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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클린마운틴 - 함우석 주필의 청주천리(8)

청주의 산 따라 물 따라

  • 웹출고시간2023.09.17 14:47:51
  • 최종수정2023.09.17 14:47:51

글 싣는 순서

1,우암산
2,상당산
3,구녀산
4,낙가산·것대산
5,선도산·선두산
6,양성산·작두산
7,부모산
8,미동산
9,목령산
10,동림산
11,은적산
12,옥화구곡
ⓒ 함우석주필
깊고 짙은 고즈넉한 산속으로 들어선다. 청량한 숲에 서늘한 기운이 한껏 감돈다. 시나브로 여름이 물러가고 가을이 온다. 청허해진 마음으로 하늘을 올려다본다. 뭉게구름 솜사탕이 하늘 위로 떠다닌다. 높고 깨끗한 하늘이 가을을 더 맑게 한다. 한 폭의 풍경화를 그리는 가을 하늘이다. 백로 지난 산마루에 가을 정취가 흐른다. 가을바람이 찬란한 하늘을 실어다준다. 시리도록 푸르고 맑은 미동산 하늘이다.

수목원 정문.

ⓒ 함우석주필
8.미동산(557m)

징글징글했던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다. 백로 지나면서 더위가 시나브로 꺾인다.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분다. 물론 한낮 더위는 9월말까지 이어진다. 무더위에 숨어든 산객도 하안거를 푼다. 아침 동틀 때부터 산행 채비를 서두른다. 생각 만해도 등짝이 땀에 젖어 뜨끈하다. 슬며시 생각 하나를 가슴 속에 담고 간다.

미동산행 들머리는 수목원 주차장이다. 수목원 입구서 우측 길을 따라가면 된다. 정자가 있는 쉼터 지나 산길로 이어진다. 200m 정도 정돈된 시멘트 길을 따른다. 이어 100m 정도 나무계단을 이어 걷는다. 숲속에 볕이 드니 상큼한 나무향이 난다. 저쪽 산의 숲 향이 바람을 타고 전해진다. 구름과 햇빛이 서로 편을 갈라 드나든다.

주차장 나와 호흡 가다듬고 산길로 든다. 찾던 시기 나무가 우거져 전망은 별로다. 하지만 그런대로 좋은 산길이 이어진다. 남쪽능선 따라가면 옥화대도 볼 수 있다. 등산로 안내판을 지나면 묘지가 나온다. 소나무 숲길이 발걸음을 편하게 해준다. 강한 초록의 압박에 잠시 시간이 멈춘다. 파란 하늘 위로 떠가는 구름이 장관이다.

나무계단.

ⓒ 함우석주필
숲 속으로 난 희미한 오솔길을 따라 간다. 비탈길엔 지난가을 낙엽들이 수북하다. 숲길로 접어들면 순간 깜짝 놀라게 된다. 분위기가 여느 숲길과 다르게 느껴진다. 길 양쪽으로 나무와 풀이 길을 포위한다. 초가을 초록의 절정에 탄성이 절로 난다. 숲길은 타래 풀린 명주실처럼 이어진다. 이슬 맺힌 거미줄이 대발처럼 늘어진다.

길은 평지처럼 순하게 스미듯이 흐른다. 초록 풍경이 끝날 때까지 그저 평이하다. 허나 머잖아 수직의 계단이 버티고 선다. 500여 미터를 헐떡이며 올라서야 한다. 고갯마루 쉼터에서 물 한 모금을 마신다. 수평의 세상과 수직의 세상이 조우한다. 원시림 방불케 하는 거대한 숲 중심이다. 참나무 숲은 나름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깔딱 고개를 지나면 벌목지에 다다른다. 잡목 우거지고 가끔 소나무가 우아하다. 다시 가파른 계단을 한참 동안 내려선다. 숲 주변에 소나무와 참나무가 동거한다. 단풍나무와 생강나무, 산초나무도 있다. 첩첩산중 숲길을 걷는 기분이 황홀하다. 어떤 소리도 틈입하지 않는 고요함이다. 변덕스런 하늘 풍경에 잠깐 넋을 놓는다.

소나무 한 그루가 정말 신기하게 서 있다. 벌목 숲에서 새로운 방법으로 존재한다. 멀리서 마음을 열고 서로 서로 대화한다. 점점 더 소나무 무성한 숲길로 접어든다. 하얀 거미줄 피하니 나뭇가지가 찌른다. 좁은 숲길 헤쳐 지나니 하늘이 맑아진다. 내리쬐는 가을 햇볕이 갈수록 강렬하다. 존재하는 순간 자체로 소중한 시간이다.
ⓒ 함우석주필
아침저녁으로 기온차가 점점 더 커진다. 밤이면 언제 더웠나 싶을 정도로 차갑다. 아침엔 나무들 사이로 하늘이 상쾌하다. 산에 들어 숲과 호흡하기 적당한 온도다. 머잖아 불볕의 더위를 그리워할 것 같다. 마음속에 소망을 담아 간절히 바라본다. 늘 푸른 소나무 한 그루가 희망이 된다. 깊은 산속 울림이 바람소리와 어울린다.

산과 숲은 여전히 짙은 녹음과 어울린다. 숲길은 원시적 시원의 길일 때 가치 있다. 빛과 바람의 소리가 차례로 들려야 한다. 그러한 숲길이 언제나 보루처럼 남는다. 숲이 원시적으로 남아야 사람이 찾는다. 화려하기보다 고운 숲에 사람이 모인다. 시원의 감정 오롯이 담아 직접 전달한다. 숲에 깃든 자연의 생명력을 넘치게 한다.

파란 창공에 뭉게구름이 빨리 흘러간다. 구름에 실려 온 물기가 붉은 꽃에 맺힌다. 매미가 절규하듯 울음소리를 높이 낸다. 가는 여름이 아쉬운 듯 목청을 크게 한다. 간절한 수컷의 구애가 숲에 울려 퍼진다. 마침내 짝을 만난 매미 사랑이 아름답다. 매미 울음소리에 하늘이 금방 맑아진다. 오랜만에 가을햇살이 힘찬 응원을 한다.

미동산 중턱 들꽃 한 송이가 볕을 받는다. 조금은 가난하고 모자란 색이 돋보인다. 심장이 뛰며 마음이 밝아지고 순해진다. 꽃 한 송이가 많은 걸 느끼고 배우게 한다. 한발 한발 걸음을 되도록 느리게 놓는다. 바람에 묻은 건너편 산의 소식을 듣는다. 자꾸 마음에 남아 오랫동안 감동을 준다. 아주 천천히 자연의 품에 스르륵 안긴다.
ⓒ 함우석주필
하늘로 솟은 키 큰 소나무가 해를 가린다. 숲이 머금은 짙은 녹색이 능선을 숨긴다. 산이 그늘을 받아들이며 곱게 인사한다. 가을바람이 좋고 숲의 습도가 적당하다. 머무는 바람을 마음속에 살며시 품는다. 눈부시게 푸르렀던 여름이 훅 지나간다. 계절에 따라 숲이 내는 냄새가 달라진다. 나무 향에 취한 마음이 오랫동안 머문다.

숲속의 맑은 공기가 깊은 생각을 돕는다. 발의 한 동작과 느낌에 온전히 집중한다. 기를 모은 마음에 높고 낮음이 생겨난다. 숲 한 가운데 녹색 묘미를 다시 발견한다. 간밤에 그린 수묵화가 산수화로 바뀐다. 숲 향이 깃든 풍경을 오래오래 담아둔다. 속세 뛰어넘는 선사의 풍경이 뒤덮는다. 미동산에 머문 풍경을 사진으로 담는다.

바람의 흐름과 새소리로 나무를 느낀다. 길섶 흙과 섞인 향기로 계절을 알게 된다. 숲속 나무와 산행의 연관성에 골몰한다. 한동안 생각 없이 새 소리를 따라나선다. 홀로 걸어가면서 나무여행을 시작한다. 느릿느릿 집중하기 좋은 속도로 걷는다. 떡갈나무 녹색 이파리가 땅에 떨어진다. 도토리의 고단함이 온 마음에 전해진다.

소나무가 뿌리와 뿌리 맞대고 연대한다. 솔방울 하나 툭하고 머리 위로 떨어진다. 손바닥을 살짝 대고 깊은 향을 느껴본다. 미동산에 가을이 살짝 깃들어 아름답다. 어느새 동쪽의 해가 남쪽 산머리에 있다. 파란 하늘 맑은 햇살이 산객을 응원한다. 막바지 청록이 살짝 살짝 가을을 부른다. 햇빛이 퍼진 미동산의 얼굴이 영롱하다.

임도.

ⓒ 함우석주필
바람의 방향이 바뀌니 숲 냄새도 바뀐다. 안으로 들수록 녹색 어울림이 계속된다. 과거의 수많은 지나간 시간과 마주한다. 반복되는 자연의 깊은 순환에 감사한다. 여름 꽃이 막바지 화려함을 잘 드러낸다. 뒤엉벌 날갯짓 소리가 더 크게 윙윙댄다. 꿀과 꽃가루의 배급소가 점점 줄어든다. 뒤엉벌에게는 힘든 보릿고개의 시기다.

주변 참나무 숲길이 한참동안 이어진다. 우측으로 청석굴 쪽 계곡이 길게 보인다. 정상을 알리는 안내판 앞서 숨을 고른다. 소나무 숲과 참나무 숲이 서로 교차한다. 숨을 고르고 10분 정도 더 가니 정상이다. 밋밋한 정상서 산불감시초소가 반긴다. 정자가 있는 밋밋한 봉우리가 정상이다. 데크 정자에서 주변 조망을 길게 즐긴다.

정자 2층서 점심을 먹고 낮잠을 즐긴다. 하산은 다시 미동산 수목원 쪽으로 한다. 금관 숲이나 청천 방면으로 갈 수도 있다. 하산 길은 급경사 지역이 20여분 지속된다. 임도를 만나면 좌우로 가는 길이 달라진다. 우측으로 옥화대, 좌측으로 수목원이다. 이곳부터는 등산길이 임도로 연결된다. 산책하는 기분으로 살살 걸어가면 된다.

미동산 마루금이 동서로 길게 이어진다. 괴산 청천지역과 청주 미원면을 잇는다. 산세에 힘이 있고 능선 전망이 아름답다. 미원지역을 살피며 걷는 종주산행지다. 미원면 동쪽에 있어 미동산이기도 하다. 충북도 산림환경연구소가 자리 잡고 있다. 미동산 수목원이 들어서며 유명해졌다. 산길과 임도를 이용한 걷기코스가 있다.

쑥부쟁이.

ⓒ 함우석주필
저녁노을 빛이 닿은 산 얼굴이 영롱하다. 바람도 햇살도 사람들도 잠시 쉬어간다. 수직의 시간이 수평으로 바뀌어 흐른다. 크로노스가 카이로스로 바뀌어 머문다. 초록 숲 한가운데 여름 시간이 남아있다. 깊고 아득한 숲 저편이 마치 신기루 같다. 세상과 등지고 꼭꼭 숨은 오지 모습이다. 시간의 변화를 거부하는 그런 공간이다.

수목원 야생화에 가을이 먼저 찾아든다. 사람의 몸도 마음도 가을날을 준비한다. 산야 수목들은 한껏 농염해진 모습이다. 여전히 초록 잃지 않고 무성함을 보인다. 신비로운 자연에서 힘찬 숨결을 느낀다. 파란 물감 들인 듯한 하늘이 환히 웃는다. 햇살이 나무 아래 포근하게 널리 퍼진다. 사람과 산이 함께 어울리니 참 아름답다.

바람에 새소리가 실려 도심 속으로 간다. 하늘에선 가을 구름의 향연이 펼쳐진다. 숲 한 곳에선 생명발전소가 가동 중이다. 숲속 심장의 고동에서 숨결이 전해진다. 샛길에선 다른 신비한 만남이 이어진다. 파란 숲 요정과 하얀 하늘 선녀가 만난다. 온 종일 행복한 마음으로 숲속을 거닌다. 청아한 새소리가 온 숲에 멀리 퍼져간다.

해질 무렵 찬 기운이 오슬오슬 밀려온다. 박하향이 스미듯이 상큼하게 퍼져간다. 서늘해진 숲 기운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피톤치드의 기운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차가운 바람이 화선지 먹물처럼 번진다. 시간 잊고 숨은 미동산과 수목원 숲이다. 오늘은 미동산 숲속이 치유의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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