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구름조금충주 17.0℃
  • 맑음서산 18.6℃
  • 맑음청주 18.1℃
  • 맑음대전 18.5℃
  • 구름조금추풍령 19.0℃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홍성(예) 18.0℃
  • 맑음제주 21.3℃
  • 맑음고산 18.8℃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제천 17.2℃
  • 구름조금보은 17.3℃
  • 구름조금천안 17.8℃
  • 맑음보령 18.9℃
  • 맑음부여 18.7℃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08.12.16 18:48:25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세조-성종 때의 이야기다. 월운천이 흐르는 청주시 운동동, 월오동에는 양수척(楊水尺)삼형제가 살고 있었다. 우리말로 '무자리'라고 하는 양수척은 버들고리로 키나 체를 만들어 팔던 천민집단이다. 양수척 삼형제는 불효막심하고 패악 질이 심하였다. 늙은 부모를 고려장시킨다고 떠드는가 하면 동네 잔칫집, 초상집에서 번번이 행패를 부려 난장판을 만들어 놓았다.

동네 사람들이 이를 말리려 해도 양수척 삼형제는 힘이 장사여서 누구도 제지하지 못했다. 이 때 효자마을(청원군 남일면 효촌리)에 살던 선비 경연(慶延) 선생이 양수척 삼형제를 불러 인륜을 가르쳤다. 경대유(慶大有)로도 불린 경연선생은 이산(尼山) 현감을 지낸 선비로 그 또한 이름 난 효자였다. 부친이 병환으로 몸져눕자 경연은 한 겨울임에도 냇가에서 잉어를 잡아다 끓여 드렸다. 경연의 효행에 하늘도 감복했는지 부친의 병환이 나았다. 조선왕조실록에는 경연의 효행이 자세하게 기록되어있다.

경연 선생에게 인간의 도리를 배운 양수척 삼형제는 이에 감복하여 개과천선, 효자가 되었다. 마을을 돌며 지난날의 과오를 일일이 사죄하는가 하면 노부모를 업고 다닐 정도로 효도를 했다. 운동동, 월오동 일대에 구전돼오던 효자이야기가 조선 후기에 이르러 꽃을 피웠다. 1860년(철종 11년), 마을 사람들은 양수척 삼형제의 효행을 기려 월운천가에 양수척 효자비를 세웠다. 반상의 구별이 매우 엄격했던 조선사회에서 천민의 효자비를 세운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효자양수척지비(孝子楊水尺之碑)라고 새긴 효자비는 풍파에 시달린 데다 관리 소홀로 비문이 마모되어 판독이 어려운 상태다. 더구나 몇 년 전에는 트럭이 이 비를 들이받아 두 동강이가 났다. 곧바로 접합되기는 했으나 비신(碑身)은 상처투성이다. 비록 무심한 세월 속에서 비신은 수난을 당하였으나 그 안에 담긴 비문은 이곳이 효자 마을임을 말해주고 있다. 운동동, 월오동과 인근의 효촌리가 효자마을로 불리는 것은 경연선생의 효자비와 양수척 효자비에서 비롯되고 있다.

이에 청주문화의 집은 효자마을을 모티브로 하여 올 1년 동안 양수척 효자비가 있는 다다 자연미술학교에서 '효자손으로 문화예술 맛보기' 프로그램을 실시하였다. 도농복합지역의 주부 20여명은 이곳에서 효자마을의 유래를 배우고 효도와 연관된 여러 문화예술프로그램을 익혔다.

부모님의 초상화 그리기, 효도 문패 달기, 부모님 밥그릇 만들기, 안경 집 만들기, 효도 커튼 만들기, 효자 등(孝子燈) 밝히기 등 효도와 연관된 문화예술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처음엔 효도와 문화예술이 아무 관련 없는 것처럼 느끼던 주부들도 효도의 불심지를 밝히면서 효심을 다졌고 문화예술의 짙은 향기를 맛보았다. 어떤 때는 부모에게 무심하였던 점을 토로하며 회한의 눈물을 흘렸고 효자커튼이나 안경집 등을 만들 때는 정성을 모아 한 뜸 한 뜸 작품을 완성했다. 또 수강생들이 얼마간의 성금을 내어 양수척 효자비 안내문도 설치하였다.

그렇게 하여 우여곡절 끝에 만든 수백 점의 효도작품을 지난 12월 9일부터 15일까지 우암산 기슭에 있는 브룩스 갤러리에서 전시하여 많은 사람들로부터 감동을 자아냈다. 비록 서툰 솜씨이기는 하나 효심을 한데 모은 작품이기에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운동동, 월오동 주민들이 펼친 이번 효자 프로그램을 범시민적인 효자운동으로 펼쳐나가면 어떨까.

보험금을 타 내기 위해 부모가 계신 집에 불을 질러 돌아가시게 하고, 고시원에 불을 질러 무고한 중국동포를 죽게 하고, 부부싸움을 하다 어린 딸을 창밖으로 던져 숨지게 하는 인륜의 실종시대에 효도운동은 인간성 회복의 기본이 될 만한 덕목이다. 효는 모든 행위에 기본이 되는 백행지본(百行之本)이다. 효는 19세기의 유물과 같은 낡은 가치관이 아니라 땅에 떨어진 도덕을 일으켜 세워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비타민과도 같은 삶의 요소다.

앞으로 운동동 일대에는 택지개발이 진행될 예정이다. 대단위 택지가 개발되면 불가피하게 공원이 들어설 것이다. 이 공원의 컨셉트를 '효도'로 잡으면 어떨까. 이른바 효자공원을 조성하여 효심을 일깨우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도 매우 유익하리라 판단된다. 때마침 무심하게 방치되었던 양수척 효자비가 도문화재로 지정예고 되었다. 우연의 일치이겠지만 주부들의 효심이 결실을 본 것이다. 세밑을 맞으며 효도의 등불이 된 양수척 효자비의 깊은 뜻을 새겨봐야겠다.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