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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09.11.17 15:31:10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청주 흥덕사에서 찍어낸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의 행간을 거닐다보면 인류문화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걸출한 두 여인을 발견하게 된다. 한 분은 '직지'의 간행 당시 발간 비를 부담한 비구니 묘덕(妙德)이요, 또 한 분은 프랑스 국립도서관 서가에서 '직지'를 찾아내 세상에 알린 재불 학자 박병선 박사다.

'직지'의 간기에 보면 시주 비구니 묘덕(施主 比丘尼 妙德)이라는 글귀가 선명하다. 책의 편찬은 백운화상의 제자 석찬, 달담이 담당하였지만 그 출판 비는 비구니 묘덕이 댔다. 남자도 하기 힘든 일을 여자가 해냈으니 가히 여장부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직지'하면 우선 백운화상을 떠올리고 이 책을 편찬한 석찬, 달담의 공적을 높이 평가하고 있지만 '직지'의 탄생은 한 두 사람의 공적에 의한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합작에 의한 것이고 막대한 출판 비를 댄 한 비구니의 시주에 탄력을 받아 이루어졌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외에도 어미자를 깎은 장인이라든지 쇠를 다루는 주물공, 활자를 다듬고 짜 맞추는 식자공과 조판공, 한지를 만든 장인, 출판용 유연묵을 생산한 장인 및 인쇄 제본공 등 수많은 사람들이 호흡을 맞춘 결과 인류 문명사에 빛나는 '직지'가 비로소 빛을 본 것이다. 이로 보면 '직지'의 탄생에는 주연급 보다 오히려 조연급의 역할이 더 돋보인다. 기실 주연급으로 알고 있는 백운화상은 '직지' 인쇄본 제작 3년 전에 입적하여 금속활자본으로 제작된 자신의 저서도 읽어보지 못했다.

비구니 묘덕은 누구인가. 확실히 드러난 사실은 없지만 그간 관련학계의 연구에서 묘덕은 고려 충선왕의 사위 정안군의 후실 임씨(任氏)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묘덕이 왕실과 관련된 인물이었기에 그 많은 출판 비를 감당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금속활자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있었다 해도 출판 비를 대지 못했다면 금속활자본 '직지'는 결실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직지의 대모(代母)로 불리는 박병선 박사는 문명의 나라 한국을 빛내고 학문의 고장 청주를 세계에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한 분이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지난 1955년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소르본 대학과 프랑스고등교육원에서 역사학과 종교학을 전공,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프랑스국립도서관에서 시간제(파트타임)로 일하면서 '직지'와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된다. 구한말 주한 프랑스 대리공사인 꼴랭드 쁠랑시가 수집하여 챙겨간 '직지'는 서적 수집가인 앙리 베베르에게 넘어갔고 앙리의 유언에 따라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기증된다.

'직지'는 1900년도에 열린 세계만국박람회에 출품되었으나 사람들의 눈길을 끌지 못했다. 1901년에 모리스 꾸랭이 '한국서지'를 간행하였는데 여기에 '직지'가 언급되었다. 프랑스 국립도서관 책의 숲으로 숨은 '직지'는 60여 년 동안 서가에서 낮잠을 자다 지난 1968년 박병선 박사와 만났다. 박 박사는 3년간 연구를 한 끝에 1972년, 파리에서 열린 세계 동양학 대회에 '직지'를 내놓아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으로 공인을 받는 수확을 거뒀다.

그는 '직지'의 존재와 더불어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 군이 약탈해간 외규장각 도서의 존재도 확인하며 반환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 공로로 2007년 정부로부터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은 바 있다. 또한 청주시로 부터는 명예시민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직지 축제가 열릴 때면 어김없이 청주에 나타나 학술회의 등에 참여했던 그가 최근 직장암 진단을 받고 경기도 수원 성 빈센트병원에서 투병중이다. '직지'를 연구하느라 결혼도 미뤄뒀던 까닭에 병 수발할 사람도 없고 치료비도 밀려있다.

충북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238-9100-9200), 청주시 산하 공무원들의 '천사(1004)나눔 운동', 가톨릭 등지에서 도움의 손길이 잇따르고 있으나 지병이 완치된 상태가 아니므로 지속적인 모금활동이 필요하다. 우리는 박병선 박사에 대해 그동안 상당한 빚을 지고 있었다. 청주의 금속활자를 유네스코와 세계학계에 널리 알려 공인을 받게 한 일등공신임에도 박 박사에 대해 이렇다 할 인사치레도 변변히 못했다. 혼자 살아오면서 청주의 명예를 위해 한 평생을 바친 그가 암 투병 중이라는데 모른 척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는 그동안 불우이웃을 위해 얄팍한 호주머니를 털어가며 서로 돕고 살았다. 매년 세밑이 가까워오면 앞 다퉈 성금을 모아 어려운 이웃에게 포근한 겨울을 선사했다. 하물며 청주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노심초사하다 병을 얻은 노학자를 나 몰라라 하는 것은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 치료비를 보태주는 것은 인지상정이며 그동안 진 빚에 대한 자그만 보답이라고 생각한다. 십시일반으로 청주사람들의 따뜻한 사랑을 전달했으면 한다. 학문은 모으고 사랑은 나눠야 그 값어치가 커지는 법이다. 박병선 박사의 쾌유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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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