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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클린마운틴 - 함우석 주필의 청주천리(7)

청주의 산 따라 물 따라

  • 웹출고시간2023.09.10 15:24:56
  • 최종수정2023.09.10 15:24:56

글 싣는 순서

1,우암산
2,상당산
3,구녀산
4,낙가산·것대산
5,선도산·선두산
6,양성산·작두산
7,부모산
8,미동산
9,목령산
10,동림산
11,은적산
12,옥화구곡
ⓒ 함우석주필
둘레길이 산허리로 굽이굽이 이어진다. 그늘진 숲길로 부담 없이 걷기 적당하다. 구름과 햇빛이 편을 갈라 서로 드나든다. 변덕스런 풍경 조화에 잠깐 넋을 놓는다. 숲속에 볕이 드니 습도가 점점 높아진다. 숲 향이 바람을 타고 길을 따라 전해진다. 바람의 방향이 바뀌니 숲 냄새도 바뀐다. 시원한 하늘에 탁 트인 조망은 별로 없다. 그러다 세상을 발밑에 두는 경험을 한다. 산 아래로 가끔 드러난 조망이 장쾌하다.
[충북일보] 잠시나마 일상의 궤도에서 이탈하고 싶다. 그리고 그곳에서 쉼표를 찍고 싶다. 어느 나무 그늘 아래서 졸고 싶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떠돌고 싶다. 길을 만든 역사의 군상들과도 만나고 싶다. 길은 산속의 인대다. 봉우리와 능선을 잇는다. 청주의 산길과 물길 12곳을 선정해 둘러보기로 한다. 청주의 산길 물길 나들이다. 그곳에는 훌륭한 문화가치가 산재해 있다. 소중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품고 있다. 새길 앞에 무엇이 돌출할지 모른다. 산과 숲, 물에 숨은 속살을 글과 사진으로 엿보려 한다.
ⓒ 함우석주필
7,부모산(234m)

9월 대기가 유난히 시원하고 청명하다. 부모산은 여전히 초록으로 몸을 불린다. 녹음으로 천혜의 아름다움을 전달한다. 녹색 이파리가 점점 더 진한 초록이 된다. 모든 색 통틀어 가장 온화하고 평화롭다. 고요와 안정의 색채로 생명을 상징한다. 이제 막 핀 가을꽃들이 해맑게 불러댄다. 야생화들이 좀 쉬어가라고 몸짓을 한다.

비하동의 효성아파트 입구가 들머리다. 산세가 순해선지 찾는 이들이 제법 있다. 초가을 녹음의 채도가 한결 더 짙어간다. 솔숲을 스쳐 지나는 솔바람이 시원하다. 적막하게 울창한 숲에 푸른빛이 감돈다. 숲이 모아둔 고요한 흔적이 너무 예쁘다. 풀빛 가득한 찬란한 경이가 숲에 흐른다. 나뭇잎에 매달린 이슬방울이 앙증맞다.

숨결 하나가 모여 생명을 고이 지켜낸다. 숲의 상처를 몽땅 흡수하는 풍경도 있다. 이름값을 하는지 유난히도 산소가 많다. 맑고 시원한 숲에 비친 햇살이 아련하다. 바람에 불어오자 풍경이 더 초록해진다. 짧은 시간 철탑이 있는 산정에 다다른다. 정상을 알려주는 표지석을 찾을 수 없다. 흉물스러운 철탑이 정상석을 대신한다.

등산안내도

ⓒ 함우석주필
눈앞으로 미호강이 유장하게 흘러간다. 미호평야가 펼쳐져 시원한 느낌을 준다. 멀리서 보면 넓은 들판에 솟은 육산이다. 큰 바가지 하나가 엎어져 있는 모양이다. 서울이나 조치원 방향에서 올 때 만난다. 청주의 서쪽을 막아주는 중요 산줄기다. 낮더라도 청주의 수문장 역할을 다한다. 덩치에 비해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부모산세가 순하고 부드럽게 이어진다. 심장이 맥동하는 소리가 가까이 들린다. 맑고 청명한 치유의 공간에 든 느낌이다. 아름다운 자연이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충분히 머물며 건강한 생태를 둘러본다. 숲은 자연의 축복이고 생명의 숨소리다. 홀연히 나타나 오아시스의 행복을 준다. 녹음의 솔숲을 지나는 바람이 시원하다.

부모산의 옛 이름은 아양산(我養山)이다. 옛 마한의 땅으로 역사와 문화의 보고다. 한국식동검은 대표적 청동기 유적이다. 지금까지 삼국시대 토기들이 출토된다. 부모산성 주봉토성은 아직 복원 전이다. 학천토성과 모유정 역시 미복원 상태다. 모유정은 여전히 울타리 속에 숨어 있다. 정상 부근 철탑은 언제 철거될지 모른다.

시선을 동쪽으로 하니 우암산이 보인다. 부모산 오솔길은 시민들에게 추억이다. 1980년대 청주의 명품 숲길로 꼽혔다. 연화사 역시 젊은 시절 추억의 한자리다. 하지만 오솔길은 차가 다닐 정도로 넓다. 흙길은 포장도로로 바뀌어 정감이 없다. 사방으로 샛길이 만들어져 보기 흉하다. 적당한 수용능력을 넘어 훼손되고 있다.

서청주권 전경

ⓒ 함우석주필
부모산은 청주의 서쪽 관문으로 통한다. 서청주권을 굽어보는 전망 좋은 산이다. 산정에선 동림산 전망이 매우 뛰어나다. 가로수길 걷기와 산행을 겸하면 더 좋다. 송상현을 모신 충렬사를 돌아볼 수 있다. 동쪽을 살펴보는 산길로 가도 행복하다. 연화사와 부모산성을 잇는 길이 편하다. 서청주 지역의 멋진 풍광을 볼 수 있다.

모유정 이야기는 고려 고종 때 생겨난다. 몽고군 침입 때 고려인들 목숨을 구했다. 산성으로 피한 백성들에게 생명수였다. 성 한쪽에서 갑자기 샘물이 솟아올랐다. 부모와 같은 은혜를 입어 부모산이 됐다. 아무튼 그런 설화가 줄 곳 전해 내려온다. 산성 유적에선 백제사의 비밀이 나온다. 미호평야 보호를 위한 요새라고 전한다.

지명엔 세월 흐르며 이미지가 부여된다. 단순한 지형의 형태와 묘사를 넘어선다. 오랜 세월 지나며 의미가 바뀌기도 한다. 때때로 사상과 철학이 스며들기도 한다. 새로운 생명 가진 지명으로 재탄생한다. 사람들의 생활 모습과 역사가 스쳐 간다. 전설과 유래가 보완되고 다듬어져 간다. 민족문화를 이루는 토대가 만들어진다.

지명변화 과정은 마치 언어의 마술 같다. 부모산의 이름 형성도 감탄을 자아낸다. 고려 시대 몽고군 침입으로 거슬러간다. 부모산성 피난 시절 이야기서 비롯된다. 목숨을 건지게 된 일화가 산 이름이 됐다. 산의 은혜가 부모와 같다 해 부모산이다. 은혜로운 진산으로 찬란하게 변모한다. 그야말로 이름 자체가 역사의 현장이다.

연화사 전경

ⓒ 함우석주필
미호강은 음성서 발원해 청주를 거친다. 세종시를 지나 공주로 통하는 물줄기다. 백제왕도 웅진(熊津)의 인후(咽喉)와 같다. 본래 백제인들이 쌓았어야 합리적이다. 그런데 발굴결과 신라의 유구가 나왔다. 백제인들은 성을 보축한 거로 확인됐다. 백제가 사용했던 기와를 보고 알게 됐다. 부여 궁성서만 나왔던 인각와가 나왔다.

부모산은 백제와 신라의 전쟁 공간이다. 본래 아양산과 악양산 등으로 불려졌다. 삼국사기 백제 본기가 제대로 증명한다. 신라 모산성은 주요한 공격 대상이었다. 한성시대부터 웅진사비시기까지 그랬다. 서로 뺏고 뺏는 역사를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면 모산성은 어디일까 궁금하다. 전설만 남았으니 부모산성일 수도 있다.

부모산의 주변에는 그리 높은 산이 없다. 금강의 지류인 미호강 유역이 퍼져 있다. 구릉과 평야지대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청주 서쪽지역을 넓게 조망할 수 있다. 전략적 요충지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부모산성 역할이 무엇인지도 알 수 있다. 청주 동서를 지키는 외곽 방어시설이다. 적 침입을 방어하기 위해 축조한 성이다.

부모산은 전형적인 육산의 모습이다. 서청주권 주민들이 이용하는 산이다. 미호평야와 청주시내 일원이 시원하다. 오송 뜰과 상당산성까지 한눈에 보인다. 산길은 이미 잘 다듬어져 다니기 편하다. 많은 사람들의 족적에 의해 단단해졌다. 둘레길도 숲도 안내팻말도 잘 갖춰 있다. 결정적인 흠이라면 너무 많은 샛길이다. 시민들은 가로수 길을 가장 많이 찾는다. 대개 주봉마을 연꽃방죽에서 시작한다. 봉덕사 뒤로 난 등로를 이용해 오른다. 비하동 아양마을 연화사 진입로도 좋다. 청주광역쓰레기 매립장 쪽은 신선하다. 진약고개, 지동동 등 등로는 다양하다. 어느 곳에서든 40분서 1시간이면 된다. 부모산성 돌아 연화사를 경유해도 좋다.

부모산은 인가, 밭, 논과 숲이 인접해 있다. 다양한 들풀들도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논과 밭 주변으로 쇠뜨기가 잘도 자란다. 양지바른 산소에는 할미꽃이 줄지어 핀다. 컴컴한 밤에 곤충 짝짓기는 그냥 다큐다. 다양한 새들도 풍부한 먹잇감에 만족한다. 텃새로 서식지를 바꾸며 살아가고 있다. 생물에게도 부모산으로 거듭나고 있다.하지만 숲 자락들은 점점 훼손되고 있다. 낮은 능선에는 전원주택들이 들어섰다. 물론 부모산에서만 생겨난 일은 아니다. 도심 주변의 숲들이 누렇게 드러나 있다. 부모산엔 둘레길과 숲속길이 조성됐다. 숲을 가까이서 즐기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몇 십 년 된 나무들이 잘려나갔다. 참나무와 소나무들도 잘려서 쌓여 있다.

건강쉼터

ⓒ 함우석주필
울창한 부모산에 짙은 푸른빛이 감돈다. 여름내 숲이 모아둔 푸른 흔적이 예쁘다. 풀빛 가득한 찬란한 경이가 숲에 흐른다. 푸른 잎에 매달린 이슬방울이 앙증맞다. 숨결 하나하나가 모여 생명을 지켜낸다. 상처를 몽땅 흡수하는 고운 풍경도 있다. 맑은 숲속에 내려 비친 볕뉘가 아련하다. 바람에 숲속 풍경도 점점 더 초록해진다.

둘레길은 산허리로 굽이굽이 이어진다. 그늘진 숲길로 부담 없이 걷기 적당하다. 한 바퀴 돌면 2시간여 시간이 소요된다. 마을 주변 숲속의 생태도 관찰할 수 있다. 참나무는 원래 자리 잡고 살아온 나무다. 소나무 역시 오래전부터 군락으로 있다. 리기다소나무, 밤나무, 목련은 식재됐다. 밤나무는 골짜기 주변에 넓게 펼쳐 있다.

구름과 햇빛이 편을 갈라 서로 드나든다. 변덕스런 풍경 조화에 잠깐 넋을 놓는다. 숲속에 볕이 드니 습도가 점점 높아진다. 숲 향이 바람을 타고 길을 따라 전해진다. 바람의 방향이 바뀌니 숲 냄새도 바뀐다. 시원한 하늘에 탁 트인 조망은 별로 없다. 그러다 세상을 발밑에 두는 경험을 한다. 산 아래로 가끔 드러난 조망이 장쾌하다.

전망대 같은 데서 잠시 잠깐 숨을 고른다. 친구가 풀어놓은 냉맥주로 목을 축인다. 시원하게 한 모금 하고 큰 소리로 웃는다. 떠드는 소리가 숲길에 한껏 울려 퍼진다. 사람들 발길이 없으니 호젓해서 더 좋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트니 다시 오르막길. 자연은 야위어 보여도 대지 기운을 품는다. 정중동, 가을이 자박자박 느릿느릿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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