '빨리 빨리 병'이 초래한 참사다. 이외에도 날림 공사는 생활주변에서 수도 없이 발견된다. 완공을 한지 얼마 되지 않은 아파트의 벽에서 물이 줄줄 흐르고 벽면에 금이 가기 다반사여서 하자보수의 요청이 그칠새 없다.

'빨리 빨리 병'은 결과론적 발상이다. 인생은 결과론적인 것이 아니라 과정에 의미가 있다. 참된 인생은 참된 과정에서 탄생한다. 올해는 기축 년, 소의 해다. 소는 걸음이 느리다. 그러나 그 느린 걸음으로 밭농사, 논농사를 다 짓고 나중에는 인간들에게 고기까지 제공한다. 소걸음으로 만리를 간다는 말이 있다. 이른바 우보만리(牛步萬里)다. 만리 길도 첫 걸음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올해는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가 너무 많다. 그 많은 과제를 한꺼번에 풀려하지 말고 소걸음이 의미하듯 차근차근 하나씩 풀어나갔으면 한다. 엉킨 실타래를 빨리 풀려다 보면 실이 끊어지거나 더 엉키게 된다. 우직하게 논밭을 가는 소의 근면성을 교훈삼아 느림의 철학으로 이 난국을 타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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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