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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08.09.30 21:21:49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가을의 멱살을 잡으며 앙탈하던 늦더위도 계절의 변화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지구 온난화로 긴 여름을 보내며 투덜대던 사람들은 비온 뒤, 급강하한 날씨에 서둘러 긴 팔 옷을 꺼내 입으며 다가올 겨울을 걱정하게 된다. 사람의 마음이란 이토록 변덕스런 모양이다. 한미 FTA 체결과 미국 발 금융위기 및 멜라민 파문 속에서도 가을은 어김없이 다가오며 들녘을 황금색으로 물들인다.

옹골차게 익은 곡식들을 갈무리하는 농부들의 일손이 바빠질 때면 우리들의 마음도 통통 영글어야 할 텐데 수명을 다한 건전지처럼 빈 쭉정이 뿐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베스트셀러 한권 못 읽어보고 공연장이나 화랑 나들이 한번 못해본 지난 여름이 무척이나 원망스럽고 마음 또한 허전할 것이다.

가을이 되면 누구나 방랑자가 되고 싶고 시인이 된다. 갈대숲이 서걱대고 풀벌레가 우는 밤이면 왠지 옛 사람이 그리워지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충동이 인다. 학창시절에 은행잎을 책갈피에 꽂아두며 읽던 시집의 추억이 아련하다. 이때 쯤이면 가을의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가장 생각난다.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들이우고/ 들판 위엔 바람을 놓아주십시오/ 마지막 열매들이 영글도록 명하시어/ 그들에게 이틀만 더 남국의 따듯한 날을 베푸시고/ 완성으로 이끄시어 무거운 포도송이에 마지막 단 맛을 넣어주십시오…”

릴케의‘가을 날’이라는 시는 사람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시 중 하나다. 특히 바람이 불거나 낙엽 지는 가을날이면 이 시가 더 생각난다. 여름의 위대함이 있었기에 포도송이가 영글어 간다는 시작(詩作)의 전개는 자연에 대한 고마움을 가득 담고 있다. 장미를 너무 사랑하여 장미가시에 찔려 죽은 릴케. 그는 오래 전에 유명을 달리했어도 그의 명시는 두고두고 애송시로 회자된다.

10월은 문화의 달이다. 오곡백과가 풍성하고 가을걷이가 끝나기 때문에 사람들의 마음에도 약간의 여유가 묻어나기 마련이다. 각 시·군에서는 풍년잔치가 앞 다투어 열린다. 황금들녘에 풍장소리가 요란하고 문화회관 등지에서는 음악회, 전시회가 봇물을 이룬다. 평소에 가보지 못한 문예행사를 감상할 절호의 기회다. 빈 마음을 욕망으로 채울 게 아니라 문화예술의 향기로 채워야 정신적 부자가 된다.

물질적인 부족보다 더 무서운 것은 정신의 황폐화다. 정신적 영양결핍은 단기간에 채우기가 어렵다. 우리나라는 국민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오르내리고 있으나 정신적 국민소득은 아직도 2천 달러 미만이다. 물질의 큰 바퀴에 비해 정신의 바퀴는 보잘 것이 없다. 국민소득만으로 문화국가 여부가 재단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중동의 산유국은 높은 국민소득을 기록하고 있으나 세계는 그들을 문화국가로 부르지 않는다.

이에 비해 체코, 폴란드 등 동구권 국가들은 국민소득은 낮아도 문화의식은 아주 높다. 체코의 필하모니는 전 세계가 알아주는 교향악단이다. 체코의 수도 프라하는 ‘황금의 도시’로 불릴 만큼 건축물이 아름답다. 유네스코와 청주시가 기록물 보존에 공이 큰 기관 단체를 선정하여 수여하는 ‘직지상’에 체코의 국립도서관이 제 1회 수상자가 되었듯 국민의 문화의식이 높다.

척박한 마음의 밭을 갈고 기름지게 만드는 데는 문화예술을 접하는 것이 특효약이다. 유명 작가나 연주자가 된다면 다다익선이지만 인간마다 재능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명인의 길은 쉽지 않다. 그 대신 신체의 오감(五感)을 동원하여 문화예술을 접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적 비타민은 상당량 섭취하는 것이 된다.

문화의 달을 맞아서 단 한곳의 문화현장 이라도 달려가 보자. 격조 높은 예술의 향취를 맡는 순간 당신은 고품격을 가진 시민이 되며 정신이 풍요로운 문화시민이 된다. 문화는 특정 계층만이 향유하는 전유물이 아니라 전 시민이 공통적으로 누리는 삶의 필수요건이다. 문화는 귀부인의 귀고리도 아니고 빵 위에 바르는 잼도 아니다. 문화는 삶의 필수영양소이며 삶의 들러리가 아니라 삶의 본질이다.

10월 달에는 문화를 먹고 살자. “문화가 밥 먹여 주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앞으로의 세기는 “문화가 밥 먹여 주는 시대”로 변하게 된다. 문화는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확대재생산을 거듭하는 생산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를 합하여 ‘프로슈머’라 부른다. 문화의 달이 부끄럽지 않도록 저마다 마음속에 문화의식의 업그레이드를 시도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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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