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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吉祥) 문자도(文字圖) ‘수(壽)’ 족자

초자연 속 영원·행복한 삶 기원

  • 웹출고시간2008.10.08 19:29:42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어린시절 부모님을 졸라 읍내 장터에 따라 나가면, 그곳에서 굳이 물건을 사지 않아도 이것저것 두리번거리며 구경하는 맛이 그만이었다. 특별히 신기할 것도 재미있을 것도 없는 시골환경에서는, 아주 가끔 있는 일이지만 장터에 나가 세상 사람들의 여러 가지 세태를 구경하는 것이 무척 즐거운 일이었던 것이다.

장날에나 볼 수 있는 즐거움들에는 뻥튀기 기계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 튀밥, 엿장수 아저씨의 흥겨운 가위 장단,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찐빵이나 순대 등이 있다.

그리고 길가에 좌판을 펴 놓고 무언가를 열심히 그리는 거리의 화가들이 있었다. 고작 몇 가지 물감만을 종지에 덜어놓고 붓인지 무엇인지 모르는 뭉툭한 것으로 이리 저리 몇 번 선을 그으면 나무가 되고 꽃이 되고 새가 되고, 물고기가 되고, 여러 가지 동물이 되곤 했다.

그리고 어머니가 시집올 때 해 왔다는 벽 가리개에 쓰여 있는 글자와 비슷한 여러 가지 글자가 유연한 물결을 이루는 듯하더니 그림처럼 한 장 한 장 그려지기도 했다. 그 글자 위에는 꽃과 나무가 함께 있기도 했고 물고기가 어우러져 있거나, 사랑방에나 있음직한 책과 탁자들이 어울려 종이 위에서 노는 듯했다.

길상을 상징하는 ‘수(壽) 문자도’(지본채색, 57.5x10.5cm, 족자). 독특한 형식이 돋보이는 화려하고 안정된 구도가 느껴지는 것으로 예쁘고 아름다움을 추구한 여성이 그린 것처럼 보인다.

사람들이 그 거리의 화가 주변을 에워싸고 순간순간 만들어지는 그림의 신기함에 넋을 놓고 보는 것이다. 뒤에 사람이 잘 안 보인다고 투덜대면 앞에 사람은 무릎을 접고 쪼그리고 앉는다. 그러다 아주 가끔은 부잣집 마님들이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집에 걸어두고 보겠다며 한 장을 사는 것이다. 대체 몇 장이나 팔면 이 화가의 하루 밥벌이가 될까. 그 시절 그렇게 신기하게 바라보았던 그림이 민화의 한 장르인 ‘문자도(文字圖)’라 한다는 것을 훗날 알게 되었다.

다른 나라 화풍의 영향을 받지 않고 독자적인 세계를 갖고 있는 조선의 민화에 등장한 문자도(文字圖)란 말 그대로 글자가 그림이 된 것을 말한다. 이러한 문자도는 민화가 가장 활발하게 그려진 조선후기에 번성 하였다. 이러한 분위기는 사회적인 변화와 함께 한다. 왕족이나 벼슬한 양반에 한정되었던 그림에 대한 관심이 민중들의 풍속이나 세습으로 전이되기 시작한 것이나, 그로인해 풍속화나 민화가 자연스럽게 활발하게 그려진 시점과 같은 것이다. 민중과 함께 호흡하며 민중들 곁으로 다가간 전업화가들이 늘어났고 그림의 소재 대상 또한 조선의 고유한 사람들의 삶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시절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한자인 글자를 자신의 개성에 맞게, 필요에 따라 그 형태를 변형시켜가며, 혹은 다른 장식을 더하고, 혹은 글자의 형태를 축약하며 문자도라는 양식을 만들어 간 것이다. 전업화가는 물론 민화가들, 일반인들조차 많은 사람들이 손쉽게 그렸으며 그래서 늘 새로운 형태가 만들어지곤 하던 문자도였다.

문자도가 발생하는데 가장 영향을 미친 것은 해마다 정월 초하루의 집 안팎에 붙이는 문배(門排)와 세화(歲畵)(문배와 세화란 새해를 축복하는 뜻으로 궐내에서 만들어 신하들에게 내려 주던 그림으로 이를 궁궐의 대문이나 일반 사대부 집안의 문설주, 대문 등에 붙여 재앙을 물리치도록 기원했다.) 풍습(‘동양의 문자도’, 이명구) 이라고 전한다. 이 세화나 문배를 대문이나 집안에 붙이는 풍습은 예로부터 문첩벽사신앙에서부터 비롯된 것으로 문자도의 기원이 되고 있다고 한다.

벽사신앙이라는 기원에 의해 만들어지기 시작한 문자도는 주제에 따라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나타난다. 하나는 벽사의 상징성을 지닌 용(龍)과 호(虎) 자 등을 이용해 그린 벽사문자도가 있고 길상의 의미를 지닌 수(壽), 복(福), 강(康), 영(寧), 정(貞), 부(副), 귀(貴)자 등이 들어 있는 문자도가 있다. 그리고 효(孝), 제(悌), 충(忠), 신(信), 예(禮), 의(義), 염(廉), 치(恥)라는 유교가 내세우는 여덟 덕목을 그린 효제문자도라는 것이 있다.

현재 전하는 수많은 문자도 도판을 보면 그린 사람에 따라, 재료에 따라 너무나 다양하다. 대부분 이름이 전하지 않는 무명의 문자도 들인데, 각기 독특한 필치와 형식을 구사해 현대 디자인에 새로운 아이콘이라는 말을 들을 법하다.

세화와 문배로 시작된 문자도지만 세월이 흐름에 따라 그 쓰임도 너무나 다양하게 변했다. 여성들이 사용하는 규방문화에, 예를 들면 베개, 이불, 벽 가리개 등에 수를 놓은 문자도는 말할 것도 없고 장식용의 병풍이나 족자에도 문자도가 다양하게 등장했으며 도자기나 목가구, 작종 생활용품에 장식으로 문자도를 그리거나 새겨 넣었다.

그 문자의 모양이나 형식은 말할 것도 없다. 전서체나 해서, 예서 등 한자의 글씨체로 정형화된 형식은 물론이고 이것을 변형하고 축소하면서, 여기에 상징성을 갖고 있는 다양한 그림들을 그려 넣어 미적인 아름다움을 첨가한 것이다.

이렇게 그린 이들에 다라 독특한 문자도가 창작된 것을 흔하게 접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은 한두 번 연습해서 된 것은 아닐 것으로 본다. 그럼에도 어떤 그림은 조금 조잡하고, 어떤 그림은 이름난 화가 못지않은 세련됨과 고급스러움을 풍기고 있으며 어떤 그림은 그저 민중의 향기나 맡을 수 있을 만큼 소박하다.

그래서 조선의 이름 없는 민중이 그린 문자도가 하나하나 개성이 느껴지는 예술작품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여기 아주 소박한 민중을 닮은 문자도가 있다. 마치 용궁의 세계를 그린 듯한 ‘수(壽)문자도’(지본채색, 57.5x10.5cm, 족자)다.

수(壽)자는 길상(吉祥)의 상징을 위해 그려진 문자도로 글자의 뜻처럼 인간이 건강하고 오래 살기를 기원하는 글자다. 인간이 삼라만상의 모든 생명체에 대해 지니고 있는 도교적 믿음을 드러내는 글자로 초자연속에서 영원히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기원과 마음이 담긴 그림이다.

이 ‘수문자도’ 족자는 실제 수자의 글자체를 축약한 수자를 그린 것으로 누군가 집안에 장식용으로 표구해 보관하고 있었을 터인데 부분 부분 얼룩조차 그림의 한 부분인 것처럼 오래된 친숙함이 느껴진다. 그림 상단에는 붉은 연꽃이 원을 그리며 그려져 있는데, 이 연꽃의 색채가 고혹적이다. 이 연꽃의 사이사이에는 거북이등 모양을 변형한 것 같기도 하고 물고기 모양을 변형해 그린 것 같기도 한 그림과 꽃봉오리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이는 화면의 전체적인 구성이 안정감을 갖도록 하기 위해 배치해 그린 듯한 느낌이 든다.

그 아래 중앙에는 흔히 규방에서 바느질로 만들던 조각보가 그림으로 그려져 있다. 이 조각보의 그림 하나만 떼어내 보아도 그 색감과 선의 구도가 현대미술의 한 형식을 보고 있는 것 같다. 그 아래 용궁속의 주인공인 물고기가 딱 버티고 있다.

물고기는 그 안이 물속인 것을 상상할 수 있도록 입에서 물의 기포를 뿜어내고 있는데 그 기포마저 꽃잎 모양이다. 물고기 형태와 색채 역시 조선시대의 그림이라기보다는 오늘날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한 만화학도가 그린 그림처럼 재미있다. 붉은 색으로 강조한 입술과 눈, 물고기 비늘 등에도 붉은색을 집어넣어 색감이 이중으로 드러나 입체적이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준다.

물고기 아래는 갓 태어난 새가 있고 그것을 역시 붉은 꽃송이가 받쳐 들고 있다. 다시 그 아래 한 덩이의 연꽃이 나비가 날갯짓을 하고 있는데 중앙에 커다란 붉은 연꽃이 나비의 몸체처럼 전체적인 그림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그 아래 수자의 마지막획수가 위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그림을 고요하게, 진중하게 떠받치는 듯한 자세로 마무리 하였다.

전체적으로 아름답고 화려한 것으로 보아 그린 이가 얼마나 예쁘고 아름다운 것을 추구했을지 짐작해 볼 수 있는 그림이다. 느낌으로 이 그림은 여성이 그린 것이 아닐까 한다. 조선 민중들의 미적인 정서를 엿볼 수 있는 문자도다.


김정애/ 문화담당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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