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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연

충북도립대 자치행정학과 교수

이번 겨울은 한파라고 할 정도로 춥지는 않다. 어쩌면 하루를 일찍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한 그 누군가의 배려인 듯 하다. 새벽 첫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참 많은 사람들의 군상을 볼 수 있다.

창문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있는 중년 남성, 리시버를 꼽고 동이 터오는 창밖을 바라보는 여학생, 무언가를 준비하는지 서류를 바라보는 회사원인 듯한 젊은이, 등산복을 등에 지고 웃으며 이야기하는 장년 아저씨와 아주머니들, 산더미 같은 짐을 밀어놓고 그 옆에서 눈을 감고 문에 기대어 있는 아주머니, 술에 취해 얼굴이 벌겋게 되어 인사불성으로 옆 사람에게 고개를 기대고 있는 아저씨, 어딘가를 가는지 곱게 차려입은 노인들이 그들이다.

어떤 사람은 삶에 지쳐서 힘들어 보이고, 어떤 사람은 정신없는 일정에 바빠보이고, 어떤 사람은 공부를 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어떤 사람은 삶의 여유를 가지고 등산을 가는 듯 하다. 이들을 바라보며 그들의 삶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목적지 까지 가는 시간이 지루하지만은 않다.

누구나 그렇지만 아침에 일어나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아무리 따듯하다고 하지만 추운 겨울이면 더욱 그런 것 같다. 그러나 내가 그 새벽에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은 무언가를 위해서 무거운 눈꺼풀을 밀어올리고 준비하고 새벽 첫차를 타는 그런 사람들이다.

그들의 모습이 술에 찌든 모습이어도, 지친 모습일지라도, 비록 누군가에게 기대고 있는 모습일지라도 적어도 그들은 자신의 삶을 위한 준비를 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그렇다. 그들은 바로 하루를 준비하는 사람들 인 것이다.

방학이 시작되기 1주일 전 쯤 한 학생이 연구실로 찾아왔다. 방학을 뜻 깊게 보내고 싶은데 무엇을 해야할지 막막하다며, 상담을 요구했다. 사실 우리나라의 대학생들은 매우 바쁜 시기를 보낸다. 막연히 대학의 학과 수업만을 해 나갔을 경우 사회에 나갈 때 많은 경력 부족 현상을 겪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생들은 다양한 인턴 경험, 해외연수, 수많은 자격증, 점점 더 늘어나는 학과 수업에 정신없는 일정을 보낸다. 자신의 삶에 대해,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준비하는 시간은 줄어들고 있고, 자신만의 삶, 장점, 잠재력 등에 대해 고찰하기는커녕 사회에서 요구하는 천편일률적인 자격기준에 오히려 얽매여 있다는 것이다.

당연한 것처럼 내가 제시한 의견은 새벽 첫차를 타고 학원의 첫 번째 수업을 들어보라는 것이었다. 이러한 의견을 제시한 이유는 첫째, 하루의 시작이 이르기 때문에 하루를 좀 더 알차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되고, 둘째, 이른 하루의 시작을 위해 어제를 좀 더 성실히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첫차에 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보는 것은 자신의 삶에 대한 부분을 좀 더 적극적으로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학원의 첫 번째 수업에 온 학생들의 사이에서 그들의 삶에 대한 열정을 배우 수 있을 것이다.

즉 하루를 준비하는 자세에 대해 배울 것이며, 이러한 노력은 나아가 학생의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기 때문이다.

필자는 무언가를 준비하고 꿈꾸는 사람은 눈빛부터 다르다고 생각한다. 하루를 준비하는 그들은 분명히 눈이 빛나고 있을 것이다. 또한 이렇게 하루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적어도 그들의 삶을 대하는 태도는 누구보다 신중할 것이고, 준비된 하루, 하루를 사는 사람들은 적어도 준비되고 미리 설계된 인생을 살아갈 것이다. 하루하루 준비된 삶을 살아가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삶의 차이가 크다는 것에는 두말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새벽에 하루를 시작하는 그들, 비록 누군가는 피곤해보이고, 누군가는 힘들고, 지쳐보여도 그들이 반짝반짝 빛나 보이고, 멋있어 보이는 것은 착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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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