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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3.16 13:35:48
  • 최종수정2015.03.16 13:35:46

김지연

청주중앙여자고등학교 교사

A씨는 오늘 짜증이 하늘로 치솟는다. 그게 가능하다면 울화통을 터뜨리며 불꽃놀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직장 밖에서는 정의로운 이미지, 직장 안에서는 모범 이미지를 추구하며 살아온 A씨이다. 굳이 직장인의 점수를 매긴다면 'A' 등급을 은근히 기대하는 쪽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오늘 유난히 자칭 A씨의 심기를 살살 건드리는 일들이 여러 건 발생한 것이다.

오전 8시 30분, 첫 사건은 사무실 책상 위에서 벌어졌다. A씨가 깔끔한 자신의 책상을 바라보며 기분 좋게 윗옷을 벗는 순간, 팔꿈치에 툭! 무엇인가가 걸리는가 싶더니 옆 자리의 종이컵에서 어제 먹다 남긴 커피일 것이 분명한 액체가 A씨의 노트북에 확! 쏟아진다. 끈적끈적한 그것이 노트북의 작동을 멈춰놓았을 뿐만 아니라 A씨의 첫 번째 울화통도 부글부글 끓어오르게 하였다. 도대체 왜 더러운 걸 알면서도 치우질 않는 건지 A씨는 B씨를 이해할 수가 없다.

오후 1시 30분, 간만에 봄 냄새가 물씬 나는 이 햇살에 잠시 마음이 녹으려 했던 A씨는 창가 쪽에 앉은 B 씨가 창문을 열 생각도 않고 커튼을 올릴 생각도 않는 것이 두 번째 사소한 울화통이 되었다. 생각해 보니까 B씨는 출근 시간도 이르면서 오늘도 역시나 환기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A씨는 창문을 열어젖히며 B 씨에게 '좋지?'라고 동의의 눈빛을 구한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지 B씨는 괜히 떨떠름한 표정이다.

오후 5시 30분, 드디어 A씨의 울화통에 불꽃이 이는 사건이 벌어졌다. 외근을 마치고 사무실로 들어가자니, C씨와 대화를 나누고 있던 A 씨의 목소리가 갑자기 작아지는 것이 아닌가? 도대체 B씨는 더러우면서도 주변을 치우지 않고, 공기가 안 좋은데도 창문을 열지도 않으면서, 왜 나한테 떨떠름한 거야? 울화통에 시동이 걸린 A씨의 얼굴이 점점 달아오르더니, "왜 속닥거려?" 급기야는 울화통 불꽃 하나를 사무실에 발사하고 곧바로 밖으로 나와 버린다.

그런데 A씨의 울화통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해결되게 된다. 평소 검소하다고 자부하고 있는 A 씨는 오늘 퇴근길에도 버스를 이용한다. 그런데 아주 건방져 보이는 한 남학생이 맨 뒷좌석의 반을 차지하고는 옆에 누가 앉지도 못하게 다리를 쩍 벌리고 인상을 팍팍 쓰고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이 때, 평소 정의롭다고 자신하고 있는 A씨는 이 상황을 그대로 넘길 수가 없다. 불량한 남학생을 억지로 밀치고 옆에 앉은 A씨는 남학생의 다리 쪽으로 힘을 팍 주면서 배려심 없는 남학생의 쩍 벌린 다리를 예의 바른 11자 모양으로 모아주고는 시치미를 뗀다. 얄미운 B 씨에게 못한 화풀이까지 더하여 뭔가 통쾌한 기분의 A씨이다. 그런데 이 때 점점 더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진 남학생이 울 것 같은 목소리로 하는 말,

"아저씨! 저 오늘 고래 잡았어요!"

평소 배려심이 강하다고 자부하던 A씨의 뿌듯함은 순식간에 부끄러움으로 변해 버린다. 아, 나는 왜 나만 옳다고 생각했을까. 어쩌면 B씨는 더러움에 대한 기준이 나와 달랐을 수도, 따뜻한 햇살을 나만큼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었던 것이리라. 그 '속닥거림'도 자신을 향한 것이 아니었을 수도, 나와 생각이나 상황이 달랐을 수도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A씨는 오늘 고래를 잡은 남학생에게서 역지사지(易地思之)를 발견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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