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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클린마운틴 - 함우석 주필의 청주천리(6)

청주의 산 따라 물 따라

  • 웹출고시간2023.09.03 15:04:53
  • 최종수정2023.09.03 15:04:53

글 싣는 순서

1,우암산
2,상당산
3,구녀산
4,낙가산·것대산
5,선도산·선두산
6,양성산·작두산
7,부모산
8,미동산
9,목령산
10,동림산
11,은적산
12,옥화구곡
ⓒ 함우석주필
가을이 내리는 작두산 풍경이 포근하다. 산 아래선 대청호가 그리움을 불러낸다. 인생풍파를 견뎌낸 삶의 여정을 비춘다. 호수와 하늘이 그저 경계 없이 어울린다. 해 뜰 무렵 발밑에서 물안개가 솟아난다. 해 질 때면 물과 숲이 까맣게 고요해진다. 물과 숲, 하늘의 정취가 묘한 감동을 준다. 산과 물의 조화가 작은 근심을 덜어낸다. 가을볕을 받아들이며 무상에 빠져본다. 맑은 숲 향기가 하늘의 볕과 어우러진다.
6,양성산(297m) 작두산(429.9m)

이글이글 타는 듯한 여름의 끄트머리다. 슬렁슬렁 불당골 자연 속으로 빠져든다. 대청호가 적당한 시선 변화에 열려간다. 실제와 착시가 함께 한 공간에 공존한다. 숨을 천천히 내쉬고 들이마시며 걷는다. 걷는 자체만 느끼고 걸음에만 집중한다. 가벼운 바람결에 맑은 소리가 들려온다. 같은 풍경이 정보와 경험 따라 달라진다.

문의문화재단지 주차장에서 출발한다. 화장실 뒤편 길이 초입부터 꽤 가파르다. 양성산 성터 거쳐 국태정까지 내쳐간다. 양성산성이 있는 좌측 산길을 따라간다. 국태정 있는 봉우리까지도 가풀막지다. 하지만 대청호를 바라보며 오르기 좋다. 낮지만 산을 타는 재미가 쏠쏠한 산이다. 여름 지나며 나뭇잎의 색도 차츰 바뀐다.

신록과 어울린 대청호 풍경은 압권이다. 여름엔 짙은 녹음이 호수와 어우러진다. 양성산은 작은 산세와 달리 유서가 깊다. 백제 때는 일모산, 신라 때는 연산이다. 승병 양성소라 해 양승산이 되기도 했다. 이후 산성 흔적이 있다 해 양성산이 됐다. 예전에는 정상석이 팔각정 아래 있었다. 지금은 '작두산 능선'이라고 새겨져 있다.

동쪽 지능선 봉우리도 제 이름을 찾았다. 양성산이란 본래 명으로 사람을 맞는다. 팔각정 정자 부근에도 산성 흔적이 있다. 산성이 작두산까지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 양성산성 규모가 매우 큰 성으로 보인다. 국태정엔 언제나 많은 사람들이 붐빈다. 호수 배경으로 사진 찍는 사람들이 많다. 우측능선 아래 문의문화재단지가 있다.
ⓒ 함우석주필
대청호를 건너 멀리 샘봉산까지 보인다. 북쪽으론 작두산이 국사봉까지 잇는다. 그 뒤로 청주 분평동이 아련하게 숨는다. 위로 양성산, 아래로 작두산으로 나간다. 팔각정 아래 능선 위의 삼거리를 지난다. 고민도 없이 작두산으로 곧장 이어간다. 국태정서 북쪽으로 가는 능선을 따른다. 짧은 산행이 아쉬워서 작두산까지 간다.

살짝 내려서면 길은 두 갈래로 갈라진다. 작두산 가는 길은 아주 호젓한 분위기다. 짧지만 줄곧 멋진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팔각정서 작두산까지 능선은 유순하다. 우거진 소나무숲길을 완만하게 지난다. 초가을 산길이 한결 호젓하고 조용하다. 산길이 장마 뒤 흙빛 낙인처럼 선명하다.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아 새소리가 크다.

바람과 햇살, 비와 구름이 호수를 키운다. 호수와 하늘에는 경계가 뚜렷하지 않다. 해 뜰 무렵엔 발밑서 물안개가 솟아난다. 숲 사이로 햇살이 하얗게 비쳐 신비롭다. 해 질 때면 물과 숲이 까맣게 고요해진다. 물과 숲, 하늘의 정취가 묘한 감동을 준다. 더 굵어진 소나무와 활엽수가 뒤섞인다. 나무를 벗 삼아 걸어가는 편한 구간이다.

능선은 아담한 산속터널로 산책길 같다. 하지만 호사스런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철탑 삼거리를 지나면 사정이 달라진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경사가 가파르다. 오르막 시작되면 비지땀을 쏟아야 한다. 멀어진 호수 바라보며 작두산을 오른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뙤약볕은 가시 같다. 이즈음 다시 대청호가 얼굴을 드러낸다.

작두산 산불감시초소

ⓒ 함우석주필
호수의 바람이 쉬어가는 산정에 머문다. 헬기장 있는 정상에 서면 호수가 보인다. 툭 터진 조망은 아니지만 그냥 볼만하다. 나무 사이로 터지는 조망이 좀 답답하다. 그래도 호수변 곡선이 한 폭의 유화 같다. 그저 바라만 보아도 넉넉함이 전이된다. 정상에는 산불감시초소가 지키고 있다. 나무가 웃자라서 대청호 조망은 별로다.

산성 흔적이 있다고 했지만 볼 수가 없다. 북쪽능선으로 내려서면 덕은 마을이다. 문의문화재단지가 손에 닿을 듯 가깝다. 파란 호수의 물결이 윤슬로 곱게 빛난다. 추억을 전달하듯 햇살을 받아 일렁인다. 대청호반이 삶에 푸른 낭만을 보태준다. 시원함을 느끼며 신체여행을 체험한다. 너른 공터에 산불감시초소가 어색하다.

산불감시초소가 눈엣가시처럼 불편하다. 뙤약볕만 아니면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망설이다 양성산 쪽으로 다시 돌아간다. 작두산을 내려와 국태정 쪽으로 걷는다. 철탑 삼거리에서 정자 쪽으로 다시 간다. 바람의 연주가 매미의 소란을 떨쳐낸다. 마음을 집중하니 바로 갈 곳이 나타난다. 오늘 그리움이 또 다른 만남을 기약한다.

나무와 사람의 관계가 정말로 절묘하다. 서로가 목숨을 담보하는 특별한 관계다. 서로의 날숨과 들숨이 생명을 연결한다. 사람의 날숨으로 나무가 건강하게 산다. 나무의 날숨을 들숨으로 해 사람이 산다. 숲이 내려가는 산객들을 길게 배웅한다. 산길은 한동안 편안한 소나무 그늘이다. 꾸역꾸역 느린 걸음으로 점잖게 걷는다.

독수리바위

ⓒ 함우석주필
작두산엔 목숨을 담보하는 풍경이 있다. 산의 모양이 까치 머리 같아 작두산이다. 산의 인기를 말해 주듯 사람들이 많다. 등산로는 뚜렷하고 소나무가 무성하다. 솔잎이 깔려 있어 발 디딤이 푹신하다. 처음 찾는 낯선 이마저 편안하게 한다. 긴장과 피곤한 마음을 지워버리게 한다. 능선을 따라 조금 가니 다시 국태정이다.

가을이 내리는 작두산 풍경이 포근하다. 국태정에 오르니 멀리 수초섬이 반긴다. 대청호 색이 빛의 세례를 받아 짙어진다. 태초의 비밀들을 고이 간직한 채 숨는다. 수몰민의 슬픔과 고통까지 덮으려 한다. 자연과 사람이 아름답게 어울려 잘 산다. 산 아래서 대청호가 그리움을 불러낸다. 인생풍파를 견뎌낸 삶의 여정을 비춘다.

외진 곳에서 호수만을 망연히 바라본다. 잠기기 전 산과 들의 풍경을 그리워한다. 동시대의 산하가 겪은 아픔을 추억한다. 섬이 된 호수 안 산들이 수몰을 슬퍼한다. 은결 양지말 등 마을 이름까지 기억한다. 아득한 그리움이 호수 속으로 잠겨든다. 시간과 기억이 물을 따라 천천히 흐른다. 파란 창공과 흰 구름이 수채화로 비친다.

하산길 전망 멋진 독수리바위를 만난다. 둥글둥글 순둥이 흙산이 성질을 부린다. 재빨리 능선 위의 커다란 바위에 오른다. 뾰족한 머리 모양이 독수리 부리와 같다. 불끈 치솟아 날카롭고 늠름한 모양이다. 독수리바위 이름이 잘 어울리는 바위다. 바위에 올라서자 대청호가 반짝거린다. 부드러운 선을 그리며 차분히 펼쳐진다.

국태정

ⓒ 함우석주필
한동안 양성산의 정상은 국태정이었다. 지금은 한참 아래 소봉에 돌탑이 지킨다. 문의 대교로 향하는 능선 길을 바라본다. 독수리바위가 양성산의 랜드마크 같다. 유순한 산줄기 가운데 유독 도드라진다. 완만한 산길에서 만난 유별난 광경이다. 호수와 산이 정말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초가을 한 폭의 진경산수화가 펼쳐진다.

하산길에도 문득 문득 전망대가 나온다. 산행 내내 눈과 마음을 시원하게 한다. 잔잔한 오르내림에도 많이 힘들지 않다. 멀리 대청호가 모습을 제대로 드러낸다. 바위서 내려다보는 물 풍경이 장관이다. 거대한 호수가 산줄기에 갇혀 찬란하다. 햇빛을 받은 물결이 황홀한 빛을 뿜는다. 대청호 물빛이 점점 더 가을을 닮아간다.

잘 다져진 오솔길에 소나무가 빽빽하다. 한눈에 보아도 많은 사람이 다닌 길이다. '대청호 오백리길' 이정표가 자주 보인다. 휴일이라 산길 오가는 사람이 제법 많다. 배낭조차 생략한 가벼운 산객들이 많다. 산책하듯 오가며 대청호 조망을 즐긴다. 사계절 풍광 변화를 느끼며 오르내린다. 키 큰 나무들이 줄어들면 시야가 터진다.

녹색 숲이 파란 하늘과 또 다시 조우한다. 두 빛이 만나서 화려하게 세상을 만든다. 여름꽃들의 정갈한 미소가 용기를 준다. 마지막 여름 뙤약볕이 따갑게 이어진다. 햇살의 눈부신 행보가 상서롭게 닿는다. 땅 위의 온갖 생명들에 결실의 힘을 준다. 아직 덜 익은 과일과 곡식에 영양을 준다. 오늘도 햇살 받은 생명에 기운을 전한다.

문의문화재단지 정문.

ⓒ 함우석주필
시원한 마른 바람이 특별한 소리를 낸다. 그리워하는 울음을 슬쩍 소리로 덮는다. 길게 뻗은 산자락이 호숫가로 내려간다. 반짝거리는 물보라가 눈물을 씻어준다. 두 산 틈에서 강물이 나와 호수를 이룬다. 간절기 대청호가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거리낌 없는 시원스런 조망을 선사한다. 넉넉한 숲과 산이 주는 커다란 선물이다.

문의문화재단지가 바람 따라 이동한다. 역사의 오솔길 따라 수몰현장으로 간다. 나무 사이 햇살이 지붕 사이로 부서진다. 옛 건물 한 동 물건 하나가 새롭게 보인다. 조상들의 삶과 얼이 오롯이 배어나온다. 한 걸음 더 들어가니 안락한 쉼이 번진다. 물길이 모이는 자리에 발길이 모여든다. 그림 같은 물안개가 한 서린 듯 흘러간다.

머잖아 들판이 노랗게 익어갈 시간이다. 벼 색깔이 점점 연노랑으로 바뀌어간다. 남을 비추는 소임을 완수한 태양 덕이다. 가을볕을 받아들이며 무상에 빠져본다. 곱게 익어가는 들녘의 풍경이 그윽하다. 맑은 숲 향기가 하늘의 볕과 어우러진다. 자연이 생산하는 결실 과정이 숭고하다. 너는 정말 아름답구나, 더 길게 머물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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