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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미안하다

계엄사태·탄핵 등 '다사다난'
고백·용서·화해 …한 해 매듭

  • 웹출고시간2024.12.30 18:13:33
  • 최종수정2024.12.31 07:12:54
[충북일보] 12월 31일, 2024년 마지막 해가 진다. 땅거미 지는 하늘을 바라본다. 곧바로 깜깜한 밤이 오지 않는다. 으스름한 상태가 이어지다 어둑어둑해진다. 한동안 낮도 밤도 아닌 시간이 지나간다. 태양을 등진 지구에 그림자가 드리운 시간이다. 개와 늑대의 시간이다. 희미하게 켜진 가로등에 그림자가 어린다. 아직 흐릿한 이내가 가시지 않은 하늘에 별이 뜬다. 서쪽엔 그새 저녁샛별이 걸린다.

어느덧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이다. 세밑에 느끼는 감정이 오묘하다. 쉼 없이 달려온 한 해다. 사고와 사태 등 별 일도 참 많았다. 한 해의 끝, 12월은 정말 아슬아슬했다. 계엄사태와 탄핵정국으로 정신이 없었다. 무안공항 참사는 그야말로 비극이다. 가슴이 답답하다. 돌아볼수록 후회가 많아진다. 다 저물기 전에 겸허히 되돌아보자. 아픈 사람들이 많다. 추위에 옷깃을 여미는 계절이다.

앞과 위만 바라보고 뛰었다. 잠시 멈추고 지난 1년을 찬찬히 되돌아봐야 할 때다. 해가 가기 전에 주변을 한번 둘러보자. 내 언행에 문제는 없었는지 성찰해 보자. 공적이든 사적이든 내 업무에 소홀함은 없었는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는지. 다시 살펴보자. 본의 아니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 어루만져주자. 공백(空白)은 스스로 멈출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공백의 시간을 갖자.

제 힘으로 멈출 수 있는 사람이면 뭐든 할 수 있다. 용서도 가능하다. 사과도 할 수 있다. 맺힌 건 풀고, 쌓인 건 털고 가야 한다. 그게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 방법이다. 궁극적으로 세상을 사는 지혜다. 정치판은 더 그렇다. 국민들에게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한 마디 정도는 해야 한다. 물론 꺼내기 힘든 문장 중 하나다. 하지만 반드시 해야 한다. 그래야 잘못을 용서받을 수 있다.

한 해가 저무는 길목이다. 이런저런 상념에 젖는다. 12월엔 누구나 생각이 많다. 한 해를 깔끔하게 보내려 한다. 때론 지난 일들을 가뿐하게 잊고자 한다. 송년회나 망년회를 하는 이유다. 아무튼 12월은 매듭을 짓는 달이다. 어떤 일과 일 사이의 마무리를 하는 시간이다. 뭐든 매듭을 잘 지어야 모양새가 좋다. 열쇠구멍은 언제나 바깥쪽에 있다. 네가 아닌 나에게 있다. 뉘우치는 마음도 같다.

올해는 유별나게 다사다난했다. 마지막까지 거대한 이슈가 국토를 지배했다. 송구영신을 잘 해야 한다. 이젠 한 매듭을 지으며 기본과 초심을 챙겨야 할 때다. 고백, 용서, 화해는 12월에 어울리는 단어들이다. 한해 끝자락에 매듭을 짓자. 그리스의 시간에는 크로노스와 카이로스의 시간이 있다. 달력을 넘기고 맞이하는 송구영신이 크로노스다. 반면 반성과 다짐으로 새 출발하는 건 카이로스다.

생각의 변화가 모든 변화의 출발점이다. 생각이 바뀌면 언어가 바뀌게 된다. 언어가 바뀌면 행동이 바뀐다.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달라진다. 바뀐 습관은 인생을 바꾼다.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새해가 온다한들 의미가 없다. 잘못을 인정하는 건 아무나 할 수 없다. 미안해할 줄 아는 사람이 진정 용기 있는 사람이다. 해가 저물기 전에 누군가에게 미안하단 말을 건네 보자.

2024년이 허공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참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다사다난의 결정판이었다. 하지만 겨울이 깊으면 봄이 가깝다. 절망과 고통의 끝은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강물이 강을 버려야 바다가 되는 이치다. 알 수 없이 가고 오는 세월이다. 비워진 그릇에 새물이 채워지는 새해를 희망한다. 무안공항 사고 유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전한다.

/글=함우석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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