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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연

충북도립대 자치행정학과 교수

필자는 느리게 걷는 것을 선호한다. 사실 지금까지 느리게 행동하고 여유있게 살아온 삶이라기 보다는 조금이라도 빠르고 조금이라도 효율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해 왔다. 걸을 때에도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목적지에 빠르게 갈까를 생각하고 가로질러 갔으며, 자동차를 운전할 때에도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항상 걸어다니던 교정에 아름다운 꽃 사이로 그림같이 놓여진 벤치를 보게 되었다. 따듯한 봄 날씨 때문이었는지, 아름다운 꽃 때문이었는지 문득 혹시 내가 정말 아름답고 즐거운 인생을 빠르고, 효율적 이라는 이름으로 무시하고 못보고 지나간 것이 아니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 부터였다. 필자의 삶이 느리게 여유있게 무엇을 할 수 있는 삶이 아니었고 조금이라도 더 현대사회에 적응하고 앞서 가려고 노력했던 삶이었기 때문에 포기했던 '여유'를 고민했던 것을 말이다. 그래서 필자는 걷는 것이라도 여유있게 느리게 걷기 위하여 노력한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느리게 걷게 되면 평상시 보이지 않았던 아름답고, 즐거운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그 짧은 시간에 삶을 조금이지만 풍요롭게 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우리 모두는 즐거운 인생을 살아가고 싶어한다. 교육을 받는 이유도, 경제적 여건이 좋아지려고 노력하는 이유도, 맛있는 음식을 먹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즐거운 인생을 살고 싶어서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많은 질문을 하고는 한다. 생각하고 고민하고, 본인만의 결론을 내보는 경험은 그들이 자신의 인생을 설계해 나가는데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믿어서이다. 그 수업시간에도 학생들이 본인의 미래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동기를 강하게 부여하고 싶어 학생들에게 "자신이 즐거운 인생을 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해 보았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돈', '재원', '경제력', '직업' 등 예상했던 경제적인 부분이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한 학생이 흥미로운 대답을 하였다. 바로 자신의 인생을 즐겁게 사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시간'이라는 것이다. 시간이 있어야 여행을 가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좋은 사람과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학생은 경제적인 부분도 고려해야겠지만, 자신의 여가시간을 갖을 수 있는 직업을 가지기를 원하고 있었다.

수업이 끝나고 연구실로 돌아와 수업시간에 있었던 학생과의 대화를 떠올려 보았다. 전문가로 대우받을 수 있고, 경제적인 부분을 충족하는 것이 과연 인생을 행복하고 즐겁게 사는 것이 맞는지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되었다. 내가 너무 사회적 지위, 경제적 재원, 효율적인 삶 등 물질적인 성과에 치중하여 아이들에게 그런 삶을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혹시 내가 많은 것을 느끼고 보고 고민해야 할 시간에 틀에 박힌 생각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지는 않은지 나 자신에 대해 반성해 보았다. 내가 느리게 걷기위해 노력하는 것이 어쩌면 이 삭막한 현대 사회에 적응하기 위하여 대학생이 되자마자부터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부분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우리는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10년의 시간과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고 한다. 또한 많은 대학생들이 공무원 공부를 하고 있는데 성공하는 학생들의 기간만을 고려한다고 할지라도 이 기간도 무려 2-3년이나 걸린다. 안타까운 것은 지금 현대 사회는 굉장히 삭막하는 표현을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정신없이 빠르고 많은 정보와 지식을 요구하는 사회이기 때문에 좀 더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삶을 강요하고는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정말 즐거운 삶을 살아가고 싶다면 전문가가 되기 위한 10년이, 공무원 공부를 위해 하루에 10시간이 넘게 공부하는 2-3년의 기간이 힘들고 인내만 해야하는 슬픈 시간이 되어서는 안될 것 같다. 누구에게나 개인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필자는 이렇게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느리게 걸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느림의 미학'이라는 말이 있다. '느림'을 미학으로까지 표현하는 사전적, 철학적 의미까지는 모르더라도 내 삶을 정말 즐겁게 살고 싶다면 여유가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작은 여유가 그들의 힘들고 지친 삶에 조금이나마 활력소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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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