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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4.13 13:22:10
  • 최종수정2015.04.13 13:21:58

김지연

청주중앙여자고등학교 교사

오른쪽은 분홍색, 왼쪽은 연두색, 이 정도는 봐 주세요. 선생님! 한쪽은 230 사이즈, 다른 한쪽은 240 사이즈 실내화가 도저히 이해가 안 되시는 거, 저희들도 알아요. 저의 240 쪽은 발이 남아돌아서 세 걸음도 가기 전에 훌러덩 벗겨지기 일쑤이고, 친구의 230은 다닥다닥 붙어버린 발가락이 꼼지락거리기도 힘든데, 그러고도 까르륵 숨넘어갈 듯 웃겨 죽는 우리들을 보면서 선생님께서는 기가 막혀 뒤로 넘어가실 기분이라는 거 저희들도 알아요. 발등에 상처가 생겨도 그것을 고집하는 우리들을 보면서 선생님의 마음이 아프시다는 것을 저희들도 알아요. 그렇지만 선생님! 이 정도는 봐 주세요. 왜냐하면 이것은 저희들이 서로의 우정을 확인하는 소중한 우정실내화이니까요.

교실 빗자루에 해바라기 붙여 놓았다고 혼내지 말아 주세요. 선생님! 대걸레에 장미꽃 달아 놓았다고 뭐라 하시지 말아 주세요. 선생님! 엄마께서 선반 높은 곳에 두고 눈길도 잘 안 주시던 가짜 꽃이면서도 꽃꽂이 망가뜨려 놓았다고 혼을 내셔서 마음이 심란하단 말이에요. 집에 있는 가짜 꽃이 교실 빗자루 머리 위에서 반짝반짝 빛나며 새 생명을 얻었잖아요. 빗자루에 해바라기 붙이면, 대걸레에 장미꽃 달아 놓으면 꼼짝 하기 싫은 청소시간도 신이 난단 말이에요. 먼지 앉은 선반 위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던 조화(造花)가 우리들의 못난이 빗자루와 이렇게 조화(調和)가 잘되는지 선생님도 모르셨죠· 선생님! 이 정도는 뭐 어때요. 우리들도 머리핀 꽂고 예쁘게 치장하고 싶은데, 오죽하면 빗자루가 우리들의 대리만족이 되었겠어요.

교과서 오른쪽 구석에 움직이는 그림 그려 놓는 거, 이 정도는 봐 주세요. 선생님! 솔직히 재미없는 교과서, 그 구석 1% 작은 구역은 우리들의 창작 욕구로 재밌어도 되잖아요. 엄지손톱만큼 작은 그림을 페이지마다 그려놓고 책장을 도로록 빠르게 넘기면 그림 속의 그 아이는 후다닥 교실 밖으로 달려가기도 하고, 키득키득 신이 나서 웃기도 한단 말이에요. 쪽마다 시간차 고려해서 공간이랑 표정을 조금씩 다르게 하느라고 얼마나 힘들었다고요. 그래도 교과서 검사 할 때는 지워야 할 것 같아서 지우개로 그렸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선생님! 이 정도는 봐 주세요.

그게 뭐냐고 대신에 대단한 걸! 우리 학생들! 분홍색과 연두색 짝짝이 실내화는 발랄하고 당당한 우리 학생들의 패션 감각이고, 머리에 꽃 꽂은 빗자루며 대걸레는 청소하기 싫어하는 우리 학생들에게는 엔돌핀이고, 책장 구석에서 키득거리며 웃고 있는 움직이는 캐릭터는 우리 학생들이 교과서를 더 사랑하게 만드는 매개체라면, 너희들의 '뭐 어때요?'라는 당돌한 주장에 선생님인 나도 기분 좋게 한 표를 던진다.

대신에 짝짝이 실내화 신고 다니다가 넘어지지 말 것, 건강함 속에서 발랄한 우정이 더욱 예쁘게 커갈 거니까. 빗자루에 달아놓은 해바라기는 엄마의 허락을 먼저 받고 가져 올 것, 엄마 속상하게 하는 못난이 딸래미보다 청소 신나게 하는 착한 학생이 더 예쁘다고 할 수는 없으니까. 교과서 본문은 온전히 지켜줄 것, 존경하는 세종대왕님, 김구 선생님, 윤동주 시인님의 귀한 몸에 낙서하지 말 것,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이 바탕이 되어야 자신의 개성 있는 창작 욕구가 더욱 반짝반짝 빛이 나게 될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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