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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숙

시인·한국어 강사

택배가 도착했다는 메시지가 왔다. 시월 첫 연휴를 보내고 맞이한 일주일은 이어질 다음 연휴에 대한 기대로 요일 감각이 좀 떨어졌다. 더구나 고향집에 다녀온 후에 맞이한 일상이 더 그랬다. 택배가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 문득 의문이 먼저 생겼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가 무엇을 주문했지? 주문한 게 없는 것 같은데…. 택배에 대한 의문이 파문처럼 퍼져나갔다.

귀가해서 택배 상자를 마주하고 보니 태국이 고향인 제자가 보낸 농산물이었다. 반짝반짝 탱글탱글 윤기가 흐르는 잘 익은 대추가 상자에 가득 들어 있었다. 그리고 맛을 보라며 반 건조하여 저장해 두고 부드럽게 먹을 수 있는 마른 대추도 보내왔다. 20여 년 전에 한국에 와서 가정을 꾸리고 농사를 짓기 시작한 제자는, 지금은 대농을 이루며 부녀회장을 맡아 마을을 이끌고 있다.

코로나19로 제대로 만나기가 어려웠는데, 그만큼 더 반가웠다. 그래서 바로 통화를 했다. 여전히 반갑고 기분 좋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추가 다 익었으니 맛 좀 보라고 보냈다는 것이다. 너무 고마워서 무어라 표현을 하기가 어려웠다. 구순을 한참 넘긴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제자는 얼굴 한번 찡그리거나 짜증내는 법이 없다. 그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시어머니가 늘 며느리에게 고맙다고 하신다. 꽃을 좋아해 꽃길을 조성하고 마을 어르신들께 봉사 활동을 하는 제자는 마을을 굳건하게 지켜나가는 지킴이자 마을의 희망이다.

가을걷이를 거의 마치면서 곧 지역에서 '한마음 축제'가 있을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제자의 목소리가 밝고 힘차게 들려왔다. 그는 농산물을 판매할 것이라고 했다. 1년 내내 땀 흘려 가꾸고 손질한 호도, 땅콩, 고추, 생강 등을 준비했다는 것이다. 나는 주말에 가기로 약속을 했다.

오랜만에 가을 풍경을 보며 나들이를 한 셈이다. 물들기 시작한 가로수와 스치는 숲을 지나며 파란 하늘과 쏟아지는 햇빛을 보면서 심호흡을 했다. 새삼스럽게 고맙고 행복한 마음이 들어 몸이 따뜻해졌다. 축제장에 도착하니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았다. 주변에는 이미 주차 차량들로 복잡했다. 좀 멀지만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행사장까지 걸었다. 걷는 그 길도 참 좋았다. 물들기 시작한 플라타너스와 정성스레 가꾸어 장식한 국화꽃 향기가 참 좋았다.

행사장에 도착해 둘러보며 1년의 노고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제자도 추수한 농산물들을 진열해 놓고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오늘따라 농산물에 붙여진 그의 이름과 활짝 웃는 모습이 더 빛나 보이고 자랑스럽게 보였다. 제자의 환영을 받으며 고추와 호두, 땅콩을 구매했다.

행사장을 둘러보며 캄보디아에서 온 제자도 만났다. 그는 시어머니와 남편 그리고 아이들과 가족이 함께 나와 있었다. 여러 가지 꿀과 버섯을 말려 만든 가루를 진열해 놓고 있었다. 나는 어머니께 드릴 요량으로 밤꿀과 버섯가루를 샀다. 우리들은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에 이야기꽃을 피웠다.

베트남에서 온 다른 제자는 밭에서 '카사바'를 캐는 중이라고 했다. 그는 읍내에서 아시아 식품점을 하고 있다. 베트남의 고향에서 먹던 것들을 직접 재배해 팔기도 한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카사바'다. 카사바는 모양이 마하고 비슷하며 밤과 고구마 맛이 난다고 보면 된다. 나는 그가 보고 싶어 그 식품점으로 달려갔다. 그곳에 이르자 놀라 입이 딱 벌어졌다. 카사바가 상자마다 가득했고, 카사바를 직접 껍질을 벗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잠깐 기다리라며 카사바를 쪄 가지고 나왔다. 하얗고 길쭉한 카사바가 단백하고 아주 맛있었다. 우리는 카사바를 먹으며 다람쥐처럼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식품점에 오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며 함께 먹으니 더 맛있게 느껴졌다. 가을 들녘에서 새참을 권하던 농촌의 일상들이 떠올라 더 훈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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