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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역만리 떠돌던 충북의 아들 '고국의 품으로'

10년 전 히말라야 등반 중 실종된 직지원정대 민준영·박종성 대원
지난달 23일 추정 시신 발견 소식
박연수 당시 대장·유족 12일 출국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낼 생각뿐"

  • 웹출고시간2019.08.11 20:02:15
  • 최종수정2019.08.11 20:02:15

직지원정대 소속 민준영(당시 36세·왼쪽)·박종성(당시 42세) 대원이 등반 중 웃으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충북일보 강준식기자] "먹먹합니다."

10년 전인 2009년 9월. 충북의 자랑스러운 유산인 금속활자 직지를 세계에 알리기 위한 직지원정대가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에 올랐다.

충북산악구조대원을 중심으로 2006년 꾸려진 직지원정대는 히말라야의 산맥을 오르며 충북산악인의 자존심과 함께 직지를 전 세계에 알리는 직지 홍보대사였다.

이들은 2008년 히말라야 6천235m급 이름 없는 봉우리에 올라 '직지봉'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등 히말라야 최초 한글 이름의 봉우리를 탄생시킨 충북산악의 대표 주자였다.

당시 박연수 대장을 필두로 민준영(당시 36세)·박종성(당시 42세) 대원 등은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히운출리 북벽의 새로운 루트인 '직지 루트' 개척에 나섰다.

박연수(두 번째 줄 왼쪽에서 세 번째) 직지원정대장과 대원들이 등반 중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하지만, 히운출리 등반은 직지원정대에게 잊을 수 없는 아픔으로 남게 됐다.

등반에 나선 민준영·박종성 대원이 같은 달 25일 오전 5시30분 해발 5천400m 지점에서 베이스캠프와 마지막 교신 끝으로 통신이 끊긴 것이다.

박연수 대장은 이들을 찾기 위해 산에 남아 열흘 동안 수색작업을 벌였지만, 찾지 못했다.

국내에서 민준영·박종성 대원과 함께 산을 오르던 동료, 충북산악구조대원들과 다시 히운출리를 방문해 이들의 시신이라도 찾으려 2년여간 곳곳을 누볐으나 이마저도 실패로 돌아갔다.

그렇게 충북과 산을 좋아했던 아름다운 미소를 가진 두 남성은 산에서 내려오지 못했다.

박 대장은 이들을 산에 묻어둔 채 쓸쓸히 귀국길에 올랐다.

그로부터 10년이 흘렀다. 강산도 변한다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아픔은 어느 정도 잊힌 줄 알았다. 그러던 지난달 23일 박연수 전 대장은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현지 마을 주민이 대원들로 보이는 시신을 발견했다는 내용이었다.

애타게 찾을 당시에도 발견되지 않았기에 처음에는 믿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믿고 싶었다.

전화를 받은 뒤부터 10년 전 그날이 떠올라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럼에도 영하의 산맥에 잠들어있을 그들을 따뜻한 고국의 품으로 데려오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에 민준영(당시 36세)·박종성(당시 42세) 대원을 기리기 위한 추모비가 만들어져 있다.

네팔등산협회와 네팔 정부 등과 협의를 통해 지난 6일 수색대를 함께 보냈다.

시신이 입고 있던 옷과 대원들이 실종 당시 입고 있던 옷이 같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들이 지니고 있던 식품 등 소지품도 국산 제품이었다.

이틀 뒤인 8일 수색대는 이들의 시신을 수습해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로 옮겼다. 해당 베이스캠프는 직지원정대가 당시 사용한 베이스캠프와 멀지 않은 곳이었다.

국내에 머물던 박 전 대장은 곧바로 네팔 현지로 떠날 채비를 갖췄다.

박 전 대장은 12일 오후 인천공항에서 대원들의 유족과 함께 네팔로 떠날 예정이다.

박연수 전 대장은 "전화를 받았을 당시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됐지만, 조금이나마 개연성이 있다면 확인해야 한다는 판단이었다"라며 "수습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확신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화 이후 힘든 시간이었다. 마음의 짐을 덜게 돼 축하한다는 말도 들었다"라며 "이게 축하받을 일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저 대원들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 강준식기자 good120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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