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구름조금충주 17.0℃
  • 맑음서산 18.6℃
  • 맑음청주 18.1℃
  • 맑음대전 18.5℃
  • 구름조금추풍령 19.0℃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홍성(예) 18.0℃
  • 맑음제주 21.3℃
  • 맑음고산 18.8℃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제천 17.2℃
  • 구름조금보은 17.3℃
  • 구름조금천안 17.8℃
  • 맑음보령 18.9℃
  • 맑음부여 18.7℃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08.03.11 20:31:23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문명의 획일화를 비판한 여러 문학작품 가운데 김광식의 단편‘213호 주택’이 단연 돋보인다. 주거문화의 획일화에 대한 그의 지적은 비수처럼 꽂히며 경종을 울린다. 인쇄소의 기사인 김명학은 일제 때 공고 기계과를 나온 사람으로 교과서를 찍어내는 인쇄소에 취직했지만 잦은 기계고장으로 추궁을 당하게 된다.

이 같은 고장으로 새 학기를 맞아 교과서를 찍어야 하는 인쇄소는 큰 타격을 입게 되고 그 책임은 김명학에게 돌아간다.

숱한 날 고민을 하던 김명학은 사표를 내고 회사를 떠난다. 그의 집은 흑석동과 세칭 아리랑 고개를 지나 신시가지의 로터리부근에 있는 주택영단이었다. 똑같은 모양의 아파트가 사열을 하는 특호주택이다.

퇴직금을 받아 가지고 회사를 나온 김명학은 매우 착잡했다. 아내와 아이들에게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 것인가 고민이었다. 술에 만취한 그날, 김병학은 무의식적으로 버스에서 내려 집을 찾아갔지만 술 탓인지 양키와 한국인 여자가 살고 있는 집으로 잘못 들어간다. 김명학은 도둑으로 몰리면서 양키에게 두들겨 맞고 경찰서 유치장에서 하루를 보내게 된다.

경찰서를 나와 집으로 돌아간 김명학은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땅을 파고 보도블럭을 깐다. 눈을 감고도 찾아갈 수 있게끔 만들기 위해서다. 보도 블럭 위를 걸어 자기 발걸음을 재어보던 김명학은 돌연 부엌에서 식칼을 들고 나와 현관 손잡이 부근을 파기 시작한다. 손으로 더듬어 보아 자기 집임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게끔 하기 위해서다.

6·25동란이 끝나면서 피란민들이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처음에는 판자 집 투성이었으나 점차 안정을 되찾으며 현대식 양옥이 지어졌다. 5·16 후, 그 양옥문화는 지방으로 파급됐다. 1960년도 중반, 청주에도 국민주택형의 양옥이 보급됐다. 빨간 지붕에다 벽은 황갈색이었고 지붕은 파란색이거나 빨간색이었다. 이 양옥은 방 세 칸에 입식부엌을 갖추고 있어 대단한 열기 속에 분양됐고 선망의 대상이 됐다. 중산층 이상이 아니면 이러한 주택에 살기 힘들었다.

그 당시에는 기본적인 의·식·주 를 해결하기에 바빴으므로 성냥갑 모양이라는 주택의 겉모습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오래된 주택에 살던 사람들은 이 주택에 사는 사람들을 매우 부러워했다. 청주에 아파트 문화의 효시가 된 것은 70년대 말∼80년대 초, 사직동 주공아파트였다. 사직동 주공아파트는 13평이 대부분이었고 15평, 17평도 상당수 지어졌다.

이 아파트는 종전의 국민주택과 매한가지로 인기리에 분양됐다. 비록 13평이긴 하였지만 입식 부엌에다 수세식 화장실을 갖추고 있어 무엇보다 편리했다. 성냥갑 아파트를 지을 경우에는 설계비가 크게 절약된다. 하나의 설계로 수백, 수천 세대를 지을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까지 이런 방식은 주택이나 아파트를 짓는데 주류를 이루다시피 했다.

그런데 지난해 말께부터 성냥갑 아파트에 제동이 걸렸다. 서울시 건축위원회에서 성냥갑 아파트가 된서리를 맞았다.

지난해 12월 말 열린 서울시 건축위는 심의대상 4건 중 3건에 대해 디자인 미달을 이유로 재심결정을 내렸다. 이들 아파트들이 성냥갑 아파트를 탈피치 못한데 탈락의 원인이 있는 것이다. 서울시가 성냥갑 아파트 퇴출을 선언한 후 재개발, 재건축 아파트가 디자인 문제로 고배를 마시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성냥갑 아파트 퇴출바람은 금세 지방으로 파급되고 있다. 인천, 대구, 충북 등 지자체에서 서울시의 이 같은 방침을 적극 도입키로 한 것이다. 대한건축사회 대강당에서는 전국 광역, 기초자치단체 담당 공무원에 대한‘건축심의 제도개선 관련 설명회’를 갖기도 했다.

여러 사람이 모여 사는 인류사회는 다양성에 기초를 둔다. 다양성과 개성이 존재하기에 이 사회는 너와 내가 다르고 또 상대방이 존중되는 것이다. 화합은 하되 다 똑같은 것은 아니다. 선인들은 이를 두고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 했다. 장미가 꽃중의 꽃이라 해도 모든 꽃밭이 장미일색이라면 그 얼마나 무미건조하고 삭막한 세상이 되겠는가. 사람은 로봇이 아니다.

획일적인 아파트에서 살다보면 알게 모르게 정서가 덜 가꿔지고 사고방식도 획일화될 우려가 다분히 있는 것이다. 획일화된 사회는 당장 일의 능률은 올릴지언정 창조성은 말살된다.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