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 고향을 떠나 사는 필자가 최근 느끼는 감정은 청주가 통일신라 '서원소경'을 잊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는 40여 년 전 청주에서 역사연구 모임인 서원학회를 만들어 성지연구가 고(故) 이원근교수를 모시고 청주일대의 고적을 수년간 조사했다. 당시 회원들의 최대 관심사는 바로 신문왕 때(685AD)에 청주에 설치 된 서원소경 치지(治址)였다. 이교수와 회원들은 주말이면 배낭을 메고 청주 인근의 절터, 성터를 답사했다. 그런데 우리 답사반이 청주 상당산성 남문 아래를 조사할 때 고졸한 글씨가 새겨진 명문기와를 찾았다. 글씨는 '사탁부속 장지일(長池馹)'이었다. 통일신라의 나뭇가지 문양의 얇은 기와였는데 해서로 양각된 명문은 조선시대의 것이 아니었다. 사탁부라면 바로 신라 6부의 하나가 아닌가. '장지일'은 또 무슨 뜻인가. 당시 서원학보에 논문을 쓰면서 필자는 이 내용이 신라 '장지역(長池驛)'이라는 적시하지 못했다. 나중에 이 기와는 신라 사탁부에 속한 장지역으로 규명됐다. 여지승람 청주 역원조에 나오는 장지역이 본래는 상당산성 남문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 주었다. 통일직후 신라 사탁부민 일부는 경주에서 이주하여 장지역을 중심으로 살았던 것임을 알
2023년 7월 중순, 며칠 사이 많은 비가 내리면서 청주지역 곳곳에서 폭우로 인한 피해가 잇따랐다. 폭우로 인해 피해를 받는 업종이 많긴 하지만 특히 농업은 이러한 자연재해에 매우 취약하다. 아무리 대비를 한다고 해도 자연재해로 인해 쉽게 피해를 받을 수 있는 특징이 있고, 농작물뿐만 아니라 농경지, 비닐하우스, 농기계 등 폭우로 인한 피해를 받을 수 있는 범위가 매우 넓기 때문이다. 우리 산업팀에서는 폭우로 인한 농작물, 농경지, 비닐하우스, 농기계 등 농업 쪽으로 피해를 본 농가들을 대상으로 자연재난 피해 신고를 받았다. 갑작스러운 폭우로 인해 놀란 농민들이 하나둘씩 산업팀으로 방문해 자연재난 피해 신고를 하였다. 피해 신고를 받으면서 본 피해 사진들은 생각보다 더 심각하였다. 농민들이 땀 흘려가며 애지중지 키웠을 농작물이 크게 피해를 봤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폭우로 인한 피해를 받은 유형에는 농약을 어느 정도 치면 다시 살아날 정도의 피해를 받은 농작물도 있었고, 피해가 너무 심해 고사하거나 수확이 불가능해진 농작물도 있었다. 어떠한 경우든 피해를 보면 작물 수확량이 감소하면서 농업인의 소득과 식량 안정에 영향을 미친다. 전자 같은 경
우리네 삶을 살아가는 중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예상을 하지 못하고 지낸다. 사고로 장애인이 된 지인이 있는데 나이 들면서 좀 익숙해지고 쉬워질 줄 알았던 삶이 그렇지 않다고 했다. 중도장애인(후천적 장애인이라고도 함)은 비장애인으로 살다가 사고나 병으로 장애인이 된 사람들을 말한다. 사회생활에서 비장애인으로 살다가 어느 날 예고 없이 장애인이 된 사람들이기에 전에 살았던 삶의 방식과는 다른 유형의 형태로 생활을 하게 된다. 누구라도 장애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중도장애인의 비율은 선천적 장애인으로 태어난 수보다 훨씬 많다. 2021년 보건복지부 통계(20세 이상 기준)에 의하면, 후천적 질환이나 사고로 장애인이 된 비율이 91.0%로 나와 있다. 이렇듯이 누구라도 장애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2021년에 한 회사의 생산직 직원으로 일하던 노동자가 있었다. 사고로 그 노동자는 중도장애인이 된 것이다. 회사로 복직을 하고 싶은데 장애로 인한 원직복직을 거부당하고 있단다. 다른 한 사람은 20대 중반 인플루언서다. 팔로워가 점점 늘어난다며 좋아했는데 친구들과 여행가던 중 자동차 사고로 중증장애인이 되어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됐다. 전에는…
최근 뉴스에서 영화에서 볼 법한 강력 범죄들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강력 범죄 중에서도 여성,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적 약자 대상범죄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모두의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이런 사건 사고들을 뉴스를 통해 접하면 이런 일들이 "나에게, 나의 가족에게 일어나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 그들도 누군가의 가족일텐데 하는 무거운 마음도 함께 말이다.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의 유형은 시대에 따라 변화하기 때문에 명확히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경찰에서는 통상적으로 남성보다는 여성·성인보다는 아동·청소년, 젊은층보다는 노년층, 비장애인보다는 장애인이 피해자일 경우를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로 분류하여 성폭력, 가정폭력, 스토킹, 청소년범죄, 아동학대를 그 유형으로 정하고 치안력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일정한 관계에서 반복되는 특성이 있는 스토킹, 교제폭력, 가정폭력 등 관계성 범죄가 강력범죄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아 이러한 범죄들은 초기단계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조치하고 피해자 보호·지원의 내실화를 추진하고 있다. 경찰은 관계성 범죄 신고 시 기존 신고이력 및 재발위험성 확인하여 적극적인 긴급임시(응급)조치, 임시
8월도 어느새 막바지에 이르렀다. 여전한 무더위에 선선한 가을을 기다리는 마음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 여름이 가는 것이 아쉽기도 하다. 여름이 끝나가는 것이 아쉬운 이유 중 하나는 아마도 한참이 지나야 다시 맞이할 수 있는 여름 휴가 때문인 것 같다. 장마나 태풍 같은 날씨가 걸림돌이 되기도 하고 사람들로 북적이는 성수기에 꼭 휴가를 가야할까? 하는 망설임이 들 때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휴가를 계획하며 기다린다. 한여름의 휴양지에서 달콤한 휴식을 즐기고 있거나 평소에 하지 못했던 좋아하는 취미활동에 몰두해 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 혹은 마음이 맞는 사람과 낯선 여행지를 거니는 장면을 떠올려보는 것은 일상의 피곤함과 스트레스를 견뎌내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잠시나마 해야 할 일을 내려놓고 '그냥 놀 수 있는' 휴가는 우리 모두에게 반드시 필요한 시간인 것 같다. 우리는 어린 아이들이 놀이하는 것만 '놀이'라고 여기곤 한다. 그러나 놀이는 아이들만 하는 것이 아니다. 네덜란드의 역사학자 호이징아(J. Huizinga, 1872-1945)는 '놀이하는 인간'이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호모 루덴스(Homo Ludense)'
지명이란 세월이 흐르면서 수시로 변화되는데 어학적으로 본다면 언어의 변이라고 할 수 있지만 언어의 변이는 지명의 변이와는 커다란 차이를 발견하게 된다. 즉 언어의 변화는 세월이 흐름에 따라 어휘의 의미가 변하고 상실되면서 저절로 변해가는데 비해서 지명의 변화는 좋은 의미를 가진 말로 변이시키고자 하는 인간의 의도성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다고 하겠다. 언어의 변이는 주로 유사한 소리값을 가진 말로 변이해 가기 때문에 일정한 언어학적 법칙이 존재하게 되고 이에 따라 언어의 변화 과정을 거꾸로 재구하기가 비교적 쉬우며, 언어는 자의성(恣意性)과 사회성이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개인이 의도적으로 바꾸기가 어렵다. 하지만 지명은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개인적인 생각으로 지명에서 나타내고자 하는 의미를 얼마든지 바꿀 수가 있는 것이다. 특히 바꾸고자 하는 지명의 전설, 유래를 그럴듯하게 지어내면 합리화가 가능하며, 이러한 변이는 지명에 대한 지식이 부족할 경우 의도하지 아니한 이름으로 변이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지명의 변화는 주민이 의도한 대로 바꿀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주민들이 좋아하는 의미를 가진 지명, 즉 보
우리 조상들은 군사부(君師父)일체(一切)라 하여 임금과 스승과 부모를 같은 위치에 놓고 스승의 그림자도 안 밟는다고 했다. 그랬던 나라가 어찌하여 학생이 교사를 폭행해 상해를 입히지 않나 학부모들이 자기 자식을 편애하거나 인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고소 고발을 일삼고 있으니 아이들 앞에선 교사들의 권위가 추락하면서 정신과 치료를 받는 교사가 부지기수라고 한다. 심지어 교직에 염증을 느껴서 교단을 떠나는 교원이 많이 있으며 최근에는 2년 차 새내기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가슴이 아프고 한숨만 나올 뿐이다. 교권이 무너져서 더 이상 참지 못한 수많은 젊은 교사들이 주말에 거리로 나와 집회를 하며 하소연을 하고 있는데 교육당국은 뒷북만 치고 있으니 안타깝다. 이 나라가 어디로 가려고 하는지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하나 둘 만 키우는 자식에 대한 지나친 애착심만 있지 다른 사람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데 필요한 인성교육을 가정에서 외면하고 있다. 자신만 아는 이기적이고 오직 경쟁에서 이겨 1등만 하라고 가르치는 부모의 책임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인성은 어릴 때 길러지고 부모가 모범을 보이면 아이들은 은연중에 닮아가는 것이다. 그
일제강점기에 활동한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인 윤동주. 알려진 대로 짧은 생애를 살았지만 특유의 감수성과 삶에 대한 고뇌, 독립에 대한 소망이 서려 있는 작품들로 인해 한국문학사에 큰 기여를 한 문인입니다. 김소월, 한용운 등과 함께 한국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한 시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의 유고시집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서시'는 지금도 자주 회자되는 작품입니다. 필자는 윤동주 시인의 작품과 특별한 인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대문학을 전공하던 대학원 재학 시절, 전공과목의 기말시험에 '윤동주의 서시를 외워 적고 나름대로 작품을 해설하라'는 문제가 출제되었는데, 시에 있어서는 문외한에 가까운 필자이기에 '서시'의 전문을 암기하지 못함은 물론 해설조차 불가능했기에 전전긍긍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런 인연 탓일까, 이천 년대 초, 중국의 연변 일대를 여행할 기회가 생겼을 때 윤동주의 시비(詩碑)며 생가를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았습니다. 그곳을 돌아보며 한국인들만 관심을 가지고 찾을 뿐 중국인의 모습은 전혀 찾을 수 없어 아쉬웠던 기억 또한 새롭습니다. 최근 중국 당국이 랴오닝성 다롄에 있는 뤼순(旅順)감옥
주민소환제 문제로 충북의 지방정치가 뜨겁다. 여름 끝 더위로 도민들의 짜증이 가증되고 있는데 새로운 이슈로 불을 지피고 있다. 우리는 2007년 5월 발효되어 7월 일부터 법으로 시행된 '주민소환제'에 대하여 생소하고 어색한 지방정치 용어를 접하게 되었다. 주민소환제 한마디로 선출직 임기제로 규정된 도지사나, 지방정치의 핵심 지위들을 주민들의 직접적인 불신임을 통해 교체가능한 제도이다. 이는 민주주의의 대의제가 갖는 주민의 제한적 참여를 일상적인 참여로 전환하는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여기에는 무조건적인 주민소환제의 발의로 많은 문제점과 지방정치의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 첫째로 과연 충북에서 일어난 어쩔 수 없는 자연재해의 문제와 김영환 도지사의 워딩들이 정당성 있는 주민소환의 법적 사유와 논리적 근거가 되는가 하는 문제이다. 이러한 민주적인 법적 타당성을 보완하기 위하여 미국이나, 내각책임제를 실시하고 있는 국가는 소환 사유의 타당성 조사를 수행 할수 있는 심의 기구를 설치해 두고 있다. 심의기구는 소환 사유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검증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전문가로 구성된다. 특히 특정한 정책사안과 사건에 대한 불만족이 소환사유가 될 수 있
주민소환제 문제로 충북의 지방정치가 뜨겁다. 여름 끝 더위로 도민들의 짜증이 가증되고 있는데 새로운 이슈로 불을 지피고 있다. 우리는 2007년 5월 발효되어 7월 일부터 법으로 시행된 '주민소환제'에 대하여 생소하고 어색한 지방정치 용어를 접하게 되었다. 주민소환제 한마디로 선출직 임기제로 규정된 도지사나, 지방정치의 핵심 지위들을 주민들의 직접적인 불신임을 통해 교체가능한 제도이다. 이는 민주주의의 대의제가 갖는 주민의 제한적 참여를 일상적인 참여로 전환하는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여기에는 무조건적인 주민소환제의 발의로 많은 문제점과 지방정치의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 첫째로 과연 충북에서 일어난 어쩔 수 없는 자연재해의 문제와 김영환 도지사의 워딩들이 정당성 있는 주민소환의 법적 사유와 논리적 근거가 되는가 하는 문제이다. 이러한 민주적인 법적 타당성을 보완하기 위하여 미국이나, 내각책임제를 실시하고 있는 국가는 소환 사유의 타당성 조사를 수행 할수 있는 심의 기구를 설치해 두고 있다. 심의기구는 소환 사유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검증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전문가로 구성된다. 특히 특정한 정책사안과 사건에 대한 불만족이 소환사유가…
기존의 상식을 뛰어넘는 극한 기상현상이 잦아지고 있다. 태풍도 예외일 수 없다. 지난해 9월 우리나라는 2003년 태풍 매미 이후 20년 만에 역대급 태풍인 힌남노의 영향으로 큰 재산 피해와 인명 피해를 입었다. 이 달 우리나라에 상륙했던 태풍 카눈은 경로와 지속시간에서 매우 이례적이었다. 중국으로 향하다 역주행하여 일본 서쪽 바다를 거쳐 한반도에 상륙한 후 내륙을 관통하여 역대 2번째로 오래 걸려서 발생 14일만에 소멸되었다. 매년 발생하는 태풍이지만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강력해지고 있는 태풍은 인적·물적 피해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태풍은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태풍은 바다의 열에너지가 풍부할수록 그 세력이 강해지는데,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로 태풍의 연료가 되는 바다의 온도가 높아지고 있다. 높아진 해수면 온도는 풍부한 수증기 공급으로 이어져, 태풍은 더 강해지는 것이다. 지난 7월 한국환경연구원은 탄소 배출량을 줄이지 못하고 기후변화가 이대로 진행된다면, 우리나라가 속한 중위도에서 태풍이 많아지고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태풍의 강도도 더욱 강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태풍에 대비해 기상청은 올해부터 더욱 상세하고 정교한 태풍정보를 제공한
태풍이 가고 녹음이 더한층 짙어졌다. 식물의 키가 부쩍 자랐다. 숲길을 걸으며 잠시 바깥의 시끄러움을 잊는다. 세계가 소음으로 가득한 건 수없는 욕망이 서로 부딪치기 때문이리라. 숲은 고요하다. 잠시 바위에 앉아 푸르름 속에 잠긴다. 적막이 적막 속으로 파고 든다 적막의 껍질을 깨고 들어선 적막이 다시 고요해졌다 나무는 잎사귀마다 진초록 물을 그득하니 머금고 가끔 기침을 한다 그때마다 적막이 잠시 흔들렸다 길섶 마타리 산초 달맞이꽃 개망초 좁쌀풀 달개비 갈퀴나무들이 줄 지어 서 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호랑나비가 길을 터주는 이천 양돈 연수원 팔월의 오솔길 가끔씩 내뱉는 내 숨결에 적막이 화들짝 놀라 가슴을 쓸어내린다 발자국 소리만 내 뒤를 자꾸만 따라온다 ─ 김선진, 「적막에 들다」 전문 (시집 숲이 만난 세상, 시문학사 2011년) 시는 존재화 된 '적막'을 묘사한다. 화자는 홀로 숲을 걷는다. 그의 한적한 보행에 적막이 끼어든다. 새소리나 매미 소리가 들릴 법도 한데 숲은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하다. 화자의 공간적 위치는 밀폐된 숲의 적막 속으로 한정되고, 적막이란 추상명사는 화자의 초월적 사유에 따라 보통명사가 된
오래전 나의 소원은 집 근처에 도서관이 있었으면 하는 거였다. 그로부터 20년 후에 마침내 도서관이 생겼으나 외진 데라 버스도 없다. 자가용도 일반화되기 전이고, 택시를 타자니 왕복 2만 원이었다. 인근의 아파트 사람들이 최고 부러울 때였다. 그로부터 15년 후 이번에는 집 가까운 곳에 도서관이 생겼다. 걸어서 3분 남짓이라 조용히 앉아 책 읽는 것만 빼고는 이웃집에 마실 온 기분이다. 결혼한 뒤로부터 장장 35년이다. 책도 많고 필요하면 컴퓨터에, 겨울에는 안방처럼 따스했다. 짜증이 날 때마다 도서관 옆에 사는 것을 소원으로 삼았던 시절을 돌아본다. '이젠 도서관도 맘대로 갈 수 있잖아'라고 하면서. 어떤 경우든 감사가 우선이다. 세상을 가장 아름답게 사는 비결이다.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 공통점이기도 하다. 태양을 반사하는 달처럼 행복의 거울도 감사를 되비추면서 빛난다.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사람은 행복의 성을 쌓을 수 있다. 감사하지 않으면 얻을 게 없다. 사람들은 보통 만족스러운 일이 생길 때 감사한다. 기쁜 일이 생겨도 찌푸리는 것보다는 낫지만 감사할 일이 없는 것 같은데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다. 불평이 없기에 원망도 없다. 어떤 경
기존의 상식을 뛰어넘는 극한 기상현상이 잦아지고 있다. 태풍도 예외일 수 없다. 지난해 9월 우리나라는 2003년 태풍 매미 이후 20년 만에 역대급 태풍인 힌남노의 영향으로 큰 재산 피해와 인명 피해를 입었다. 이 달 우리나라에 상륙했던 태풍 카눈은 경로와 지속시간에서 매우 이례적이었다. 중국으로 향하다 역주행하여 일본 서쪽 바다를 거쳐 한반도에 상륙한 후 내륙을 관통하여 역대 2번째로 오래 걸려서 발생 14일만에 소멸되었다. 매년 발생하는 태풍이지만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강력해지고 있는 태풍은 인적·물적 피해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태풍은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태풍은 바다의 열에너지가 풍부할수록 그 세력이 강해지는데,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로 태풍의 연료가 되는 바다의 온도가 높아지고 있다. 높아진 해수면 온도는 풍부한 수증기 공급으로 이어져, 태풍은 더 강해지는 것이다. 지난 7월 한국환경연구원은 탄소 배출량을 줄이지 못하고 기후변화가 이대로 진행된다면, 우리나라가 속한 중위도에서 태풍이 많아지고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태풍의 강도도 더욱 강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태풍에 대비해 기상청은 올해부터 더욱 상세하고 정교한 태풍정보를 제공한다. 태
올해는 32일간 지속된 장마 기간 중 강수일수 대비 강수량이 역대 1위로 많았던 한해로 기록됐으며, 한반도 내륙을 관통한 이례적인 태풍 '카눈'으로 인해 산사태와 가옥, 농경지 침수 등 커다란 인명과 재산 피해를 가져왔다. 장마가 끝이 나고 폭염과 땡볕이 작렬하는 이즈음 1980년대 초 대학 시절을 떠올리면 학내 대자보를 통해 농활대를 편성해 농촌으로 향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여름 방학 중 대학생들의 농촌활동을 뜻하는 농활(農活)은 '고양이 손도 빌린다', '부지깽이도 춤춘다'라는 속담처럼 분주한 농번기에 부족한 일손을 돕고 농촌의 실상을 체험하는 실천적 활동이었다. 역사적으로 농활은 일제강점기였던 1920년대 농촌 계몽운동과 1930년대 소설 상록수에 나타난 브나로드(Vnarod) 운동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1940~1950년대의 침체기를 거쳐 1960년대 초 시작된 향토개척단 운동으로 다시 등장한 농촌봉사활동은 계몽적, 봉사적 성격이 강했다. 유신체제 시기에는 농촌사회의 구조적인 개혁을 강조하는 경향이 나타나면서 농촌활동으로 바뀌었는데, 당시 서울대학교 학생단체가 펴낸 '자유언론'지에 농활을 '농촌 현장에 들어가 농민들과의 만남을 통해 모순
하얀 저고리에 검은 치마를 입고 태극기를 손에 든 한 무리의 사람들이 취타대 뒤를 걷고 있다. 광복절임을 상기시키며 퍼포먼스가 진행중이다. 예총 벤치마킹의 일환으로 대전 0시 축제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4시경이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축제장은 곳곳에서 행사가 펼쳐지고 무대를 즐기는 관객도 그늘막 하나 없는 곳에 앉아 있다. 축제는 지난주 금요일부터 시작됐다는데, 태풍 '카눈'으로 얼마나 노심초사했을까? 지난 주는 태풍이 한반도 전체를 휩쓸었지만 우려만큼 피해가 적었다. 지난달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컸기에 사전대비가 잘 이뤄진 영향이 크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도 수업이 전면 취소됐다. 5일 동안 충북권역 대학원격교육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강의가 예정되어 있었다. 출강하고 있는 대학교에서 교수자 평점에 반영한다고 보내온 공문을 받았을 때는 왜 이렇게 필수로 해야 하는 게 많은지 언잖았다. 교수법이 매일 다르게 오전부터 오후까지 진행됐지만, 모두 신청할 시간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첫날 오전 수업을 ZOOM으로 받으면서 기대감이 커졌다. 첫 수업은 '시간을 줄여주는 파워포인트 활용 교수법'이었는데, 파워포인트 분야 대한민국 최고의 전문가라고 자신을 소개할 만큼
'혁신(革新)'은 사전적으로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말 그대로 '새로움'을 뜻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에서 '혁신'은 그리 새로운 말이 아니다. 혁신을 외치며 사회 여러 영역에서 다양한 정책과 제도가 시도되고 있지만, 이제는 오히려 혁신이 진부하고 오래된 단어로 느껴지기도 한다. 지난달 우연히 방문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혁신'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 순간이 떠오른다. 당시 미술관에서는 '한국실험미술 1960-1970년대'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다. 해당 전시는 전쟁이 끝나고 근대화, 산업화가 이루어지던 시대를 살았던 청년 작가들이 보여준 전위적 실험미술을 다루었다. 미술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작품 하나하나를 둘러보며 '새로움'을 넘어선 '낯섦'이 느껴졌다. 전통적인 질서에서 벗어나 거침없이 새로움을 '실험'해보던 이들의 작품들을 통해 지금의 우리들이 현재를 살아갈 수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현대미술은 그저 어렵고 알 수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기존의 틀을 깨어 해체하고 재구성한다는 것이 이제는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알기 때문일까. 당시 이들의 작품은 누군가에는 불편하거나 의미 없
올해 수해를 겪으며 관재(官災)라는 말이 회자 됐다. 인재(人災)보다 더 구체적으로 관(官)의 잘못을 지적하는 표현이다. 14명이 숨진 오송 참사와 관련해 국무조정실은 감찰을 벌여 36명을 수사 의뢰하고 공무원 63명을 징계 의뢰했다. 우려했던 대로 일선 공무원들에게 책임을 지우는 모양새다. 이에 오송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수사대상에서 제외된 충북도지사와 청주시장, 행복청장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청주지검에 고발했다. 오송 참사 현장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생존자협의회도 이들을 비롯해 6명을 고소했다. 이제 수사는 수사기관에 맡기고 수해의 원인과 대처 과정의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예방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이는 충북도의회와 청주시의회를 비롯한 지방의회의 몫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방의회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 충북도의회 소수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했으나 다수당인 국민의 힘은 수용하지 않았다. 청주시의회도 소수당인 민주당의 조사특위 구성 요구를 다수당인 국민의 힘이 거부했다. 조사특위를 거부한 명분은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행정력이 수해복구에 집중돼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숨은 뜻은 자당 소속 단체장에게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넋을 기리는 모든 국립묘지에는 공통적으로 무궁화 꽃이 피어있다. 무궁화는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꽃이다. 없을 무(無), 다할 궁(窮), 꽃 화(花). '다함이 없는 꽃'이라는 뜻이다. 색이 은은하고, 꽃이 오래가서 우리 민족의 기상을 닮았다. 무궁화는 선조들의 삶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78주년 광복절을 즈음해 우리 민족과 함께 강인하고도 끈질기게 꽃을 피우고, 순국선열들과 함께해 온 무궁화와 관련된 기록들을 살펴봤다. 일제강점기 조선의 독립은 수많은 순국선열의 염원이자 희망이었다. 무궁화는 독립을 향한 우리나라 역사 곳곳에서 발견된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대중 앞에서 민족주의를 강론할 때나, 감옥에 갇혀서도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의 애국가를 부르며 우리 민족의 애국애족 정신을 일깨웠다. 매헌 윤봉길 의사도 중국 상하이 훙커우 공원 의거 이틀 전에 작성한 유작 시 '광복가'에서 무궁화를 거론했다. '피 끓는 청년 제군은 아는가. 무궁화 삼천리 우리 강산에 왜놈이 왜 와서 왜걸대나….' 윤 의사는 자신의 희생이 조국 독립의 밑거름이 되기를 바라며 이 땅에 무궁화가 계속 피기를 바랐다. 마음속에
보은군 속리산 가는 길목에 자리 잡은 정이품송의 가지 2개가 지난 10일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부러져 매달려 있다가 절단조치 됐다. 정이품송은 600살 나이에 높이 14.5m, 가슴높이 둘레 4.77m이며 1962년 천연기념물 103호로 지정된 명품 소나무인데 갈수록 단아한 옛 모습을 찾을 수 없어 안타깝다. 원래 원추형이던 정이품송의 우아한 자태는 1980년대 중부지방을 휩쓴 솔잎혹파리로 인해 죽을 고비를 맞았으나 10년 가까이 방충망의 보호를 받으며 살아났다. 하지만 이로 인해 수세가 약해져 태풍과 폭설에 거듭 가지가 부러지는 수난을 당해 원형이 크게 훼손된 상태다. *** 우아한 자태 훼손 현재의 정이품송은 무게중심을 잃고 한쪽으로 기우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러울 정도이며 당당했던 기품을 영영 볼 수 없게 되었다. 수령 600년에서 800년에 이르는 노쇠한 소나무인데다가 기상이변이 심해지는 현상으로 미루어 앞으로도 정이품송이 겪어야 할 고난의 시기를 피할 수 없어 걱정을 더하게 된다. 정이품송은 1464년 2월 속리산 법주사로 행차하던 세조 임금의 어가 행렬이 나뭇가지에 걸리지 않도록 나무 스스로 가지를 번쩍 들어 올렸고 이를 가상히 여긴 세조가 정
어릴 적 시골집 엄마의 장롱 위에는 상자 하나가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언제 샀는지 얼마나 그 위에 있었는지 모르는 그릇 세트였다. 평소에 쓰는 엄마의 그릇은 낡은 사기그릇 몇 개가 전부였다. 딸들이 꺼내서 쓰자고 했더니 "느그 언니 시집갈 때 줄끼다"라며 건드리지도 못하게 했다. 없는 살림에 큰 딸내미 시집갈 때 빈손으로 보낼까 미리 준비한 것이었다. 엄마의 애틋한 마음을 알면서도 늘 허름한 그릇만 쓰는 것이 못내 안타까웠다. 그릇의 행방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기억에 없다. 큰 언니 집에서도 못 봤다. 상자가 장롱 위에서 세월을 보내는 동안 유행도 바뀌고 물건도 흔해져서 특별한 의미를 찾지도 못하고 사라져 버린 것 같다. 그릇에 대한 기억이 또 하나 있다. 처음 교감으로 부임한 해 여름방학이었다. 방학에도 쉬지 못하고 나오는 교직원과 방과후 선생님을 위해 간식을 준비하기로 했다. 경주 출장길에 여고 동창이 하는 찻집에서 사 온 향기 좋은 홍차가 생각났다. 바닐라 향이 달콤하고 깊은 맛이 나는 특별한 차였다. 차에 문외한인 내가 이름도 단박에 외웠을 정도로 인상 깊었다. 마리아쥬 프레르 웨딩임페리얼 긴 이름이었는데 말이다. 귀하고 좋은 사람에게 대접하고 싶어서
때는 중국 삼국시대. 촉의 유비가 죽고 난 후였습니다. 촉의 군사(軍師) 제갈량이 총애하는 장수가 있었는데, 그 이름은 마속이었습니다. 제갈량은 전략적 요충지였던 가정(街亭)에서의 싸움을 명령했으나, 마속은 제갈량의 명령을 어기고 산 정상쪽에 진지를 치고 전투를 대비했습니다. 군사들은 절체절명의 경각심을 심어둠과 동시에 산에서 뛰어내려오며 적군을 격퇴하겠다는 작전이었는데요. 그런데, 마속과 촉의 군사들은 산 아래에서 불을 지른 적군에 의해 타들어가며 전투를 지러 대패를 하게 됐습니다. 이에 제갈량은 마속을 아끼는 마음을 억누르고 군율에 의해 마속의 목을 베어 본보기로 삼으려 했습니다. 이 사건은 울음을 참으며, 감정을 버리고 엄정하게 기강을 세우는 일이 필요하다는 뜻이 되어 후대에도 많은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울음을 참으며 마속의 목을 베다'. '읍참마속'이라는 사자성어는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고 있노라면, 사실상 무정부 시대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주관 부처의 장관은 1년도 되기 전에, 성공을 장담했습니다. 혈세를 약 3천억 원 쏟아부은 잼버리(세계 스카우트 연맹에서 주최해 매 4년마다 열리는 세계 보이 스카우트 대원들의…
나는 그 회사 옥상에서, 다리 사이로 뜨거운 에어컨 환풍기 바람이 나오는 걸 느끼며 오래 앉아 있었어. 옥상에 벤치를 놔주는 인간적인 회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빗물 자국으로 더러워진 환풍기를 의자 삼아 숨겨 올라온 비싸고 달달한 디저트를 먹었지 -정세랑, 「옥상에서 만나요」 중에서- 소설의 배경은 63빌딩과 남산타워와 한강이 보이는 유명 스포츠 신문회사 건물 옥상이다. 흔한 옥상 풍경이다. 소설 속 '나'뿐 아니라 드라마에서도 주인공들은 자주 옥상에 올라간다. 주로 달고 신 것으로 녹일 수 없는 나쁜 일들 때문이다. 그러나 옥상이 그 자체로 위로가 되는 공간은 아니다. 잠겨있거나, 소설에서처럼 에어컨 환풍기만 덜렁 놓여진 삭막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다만 옥상에는 일상의 시선과는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는 도시 풍경이 있다. # 로테르담, 루프탑 데이즈(Rooftop Days) 네덜란드 제2의 도시인 로테르담은 건축의 도시다. 현대 건축의 성지이자 건축 박물관이라고 불리는 이 도시에는 6월이면 특별한 축제가 열린다. '로테르담 옥상 산책'이다. 도시의 번화가인 쿨싱겔 거리에 건물 지붕과 테라스를 연결하는 인공 보행로가 설치된다. 사람들은 인공 보행로를…
윤제균 감독의 영화 은 2014년에 개봉되었다. 황정민과 김윤진이 열연한 이 영화는 1950년 흥남 철수작전이라는 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한국전쟁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격변의 시대를 관통하며 살아온 인물 덕수가 주인공이다. '덕수'는 평생 자신을 위해 살아 본 적이 없다. 목숨을 부지하는 것조차 힘겨웠을 가난하고 혼란스러웠던 그 시절, 괜찮다고 웃어 보이고 다행이라고 다독이며 자신이 아니라 가족을 위해 평생을 살아온 우리네 아버지다. "힘든 세상에 태어나가 이 힘든 세상 풍파를 우리 자식이 아니라 우리가 겪은 게 참 다행 이라꼬."라는 덕수의 대사는 우리 부모님을 보는 듯 가슴이 아렸다. 이 영화를 통해 파독 광부, 베트남전, 이산가족 찾기 등 한국전쟁에서 현재의 우리나라 시대상을 다 볼 수 있어서 의미가 있었다. 또한 김동리의 라는 소설과 함께 읽으면서 흥남 철수에 관한 역사적 사건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아픈 역사를 곱씹으며 씁쓸함이 밀려들었다. 흥남 철수 작전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난민 수송 작전으로 기네스에 오르기도 했다는데, 이런 피난민의 우여곡절의 장면들이 영화에 그대로 묘사가 된다. 극
숲을 생각했다. 온통 나무 이파리가 재잘대고, 매미가 허공을 가득 채우고 새의 날갯짓이 귓전에 닿을 듯 맴도는 그 숲길을 걸으면서도 내 안의 숲을 생각했다. 그 숲길을 걸을 수 있고 한편으로 내 안에 숲이 있다는 것이 생각만 해도 고맙기 그지없다. 내 곁에는 항상 숲이 있었다. 또한 내 안에도 늘 숲이 있다. 그리하여 삶이 훨씬 더 풍요로우며 가슴을 펴고 심호흡을 하면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자연과 벗할 수 있는 여유도 있는 것이리라. 더위에 잠시 쉬면서 책을 읽다가 박인옥 시인의 '니이체 숲속'을 만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그 숲속에도 내가 있었던 것이다. '그 무렵 아버지의 서재에는 책이 가득했다/겨우 아는 한글 몇 자로 읽어보려 애쓰던 책들/그중에 니이체 全集이 있었다/눈을 껌뻑이다가 全자가 숲자와 비슷해서/나는 니이체 숲속이라고 읽었다/그림 한 점 없는 그 숲에서/듬성듬성 돋아있는 한자는 풀 같고 나무 같았다/니이체 全集이라는 금박의 글자를/니이체 숲속이라고 읽던 내 마음의 푸나무들/나이가 들어서 나는 니이체의 책장을 열고/큰 나무의 넓은 잎새를 들여다본다/중심을 향해 모이고/중심에서 퍼져 나가는 모세의 잎맥 하나가/숲과 이어지듯 생각은
[충북일보] 청주시가 그랜드플라자 청주호텔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 입점을 불허했다. 이범석 청주시장은 17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건축물 일부 용도변경을 포함한 관광사업계획 변경승인 신청 대상지역은 율량시가지조성사업지구에 따른 지구단위계획구역"이라며 "2006년 고시된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위락시설(카지노)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불승인 사유를 밝혔다. 이 지구단위계획은 숙박·판매시설과 주차장, 녹지 및 공개공지, 도로만 개발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청원구 율량동 500-3 일원에서 그랜드플라자 청주호텔을 운영하는 ㈜중원산업은 2001년 충북도의 관광사업(관광숙박업)계획 승인과 2004년 사업계획 변경 승인(객실·부대시설 변경)을 받아 2006년 호텔을 개업했다. 호텔 측이 카지노 입점을 위해 꺼내든 관광진흥법상 위락시설 예외 규정도 인정되지 않았다. 관광진흥법은 준주거시설 내 카지노 영업이 가능하도록 용도지역 시설에 대한 예외를 두고 있으나 이를 위해선 사업계획 및 변경 승인 내용이 관계 법령 규정에 적합해야 한다. 이 시장은 "호텔 측에서 제출한 사업계획 변경 내용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상 지구단위계획구역과 상충돼 관광진흥법 시행령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충북도가 청주 오송과 오창, 진천, 음성, 충주를 연결하는 서부축 고속화도로 건설을 추진하기 위해 첫 발을 내디뎠다. 이들 지역을 직접 잇는 도로망을 구축해 바이오, 방사광가속기, 배터리, 수소연료 등 도내 핵심 산업을 연계 발전하고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도는 최적의 노선을 찾아 경제성 분석과 논리 개발 등을 통해 이 사업을 국가계획에 반영시켜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16일 도에 따르면 '충북 서부축 고속화도로 타당성 검토 및 논리 개발'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국립한국교통대학교 산학협력단이 학술 용역을, 외부 전문기관이 기술 용역을 각각 맡아 진행한다. 기간은 착수일로부터 12개월이며 내년 6월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도가 이 도로 건설에 나선 것은 충북 서북부 지역을 연결하는 도로가 없어서다. 이 때문에 물적·인적 교류와 전략 산업의 연계 육성 등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교통 정체 해소와 간선 기능 확보가 필요한 것도 이유다. 서북부 지역은 대규모 개발로 교통 수요와 광역 이동 통행량이 증가하고 있다. 이들 지역에는 오송생명과학단지, 오창일반산업단지, 충북혁신도시, 충주기업도시 등이 들어섰다. K-바이오 스퀘어와 국가산업
◇22대 총선 당선인 인터뷰 - 증평·진천·음성 더불어민주당 임호선 "부족한 사람에게 다시 한번 중임을 맡겨주신 군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번 총선 승리는 개인의 승리가 아니라 약속드린 미래 비전을 군민들께서 선택하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재선에 성공한 임호선(61)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증평·진천·음성)은 겸손한 자세로 소통하며 어려운 민생부터 확실히 챙겨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총선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강력한 경고"라며 "서민경제를 살피지 못하고 국정운영을 독단적으로 하며 과거로 퇴행하려는 정부에 브레이크를 잡으라는 민심이다. 제1야당으로서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적극 따르며 민생해결과 지역발전에 책임감을 갖고 임하겠다"고 앞으로의 의정활동에 대해 설명했다. 22대 국회에서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활동을 원하고 있다. 임 당선인은 "저는 농촌에서 태어나 자라왔고 현재도 농촌에 살고 있다"며 "지역적으로도 증평·진천·음성군이 농촌이기에 누구보다 농업농촌의 현실을 잘 이해하고 농민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농촌의 현실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임 당선인은 "농촌이 어렵지 않은 적이 없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