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구름조금충주 17.0℃
  • 맑음서산 18.6℃
  • 맑음청주 18.1℃
  • 맑음대전 18.5℃
  • 구름조금추풍령 19.0℃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홍성(예) 18.0℃
  • 맑음제주 21.3℃
  • 맑음고산 18.8℃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제천 17.2℃
  • 구름조금보은 17.3℃
  • 구름조금천안 17.8℃
  • 맑음보령 18.9℃
  • 맑음부여 18.7℃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4.09.02 14:17:48
  • 최종수정2014.09.02 14:17:33

방광호

청석고등학교 교사

그 옛날 중앙초등학교 주변이 복개되기 전 하천이 있었다. 어느 날, 종례를 마치고 교문을 나서다 보니 먼저 하교하던 아이들이 뭔가를 향해 종주먹질을 해대며 아우성을 쳤다. 오후의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물속에 웬 젊은 여자가 주저앉아 낮은 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호기심 많은 초등학생들이 그냥 지나칠 리 있겠는가· 요즘처럼 학원 갈 시간에 쫓기기를 하나, 컴퓨터가 있어 얼른 집으로 가서 게임을 즐길 것도 아니니 급할 게 전혀 없던 시절이었다.

어떤 녀석은 '미친 년!, 미친 년!' 하며 나이는 비록 어려도 정신은 말짱하다는 우월적 지위를 맘껏 누리며 아이들 앞에서 용기를 자랑했다. 또 어떤 녀석은 작은 돌멩이를 주워와 위협사격을 하며 잔인함을 뽐내기도 했다. 심지어 어떤 녀석은, 미친년은 빤스를 입지 않는다고, 확인시켜 주겠노라며 긴 장대를 들고 나타나 물속에서 부풀어 오른 치마를 걷어 올리느라 끙끙대기도 했다.

그러다 선생님이 달려오셔서 아이들의 귀가를 독촉했고, 물속의 불쌍한 인어공주가 도로 위로 나오자 아이들은 또 와와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당산 밑 길가에 시원하고 달콤한, 물이 마르지 않는 옹달샘이 있었다. 몇 그루 나무가 그늘까지 만들어주어 마치 오아시스를 연상케 했다. 길을 오가는 사람들이 물 한 바가지로 목을 축이고 다리를 쉬는 주막 같은 곳이었다.

그런데 그곳을 언젠가부터 한 여인이 점령해버렸다. 확인되지 않은 풍문에 의하면 어느 유명한 요정의 마담이었는데 정신이 돌아버렸다는 것이다. 다양한 추측이 난무하고 그로테스크하게 각색된 이야기가 진실인 양 나돌기도 했다. 어쨌거나 그녀는 그저 조용히 그늘에 앉아 검고 큰 가방에서 꺼낸 자투리 천으로 자신의 치마에 자꾸 덧대어 기우고 또 기우고 할 뿐이었다. 미친 여자란 소문이 아니고, 그런 기이한 행동만 하지 않았다면 감히 접근하기조차 어려운 카리스마 있는 얼굴이었다. 상당히 기품이 있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녀는 무도회에 입고 갈 멋진 드레스를 만드는 것일까· 아니면 백마 탄 왕자나 황금 수레를 탄 임금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몰랐다.

어느 날, 반짇고리에서 꺼낸 천 몇 조각을 엄마 몰래 가방에 넣어두었다. 하교 후 돌아오는 길에 조심조심 다가가 자투리를 그 검은 가방 옆에 슬쩍 떨어뜨렸다. 나를 바라보는 눈길에 얼마나 당황했던지! 그녀는 따스한 눈빛을 지니고 있었고, 입가엔 어렴풋한 미소마저 머금고 있는 게 아닌가· 순간 나는 착각했다. 이 아줌마는 미친 게 아니라고. 어쩌면 더럽고 탁한 세상이 싫어서 옛날의 선비들이 청맹과니로 살아가듯 세상으로부터 도망쳐 온 여자일 거라고! 그도 아니면 세상 구경 온 천사일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다시 돌아갈 날을 위해 지금 수많은 깃털로 변할, 수없이 많은 천들을 달며 날개옷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라고….

그 일이 있고 며칠 후, 거짓말처럼 그녀는 사라지고 없었다. 다음 날도, 또 그 다음 날도 그녀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친구들에게 나는 말했다.

"거 봐, 내 말이 맞지? 그녀는 미친 여자가 아냐. 하늘나라에서 온 천사였다구…!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