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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보 김기창 화백 탄신 100주년 - 제주도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편

제주의 하늘·바다와 해녀를 품고 그 섬에 영원히 잠들다

  • 웹출고시간2013.11.03 19:58:45
  • 최종수정2013.11.03 19:58:45

10. 미술인(예술인) 특화로 성공한 도시- 제주도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편

인생에 있어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을 사진 작업에만 몰두했던 한 작가가 있었다.

그는 우리나라의 섬 중에서도 '제주도'를 사랑했다. 우연히 들른 그곳에서 때 묻지 않은 자연에 매료돼 가족과의 인연도 끊고, 결혼도 하지 않은 채 오로지 사진 찍기에만 몰두했다.

제주 곳곳의 비경을 파노라마 사진에 담아내며 남다른 제주 사랑을 보여준 이는 다름 아닌 김영갑(1957년~2005년) 사진작가다.

2005년 3월 세종문화회관에서 '이어도'를 주제로 개인전을 연 뒤 2달 뒤 루게릭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자신의 몸보다 제주의 바람과 돌과 자연을 사랑한 그는 20여 년간 수행이라 할 만큼 영혼과 열정을 다해 20만 컷에 달하는 사진작품을 남겼다.

그리고 그 작품은 현재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로 137(삼달리 437-5)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에 전시(보관) 돼 언제든 그곳에 가면 작가를 추억할 수 있다.

◇ 대한민국 사진작가 김영갑

충남 부여 출생인 김영갑은 서울 한양공업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중학교 때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던 형으로부터 카메라 한 대를 선물 받은 뒤 친구 아버지가 운영하는 사진관에서 심부름을 하며 어깨너머로 사진 기술을 익혔다.

그는 대학 진학도 포기하고 프리랜서 사진작가를 꿈꿨다. 그리고 전국 곳곳을 누비며 사진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다 1982년부터 제주도를 오르내리며 사진을 찍다가 제주의 외로움과 평화에 반해 섬사람이 되기로 결심한다. 그래서 1985년 아예 제주도에 정착했다.

그는 가족과의 인연도 끊고 결혼도 하지 않은 채 제주의 자연을 필름에 담아냈다.

사시사철 밤낮 가리지 않고 제주 전역을 샅샅이 훑었고, 사진 한 장을 얻기 위해 절벽에 몸을 매달고 사진을 찍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가난과 고독 속에서도 제주의 들과 구름, 산과 바다, 나무와 억새 등의 자연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렇게 찍은 필름은 약 30만 컷에 달했다.

그러던 1999년부터 사진 찍는 손이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 이후 상태는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점점 더 나빠졌다. 더 이상 사진을 찍을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 그는 2001년 서울의 한 병원을 찾았다가 사지의 근육이 점점 위축되어 결국 죽음에 이르는 질병인 근위축증(루게릭병) 진단을 받았다.

그럼에도 그는 사진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못했다. 떨려오는 손과 허리의 통증을 참아가며 자신의 이름을 딴 갤러리를 만들고자 결심했다.

그래서 2002년 여름 문을 연 곳이 '김영갑갤러리두모악'이다. 점점 퇴화하는 근육을 놀리지 않으려고 손수 몸을 움직여 사진 갤러리를 만드는데 열중했다.

그는 이렇게 투병생활을 한 지 6년만인 2005년 5월29일 그가 만든 두모악 갤러리에서 고이 잠들었다.

그의 유골은 두모악 갤러리 마당에 뿌려져 그가 사랑했던 섬 제주에 영원히 남게 됐다.

◇투병으로 일군 '김영갑갤러리두모악'

제주도 서귀포시 선산읍 삼달로 137에 위치한 '김영갑갤러리두모악' 전시장 입구.

남제주군 성산읍 삼달리의 폐교(삼달초등학교)를 빌려 완성한 '김영갑갤러리두모악'은 1만3천200여m²(옛 4천여 평)의 부지에 전시공간 990여m²(옛 300평)와 무인 찻집 등으로 꾸며졌다.

전시장에는 모두 20만 장에 달하는 사진이 전시·보관되고 있다.

폐교인 삼달초등학교를 임대해 만든 갤러리두모악 입구.

'두모악'은 한라산의 옛 이름이다. 갤러리 이름에서부터 남다른 제주 사랑이 전해진다.

그는 이 자리에 버려진 삼달초등학교를 일궈 교실은 전시장, 운동장은 정원으로 꾸몄다. 곳곳에는 제주의 상징인 야생초와 억새 등을 심고 손수 돌담을 쌓아 버려진 폐교를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완성시켰다.

학교 운동장을 개조해 만든 갤러리 정원에는 토우 작품들이 곳곳에 전시돼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미술관은 개관 4년째인 지난 2006년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가볼만한 곳'으로 지정돼 현재 수많은 관광객들이 다녀가는 유명 관광코스가 됐다.

전시장 안에는 그가 생전에 작업실에서 찍었던 사진이 전시돼 있다.

두 개의 공간으로 나뉘어 있는데 '두모악관'에는 하늘과 구름을 표현한 사진들이 있고, 또다른 전시실인 '하날오름관'에는 제주의 오름과 중간산, 마라도, 해녀 등 지금은 사라진 제주의 모습과 쉽게 드러나지 않는 제주의 속살을 감상할 수 있다.

생전의 사무실에 마련된 '유품 전시실'에는 그가 평소 즐겨보던 책과 평생을 함께해온 카메라가 전시돼 있다.

'영상실'에서는 작가가 생전 인터뷰한 영상물이 상영되고 있다.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하던 젊은 시절의 김영갑 작가와 투병생활로 몸이 야위어 가면서도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고자 했던 그의 열정과 집념을 엿볼 수 있다.

또 투병생활을 하면서 손수 일군 야외 정원에는 갤러리를 찾는 이들을 위한 휴식과 명상의 공간으로 꾸며졌다.

전시관 뒤에 있는 무인 찻집은 관람객과 사진작가들이 아지트처럼 애용하고 있었다.

커피와 간단한 요기를 할 수 있는 '찻집'은 주인 없이 운영되는 무인 찻집이다.

먹은 만큼 가격을 지불하고 먹은 것은 반드시 자신이 치우고 가는 에티켓은 관람객으로서 필수다.

갤러리 곳곳에는 평생 사진만을 생각하며 치열하게 살다간 한 예술가의 애절함이 '김영갑갤러리두모악'이라는 이름으로 하나의 거대한 작품이 돼 있다.

현재 두모악 갤러리는 선생의 제자인 박훈일 사진작가가 관장으로 있다.

선생이 세상을 떠나면서 그가 '김영갑갤러리두모악' 지기를 자청했다.

◇김영갑의 사진과 사진이야기


김영갑 작가는 2005년 3월 세종문화회관에서 '이어도'를 주제로 전시회를 가졌다.

이것이 생전 마지막 개인전으로 모두 17회에 걸쳐 개인전을 열었다.

제주도를 사랑한 그는 사진집도 냈다. 1995년 첫 사진집 '마라도'를 시작으로 '눈·비·안개 그리고 바람환상곡', '구름이 내게 가져다 준 행복' 등이 있다.

사진 수필집으로 '섬에 홀려 필름에 홀려(1996)', '그 섬에 내가 있었네(2004)' 등을도 출간했다.

수상 내역으로는 2003년 이명동사진상 특별상이 있다.

/ 김수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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