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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10.26 13:15:36
  • 최종수정2015.10.26 13:15:29

김지연

청주중앙여자고등학교 교사

"배움을 흥정하는 아이들"의 묘한 불협화음이 처음에는 무척 당황스러웠다. 내 인생의 두 가지 키워드인 '배움'과 '아이들'이 '흥정'이라는 소비 행위와 연관되는 것이 불편하기까지 했다. '배움'이라는 단어의 숭고함, '아이들'이라는 단어의 천진난만함, 이 소중한 두 단어 사이에 떡 하니 달라붙은 '흥정'이라는 말이 순수하고 아름다운 두 단어를 오염시키는 것 같아 서글퍼지기도 했다. "배움을 흥정하는 아이들"은 우치다 타츠루가 '하류지향'이라는 책에서 언급한 말이다. 네 살 때 이미 생산 행위보다는 소비 행위를 먼저 익힌 아이들이 학생이 되었을 때, 교육에서도 역시 소비 주체의 역할에 익숙하다 보니, 마치 물건을 구매하듯이 수업도 필요한 것만 골라 듣는다는 것이다. 우치다 타츠루의 말에 저항하고 싶은 간절함과는 달리 그의 발언이 현실을 간파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우리 교실에서도 배움을 흥정하는 아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거 왜 배워요?"라는 질문에 대해 교사의 납득할 만한 답변이 없을 때, 학생들은 배움의 필요를 잃어버리는 일이 많다. 교육의 효용성이 요즘 학생들에게 강력한 학습 동기가 된 것은 확실하다.

잠시 2015년 10월의 고등학교 3학년 교실을 들여다보자. 칠판에는 D-day가, 달력에는 빨간색 동그라미가 오직 하나의 날짜를 향해 달려가고 있고, 모든 학생과 교사의 눈은 세상 유일의 책인 양 EBS 교재로 집중되고 있다. 이 교실에서 진행 중인 수업은 그나마도 선택한 학생들이 많은 과목이다. 또 다른 교실을 들여다보자. 몇몇은 교사의 눈길을 피해 가며 다른 책을 보고 있다. 또 몇몇은 다음 시간을 위해서 수면 시간을 확보하고 있다. 그래도 예의 바른 몇몇 학생들은 교사의 눈을 바라봐 주지만 정신은 먼 곳에 가 있다는 걸을 쉽게 눈치 챌 수 있다. 왜 이럴까? 학생들의 선택에서 제외된 과목의 수업시간이기 때문이다. 이 수업에서 교사가 느끼는 자괴감과 학생이 느끼는 불쾌감을 상상할 수 있는가. 학생들의 필요에 의해 들어야 할 수업과 버려야 할 수업이 나눠지고 있다.

다시 우치다 타츠루로 돌아가 보자. 시장경제가 주도하는 자판 위에 수업을 올려놓고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 이 독특한 학자는 "그 가치와 의미와 유용성을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이야말로 배움이 일어나는 동기가 된다."라는 탁월한 발언으로 이제 우리를 위로한다. 유용성을 뛰어넘는 학습의 동기가 진짜 배움의 동기라는 것이다. 이 총명한 학자의 말에 상품 진열대에 오른 수업이 드디어 구제를 받는다. "배움을 흥정하는 아이들"이 아닌 '배움을 즐기는 아이들'에 대한 갈망은 누구보다 교사에게 강하다. 내 주변에는 교사라는 직업에 일종의 사명감 같은 것을 갖고 교실 수업 개선을 위해 고군분투하며 가슴 설레는 대안들을 실천하고 있는 선생님들이 많다. 교실의 모든 학생들에게 배움이 일어나도록 해야 하며 누구도 교실에서 소외되지 않아야 한다는 명료한 비전과 구체적인 실천 프로그램으로 많은 교사들을 매료시킨 배움의 공동체, 강의와 과제의 순서를 뒤바꾼 참신한 발상으로 교사에게 보다 많은 수업의 자유를 안겨준 거꾸로교실 등은 수업 개선과 혁신의 다양한 움직임 중에 하나이다. 더 나아가 배움의 공동체나 거꾸로교실의 프레임에 갇히지 않고 그것의 창의적인 실천을 위해 새롭고 낯선 수업과 즐거운 씨름을 하는 수많은 선생님들이 있다.

그러나 교사의 자발적 움직임에만 모든 걸 기대기에는 수업 혁신의 무게가 너무 무겁고 교육의 메커니즘은 매우 복잡하다.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밀접하게 상호작용을 해야 하며, 무엇보다도 좋은 수업과 짝을 이룰 수 있는 좋은 평가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좋은 수업은 좋은 평가가 있어야 완성된다. 이제 우리의 새로운 키워드는 좋은 평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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