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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광호

청석고등학교 교사

나는 지금도 어머니와 싸운다. 아흔을 넘기신, 그래서 당신 몸을 겨우 추스르며 지내고 계시는 분과 싸우다니 지나가던 소도 그 큰 머리통을 절레절레 흔들며 웃을 일이다.

20여 년 전 선친과 사별하고 홀로 되신 어머니를 자주 찾아뵙겠노라 다짐했었다. 매번 일주일을 넘기지 않고 찾아뵈었다. 어렸던 아이들도 기꺼이 따라 나섰고, 나도 제법 효도하는 줄 착각했다.

찾아뵙는 날이면 언제나 어머니께서 미리 저녁을 준비해놓고 기다리셨다. 불편하실 텐데 그만두라고 말씀드리면, 그것이 어머니의 기쁨이고 손주들 만나는 즐거움이라 하셨다. 문제는 아내나 나나 식사량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데 있었다. 더군다나 나는 입이 짧아 어려서부터 늘 깨지락거린다는 소리를 들어왔던 터였다. 그런대로 어머니께서 준비하신 저녁을 먹고 있노라면,

"애비, 뜨신 밥 좀 더…?"

하시며 거의 다 비워가던 밥그릇에 밥이 한 주걱, 지금까지 먹은 만큼의 양이 다시 보태지는 것이었다. 특공대의 기습처럼 이뤄지는 일이라 말릴 틈도 없었다. 처음엔 그게 어머니의 자식 사랑이라고 애써 팽만감을 밀어내며 받아들였다.

"에미도, 뜨신 국 좀 더…!"

아내의 국 대접에 또 국이 부어지며, 어머니의 국자와 주걱은 식탁 위에서 분주하기만 했다. 방문 때마다 반복되는 어머니의 지극한 사랑에 아내와 나는 점점 손사래부터 치기 시작했고, 아이들은 수저질을 멈추고 할머니를 바라보며 웃었다.

'뜨신 밥 좀 더, 뜨신 국 좀 더, 고기 더, 과일 더, 떡 더, 심지어 소주 더…'는 물론, '이참에 냉장고 내용물 좀 갈아 보려네' 하시는 듯 종종 걸음을 치시니 참으로 난감한 노릇이었다.

쌀밥이 귀했던 시절, 쌀밥을 꽁보리밥으로 잘못 알고 있던 내가 부엌 궁뎅이에 매달려,

"엄마, 꽁보리밥 줘, 꽁보리밥!"

하고 징징거렸다는 건 동네 어른들의 말로 일소(一笑)에 붙인 추억이 된 지 오래지만 사실 그 어렵던 보릿고개 시절에도 나는 밥 굶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어머니께서는 쌀밥을 찾던 내 어린 시절을 고래 심줄처럼 질기게 기억하고 계신 걸까? 고깃국을 자주 먹이지 못했던 아픔을 원죄의식처럼 간직하고 계신 걸까?

어머니는 늘 집 나갔다 돌아온 자식 챙기듯 신경 쓰셨다. 이러니 당신의 아들인 나나 아내에겐 고통일 수밖에 없었다. 요즘도, '방금 밥을 먹고 오는 길'이라고 거짓 선언하며 들어서는 싸가지 없는 아들에게 수전증으로 떠는 손길이 여전히 바쁘시다. 하 싫은 소리를 해 온 탓인지 그 강도가 약간 수그러들긴 했지만 결국 크게 달라진 게 없으니 우리의 싸움은 과연 언제나 끝날 것인가?

어머니의 이 넘치는 사랑을 익히 알고 있는 형님은 너털웃음으로,

"이제 머지않아 우리 집안의 전설로나 남을 일이네…!"

하며 눈꼬리를 훔쳐냈던 것이다.

아흔을 넘기셨으니 이제 사시면 얼마나 사실까 생각하면 이 전쟁의 승리를 기꺼이 어머니께 돌려드리고, 주면 주는 대로 넙죽넙죽 받아먹는 노예가 되었으면 싶은데…!

아, 나는 왜 밑 빠진 독 같은 배를 타고 나지 못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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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