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구름조금충주 17.0℃
  • 맑음서산 18.6℃
  • 맑음청주 18.1℃
  • 맑음대전 18.5℃
  • 구름조금추풍령 19.0℃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홍성(예) 18.0℃
  • 맑음제주 21.3℃
  • 맑음고산 18.8℃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제천 17.2℃
  • 구름조금보은 17.3℃
  • 구름조금천안 17.8℃
  • 맑음보령 18.9℃
  • 맑음부여 18.7℃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심재숙

시인·한국어 강사

택배가 도착했다는 메시지가 왔다. 시월 첫 연휴를 보내고 맞이한 일주일은 이어질 다음 연휴에 대한 기대로 요일 감각이 좀 떨어졌다. 더구나 고향집에 다녀온 후에 맞이한 일상이 더 그랬다. 택배가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 문득 의문이 먼저 생겼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가 무엇을 주문했지? 주문한 게 없는 것 같은데…. 택배에 대한 의문이 파문처럼 퍼져나갔다.

귀가해서 택배 상자를 마주하고 보니 태국이 고향인 제자가 보낸 농산물이었다. 반짝반짝 탱글탱글 윤기가 흐르는 잘 익은 대추가 상자에 가득 들어 있었다. 그리고 맛을 보라며 반 건조하여 저장해 두고 부드럽게 먹을 수 있는 마른 대추도 보내왔다. 20여 년 전에 한국에 와서 가정을 꾸리고 농사를 짓기 시작한 제자는, 지금은 대농을 이루며 부녀회장을 맡아 마을을 이끌고 있다.

코로나19로 제대로 만나기가 어려웠는데, 그만큼 더 반가웠다. 그래서 바로 통화를 했다. 여전히 반갑고 기분 좋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추가 다 익었으니 맛 좀 보라고 보냈다는 것이다. 너무 고마워서 무어라 표현을 하기가 어려웠다. 구순을 한참 넘긴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제자는 얼굴 한번 찡그리거나 짜증내는 법이 없다. 그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시어머니가 늘 며느리에게 고맙다고 하신다. 꽃을 좋아해 꽃길을 조성하고 마을 어르신들께 봉사 활동을 하는 제자는 마을을 굳건하게 지켜나가는 지킴이자 마을의 희망이다.

가을걷이를 거의 마치면서 곧 지역에서 '한마음 축제'가 있을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제자의 목소리가 밝고 힘차게 들려왔다. 그는 농산물을 판매할 것이라고 했다. 1년 내내 땀 흘려 가꾸고 손질한 호도, 땅콩, 고추, 생강 등을 준비했다는 것이다. 나는 주말에 가기로 약속을 했다.

오랜만에 가을 풍경을 보며 나들이를 한 셈이다. 물들기 시작한 가로수와 스치는 숲을 지나며 파란 하늘과 쏟아지는 햇빛을 보면서 심호흡을 했다. 새삼스럽게 고맙고 행복한 마음이 들어 몸이 따뜻해졌다. 축제장에 도착하니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았다. 주변에는 이미 주차 차량들로 복잡했다. 좀 멀지만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행사장까지 걸었다. 걷는 그 길도 참 좋았다. 물들기 시작한 플라타너스와 정성스레 가꾸어 장식한 국화꽃 향기가 참 좋았다.

행사장에 도착해 둘러보며 1년의 노고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제자도 추수한 농산물들을 진열해 놓고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오늘따라 농산물에 붙여진 그의 이름과 활짝 웃는 모습이 더 빛나 보이고 자랑스럽게 보였다. 제자의 환영을 받으며 고추와 호두, 땅콩을 구매했다.

행사장을 둘러보며 캄보디아에서 온 제자도 만났다. 그는 시어머니와 남편 그리고 아이들과 가족이 함께 나와 있었다. 여러 가지 꿀과 버섯을 말려 만든 가루를 진열해 놓고 있었다. 나는 어머니께 드릴 요량으로 밤꿀과 버섯가루를 샀다. 우리들은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에 이야기꽃을 피웠다.

베트남에서 온 다른 제자는 밭에서 '카사바'를 캐는 중이라고 했다. 그는 읍내에서 아시아 식품점을 하고 있다. 베트남의 고향에서 먹던 것들을 직접 재배해 팔기도 한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카사바'다. 카사바는 모양이 마하고 비슷하며 밤과 고구마 맛이 난다고 보면 된다. 나는 그가 보고 싶어 그 식품점으로 달려갔다. 그곳에 이르자 놀라 입이 딱 벌어졌다. 카사바가 상자마다 가득했고, 카사바를 직접 껍질을 벗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잠깐 기다리라며 카사바를 쪄 가지고 나왔다. 하얗고 길쭉한 카사바가 단백하고 아주 맛있었다. 우리는 카사바를 먹으며 다람쥐처럼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식품점에 오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며 함께 먹으니 더 맛있게 느껴졌다. 가을 들녘에서 새참을 권하던 농촌의 일상들이 떠올라 더 훈훈해졌다.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